사람들 북적이는 ‘황금라인’

‘황금라인(골드라인)’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5호선, 9호선 인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하철 2호선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순환하는 유일한 노선이다. 강남, 시청 등 도심은 물론 서울 주요 지역을 관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지하철 노선이다. 그에 따라 오피스텔 공급도 활발하다. 이대·연대를 아우른 신촌, 홍대, 한양대, 건대, 서울대 등 서울 유명 대학가와 업무용 빌딩 밀집지역을 지나 직장인 및 대학생 수요가 풍부하다.

직장인들
수요 풍부

지하철 2호선은 승차 인원뿐 아니라 환승역 모든 구간이 전체 환승역(51개) 절반에 가까운 23개나 배치돼 환승 인원도 가장 많다. 역세권 일대는 분양시장에서는 분양 흥행 보증수표이자 노른자위 땅으로 통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둥근 벨트 모양으로 연결된 지하철 2호선 축을 ‘싱글 벨트’라고 부른다.

지하철 5호선의 경우 서울을 동서로 잇는다. 광화문, 여의도, 영등포, 마곡지구 등 주요 업무지구를 관통해 업무라인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승객이 많다. 5호선 라인 또한 오피스텔 공급이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여의도와 여의도가 속해 있는 영등포구가 있다. 이들 지역은 풍부한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영등포동에는 지난해(상반기 기준) 기업체 7800여개가 위치, 종사자 4만5000여명이 근무 중이며, 인근 여의도동은 약 8000여 개의 기업체와 15만여명의 근로자가 있다. 특히 여의도는 서울 도심권 및 강남권과 함께 서울 3대 업무지구로 꼽히는 곳으로,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방송, 국회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다.


연초 서울 영등포구에 공급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평균 199.74대1의 경쟁률로 올해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도보권에 있고,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이 인접하다.

또 인근 타임스퀘어 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와 함께 강서구 마곡지구와 인접한 5호선 화곡역, 까치산역, 목동역, 오목교역 등 일대도 오피스텔 등 공급이 활발한 편이다.

지하철 9호선은 강북, 여의도, 강남 등 일명 3대 업무지구 중 강남과 여의도를 지난다는 점, 급행열차 탑승 시 이동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반포, 잠실, 여의도, 목동 등 한강 이남에 자리한 주거 선호 지역에 정차한다는 점에서 골드라인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9호선 역세권 주거지역은 고소득 사무직 일자리가 많은 업무지구와 ‘직주근접’이 가능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분양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서울지하철 2·5·9호선 지역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0.56%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9호선의 주요 노선인 강남 지역의 상승률이 0.6%로, 강북 지역 상승률인 0.51% 대비 0.09%포인트가량 높았다. 이 때문에 개별 단지의 몸값 상승 사례도 다수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93㎡ 타입은 지난 1월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같은 평형대는 지난달 1억5000만원 오른 39억원에 손바꿈됐다. 9호선 신반포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것이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역시 9호선 연장 노선이 추진 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 선동 소재 ‘미사강변리버뷰자이’ 전용 98.007㎡ 타입은 지난 5월 12억7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 타입의 종전 최고가는 2020년 거래된 11억5000만원으로, 1년여 만에 1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하남시는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남양주 왕숙지구까지 잇는 지하철 9호선 연장사업의 노선 중 하나다.

분양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0년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26가구 모집에 3만1277명이 몰려 평균 95.94대1로 청약을 마쳤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에 공급된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평균 161.23대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는 각각 9호선 흑석역 및 신반포역이 인근에 있다.

바로 앞에…
긍정적 영향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직주근접성 등 우수한 인프라 덕에 2호선, 5호선, 9호선 일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황금라인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데다, 청약시장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2·5·9호선이 지나는 지역의 신규 물량.

▲힐스테이트 삼성(2호선)= 현대건설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삼성’을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17층, 전용면적 50~84㎡ 총 165실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강남업무지구(GBD) 직주근접 단지로, 반경 1㎞ 내에 포스코센터,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이 위치해 있다. 각종 기업이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가 도보권에 위치해 풍부한 배후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2호선·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선릉역, 9호선 삼성중앙역 등 트리플 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 전역으로의 출퇴근이 편리하다. 특히 삼성역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와 C노선이 정차할 예정이어 일대의 교통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3〜4명 가능
다양한 공간

전 호실이 주거용 평면으로 구성되며, 100% 자주식 주차 설계가 적용돼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커뮤니티 시설로는 프라이빗 다이닝룸, 미팅룸, 스터디룸, 게스트룸, 오픈 라이브러리, 헬시 바, 프라이빗 짐, 피트니스센터, 골프룸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만큼 아파트보다 청약, 대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없이도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 오피스텔 분양권의 경우 취득세 계산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아파트 청약 시에도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여의도 월드메르디앙(5호선)=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 중 하나인 여의도를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고 5호선 영등포시장역이 도보 4분 거리인 역세권 3룸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여의도 월드메르디앙’이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 30실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과 11세대의 소형주택(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구성된다. 층별 구성은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로 오피스텔은 2~9층, 소형 주택은 10~12층으로 이뤄지며 총주차 대수는 39대(법정 36대)이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58㎡(8실), 61㎡(8실), 62㎡(14실) 3가지 타입이다.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37㎡(2세대), 47㎡(4세대), 49㎡(2세대), 50㎡(2세대), 56㎡(1세대) 5가지 타입이다.

전 세대 발코니 확장과 슬라이드 중문, 시스템에어컨, 각종 가전제품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스리룸과 2배스 구조(일부 세대 제외)의 아파트 평면을 도입했다. 특히 최상층인 12층의 3세대는 독점 공간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신월여의지하도로(제물포터널) 개통에 따른 제물포길 지하화 공사로 신월IC에서 국회대로 여의도로 이어지는 7.6㎞ 구간에 숲·광장 테마공원이 들어선다. 또한, 영등포동과 인근 여의도동은 풍부한 임대 수요를 갖추고 있다.

영등포는 2030 플랜에 따라 국제적인 금융 중심지로 육성되고 있는 곳으로 다수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고, 기업이 몰리면서 글로벌 국제금융도시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직주근접성 등 우수한 인프라
골드라인 위주로 가격 상승세

영등포시장역이 직선거리 350m 거리(도보 5분 이내)에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영등포역(1호선·신안산선 예정)과 당산역(2호선·9호선), 국회의사당역(9호선)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GTX B 노선과 일산과 영등포를 잇는 M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서부간선도로, 경인고속도로도 가까워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2024년에는 신안산선(안산, 시흥~여의도)이 개통 예정돼있다. 

교육 여건도 우수하다. 초·중·고(영동초, 영중초, 당서초, 당산중 등)가 도보로 이용 가능한 학세권 단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오피스텔이 소형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도 많이 공급되는 만큼 교통, 편의시설뿐 아니라 학군까지 고려한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 생활편의시설로는 도보 거리에 빅마켓이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코스트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롯데백화점과 함께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오픈했다. 이 밖에 한강시민공원과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한강 캠핑장, 낚시터 등이 가깝다.

오피스텔과 소형 주택은 각각 100실과 30세대 미만으로 공급되어 계약 후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7억대의 합리적인 분양가로 공급되며 계약금 10%, 잔금 90% 조건이다. 준공은 2023년 7월경 예정. 오피스텔 시공은 신성종합건설㈜, 수탁 시행은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인시그니아 반포(9호선)=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0-20, 22번지 일원에서 ‘인시그니아 반포’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0층, 2개동, 오피스텔 전용 59~144㎡, 총 148실 규모다. 전용면적별로 59㎡ 36실, 84㎡ 108실, 펜트하우스 타입 (119㎡ 2실·144㎡ 2실) 4실이다. 3~4인 가구도 거주할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공급된다.

수요자 선호가 높은 전용 84㎡ 타입 위주로 구성했다. 스리룸 구조를 적용해 공간 활용도가 우수하다. 2.6m의 천장고와 2면창 설계, 오픈 주방형 구조 등을 적용했다. 이 밖에 골프연습장·피트니스·GX룸·세탁실·멀티룸·프라이빗 스튜디오 등 고급 커뮤니티를 조성한다. 

상징적 위치
럭셔리 주거

단지는 반포생활권에 있다. 반포동 일대는 한강과 반포한강공원이 가까워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또 학군·교통·생활·문화 등 각종 인프라가 이미 조성, 수요자들의 주거 선호도가 높다. 단지명은 휘장을 뜻하는 영어 인시그니아와 반포를 결합했다. 도심의 상징적인 위치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럭셔리 주거 브랜드를 의미한다.

인근 서래초를 비롯해 세화여중·세화고·세화여고가 있다. 또 도보 거리에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이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인근에 있으며, 반포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진출입이 쉽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래마을 카페거리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이 밖에 반포종합운동장, 서초구민체육센터, 서초동 법조타운 등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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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