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고 우울증 지금 우리 사회는…

쉽게 낫지 않는 ‘마음의 감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의 감기’ 우울증이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우울증은 불시에 찾아와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다. 남녀노소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우울증, 이른바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으로 인해 신체와 정신에 증상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감정·생각·신체상태·행동에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개인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 

2주 이상
우울감 호소

일시적으로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우울증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우울증이 발병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투약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우울감이 상당 정도 해소되고 발병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우울증 환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의지가 부족하다’ ‘나약하다’ 등 우울증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우울증 환자는 발병 사실을 숨기고 전문가 치료를 꺼리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장애의 유병률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현황을 파악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조사였다.


2001년 이후 5년 주기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5번째를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5511명(가구당 1명)을 대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주관해 서울대와 한국갤럽 조사연구소가 3개월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국민의 8.5%로 나타났다. 약 355만명이다. 평생 유병률로 범위를 넓히면 27.8%에 달한다. 성인 4명 가운데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 

이 중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전체 1.7%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의한 우울장애는 ‘2주 이상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 흥미 상실, 식욕·수면 변화, 피로, 자살 생각 등으로 일생생활이나 작업상 곤란을 겪는 경우’다. 남자 1.1%, 여자 2.4%로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과 함께 우울증이 창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적 모임과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blu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5월 대한신경과학회가 공개한 2020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2020년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2배 이상 늘어났지만 한국 수준에는 못 미쳤다. 

발병률 높은데 치료율 낮아
숨겨진 우울증 환자 많을 듯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증 유병률이 5배나 폭증했다는 전남대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력이 없는 일반인 1492명과 대학병원 간호사 64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발생 이전 우울증 평균 유병률인 4%대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인 20.9%로 나타났다. 

전남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는 ▲경제적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높은 경우 ▲정신질환을 치료 중인 경우 청년층에서 증가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 가운데 전문가를 찾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평생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의사 등)에게 상담 또는 치료를 받는 이른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비율이 12.1%에 불과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016년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보인다. 1년 단위로 좁히면 7.2% 수준이다. 미국 43.1%(2015년), 캐나다 46.5%(2014년) 호주 34.9%(2009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우울장애의 경우 그 비율이 28.2%로 나타났다. 우울장애를 겪는 환자 10명 중 3명 정도는 전문가를 찾는다는 뜻이다. 역으로 말하면 나머지 70%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우울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도 된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우울증 유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치료 접근성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한국은 세계에서 우울증 치료를 가장 받기 어려운 나라”라며 “우울증 치료의 접근성은 외국의 20분의 1로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상황

지난해 9월 대한신경과학회가 내놓은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인구 1000명당 항우울제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라트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2013년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던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6년 뒤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SSRI(선택적 세르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우울제 사용량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정신과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 의사들의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고 있다. 2002년 3월 급여기준 고시 개정 이후 비정신과 의사의 경우 SSRI를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혹은 받지 않는 우울증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 ‘평소 고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우울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등의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 자살률에 비해 4배가량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예방의학과 조민우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100만명 이상의 진료 빅데이터(2002~2013년)를 활용해 우울증 집단의 자살률이 정상 집단과 비교해 높다고 발표했다.

남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 위험은 각각 2.5배, 1.5배 높았다. 


조민우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체 표본 집단 대비 우울증으로 새로 진단되는 환자의 비율은 매년 비슷했지만 전체 유병률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우울증이 잘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숨겨진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극단적 표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자살 고위험군’이 매년 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지 오래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자살로만 1만3195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36.1명 수준이다. 전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지만 국가 간 비교하면 내용은 처참하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보면 한국은 23.5명으로 OECD 38개국 평균인 10.9명의 2배가 넘는다. 비교 대상 국가 중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한국과 리투아니아(21.6명)가 유일하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국가 간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개념이다. 

자살은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5위다. 암‧심장질환‧폐렴‧뇌혈관 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의 4.3%를 차지한다.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간질환, 고혈압, 패혈증으로 죽는 사람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비율이 더 높다. 

자살률
부동 1위


질병이 아니라 외부요인에 의한 사망 중에서는 압도적이다. 외부요인으로 사망한 인구는 10만명 당 51.5명인데, 그중 25.7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운수사고는 7.7명, 추락사고는 5.2명으로 격차가 있다. 

심각한 부분은 40대 이상에서 자살률이 감소한 반면 10~30대에서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나 급등했다. 10대도 5.9명에서 6.5명으로 9.4%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20대 여성 자살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6.6명에서 19.3명으로 16.5%나 늘었다. 10대 남성 자살률이 5.5%에서 18.8% 늘어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 자살은 10~30대 사망 원인 중 압도적 1위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10.7%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2.5%는 자살을 계획, 1.7%는 실제 시도했다. 1년 단위로 좁히면 성인의 1.3%가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0.5%가 자살을 계획했으며 0.1%가 자살을 시도했다.

해당 통계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은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56.8%, 자살 계획자의 83.3%, 자살 시도자의 71.3%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청소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5일 ‘2022년 청소년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 2020년 9~24세 청소년 사망자 가운데 절반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1년부터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었는데 그 비율이 50%를 넘긴 것이다. 조사 사상 처음이다. 

2020년 기준 청소년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2.3% 감소한 1909명이다. 하지만 사망 원인인 고의적 자해(자살)가 957명(50.1%)에 이르렀다. 33.7%에서 50.1%로 17%p 이상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5년 새 35.8%→37.1%→41.0%→44.9%→50.1%로 늘어났다. 1000명 가까운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뒤로 하는 상황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의 비율도 늘었다. 중·고등학생 26.8%는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고, 고등학생 27.7%, 중학생 25.9%가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학생(31.4%)이 남학생(22.4%)보다 우울감 경험률이 높았다. 2019년 28.2%에서 2020년 25.2%로 떨어졌지만 다시 늘어났다. 

10대 사망자 절반 극단적 선택
조사 이후 처음으로 50% 넘어

스트레스에 노출된 청소년의 비율도 다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38.8%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0년 34.2%까지 떨어졌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늘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고등학생(41.2%), 중학생(36.4%) 순으로 높았고, 여학생(45.6%)이 남학생(32.3%)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노인 우울증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2020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3월부터 9개월에 걸쳐 노인의 가족 및 사회적 관계, 건강 및 기능상태 등을 조사한 결과다. 전국 969개 조사 구의 거주 노인 1만97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2008년 30.8%에서 2017년 21.1%, 2020년 13.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남자 노인은 10.9%, 여자 노인은 15.5%로 여성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65~69세 8.4%, 85세 이상 24.0%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 증상이 심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의 비율이 줄고 있다는 통계가 있지만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대적인 수에 있어서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젊은 층에 비해 정신과를 찾는 비율이 낮은 노인세대의 특성상 숨겨져 있는 우울증 환자의 비율이 상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률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미 10년 넘게 나오고 있는 말이지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OECD 1위인 한국의 자살률을 낮춘다는 취지를 내세운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가 창립됐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노인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등이 힘을 모았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창립된 학회 초대 회장으로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가 선출됐다. 부회장에는 강재헌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재유 원장(산부인과), 김한수 원장(내과), 박학수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신동진 교수(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가 뽑혔다.

학회는 인구 10명당 24.6명인 OECD 1위 자살률을 OECD 평균인 11.3명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OECD 최저인 우울증 치료 접근성(4%)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10년 넘게
특단의 대책

홍 회장은 “한국 국민이 어디서나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모든 의사의 책임이며 사명”이라면서 “우울증 환자들이 숨지 않고 주위에 쉽게 알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중등도 이상 우울증 치료율은 11.2%에 불과한 반면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3%”라며 “이것이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의 자살률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주요 이유”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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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