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고 우울증 지금 우리 사회는…

쉽게 낫지 않는 ‘마음의 감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음의 감기’ 우울증이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우울증은 불시에 찾아와 사람의 마음을 좀먹는다. 남녀노소도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우울증, 이른바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으로 인해 신체와 정신에 증상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감정·생각·신체상태·행동에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개인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 

2주 이상
우울감 호소

일시적으로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우울증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우울증이 발병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투약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우울감이 상당 정도 해소되고 발병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우울증 환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의지가 부족하다’ ‘나약하다’ 등 우울증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몰고 가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우울증 환자는 발병 사실을 숨기고 전문가 치료를 꺼리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장애의 유병률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현황을 파악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조사였다.


2001년 이후 5년 주기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5번째를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 5511명(가구당 1명)을 대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주관해 서울대와 한국갤럽 조사연구소가 3개월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알코올 사용 장애, 니코틴 사용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국민의 8.5%로 나타났다. 약 355만명이다. 평생 유병률로 범위를 넓히면 27.8%에 달한다. 성인 4명 가운데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 

이 중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전체 1.7%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의한 우울장애는 ‘2주 이상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 흥미 상실, 식욕·수면 변화, 피로, 자살 생각 등으로 일생생활이나 작업상 곤란을 겪는 경우’다. 남자 1.1%, 여자 2.4%로 여자가 남자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과 함께 우울증이 창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적 모임과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blu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5월 대한신경과학회가 공개한 2020년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2020년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2배 이상 늘어났지만 한국 수준에는 못 미쳤다. 

발병률 높은데 치료율 낮아
숨겨진 우울증 환자 많을 듯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증 유병률이 5배나 폭증했다는 전남대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력이 없는 일반인 1492명과 대학병원 간호사 64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 발생 이전 우울증 평균 유병률인 4%대보다 5배가량 높은 수치인 20.9%로 나타났다. 

전남대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는 ▲경제적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높은 경우 ▲정신질환을 치료 중인 경우 청년층에서 증가한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 가운데 전문가를 찾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평생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의사 등)에게 상담 또는 치료를 받는 이른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비율이 12.1%에 불과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016년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보인다. 1년 단위로 좁히면 7.2% 수준이다. 미국 43.1%(2015년), 캐나다 46.5%(2014년) 호주 34.9%(2009년)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우울장애의 경우 그 비율이 28.2%로 나타났다. 우울장애를 겪는 환자 10명 중 3명 정도는 전문가를 찾는다는 뜻이다. 역으로 말하면 나머지 70%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우울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도 된다.

대한신경과학회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우울증 유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치료 접근성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한국은 세계에서 우울증 치료를 가장 받기 어려운 나라”라며 “우울증 치료의 접근성은 외국의 20분의 1로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상황

지난해 9월 대한신경과학회가 내놓은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인구 1000명당 항우울제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라트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2013년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던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이 6년 뒤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SSRI(선택적 세르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우울제 사용량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게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정신과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 의사들의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고 있다. 2002년 3월 급여기준 고시 개정 이후 비정신과 의사의 경우 SSRI를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혹은 받지 않는 우울증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 ‘평소 고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주변 사람에게 우울하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등의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은 일반 자살률에 비해 4배가량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예방의학과 조민우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100만명 이상의 진료 빅데이터(2002~2013년)를 활용해 우울증 집단의 자살률이 정상 집단과 비교해 높다고 발표했다.

남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 위험은 각각 2.5배, 1.5배 높았다. 


조민우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체 표본 집단 대비 우울증으로 새로 진단되는 환자의 비율은 매년 비슷했지만 전체 유병률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우울증이 잘 치료되지 않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숨겨진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극단적 표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자살 고위험군’이 매년 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다다른지 오래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자살로만 1만3195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36.1명 수준이다. 전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지만 국가 간 비교하면 내용은 처참하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보면 한국은 23.5명으로 OECD 38개국 평균인 10.9명의 2배가 넘는다. 비교 대상 국가 중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한국과 리투아니아(21.6명)가 유일하다.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국가 간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개념이다. 

자살은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5위다. 암‧심장질환‧폐렴‧뇌혈관 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의 4.3%를 차지한다.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간질환, 고혈압, 패혈증으로 죽는 사람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비율이 더 높다. 

자살률
부동 1위


질병이 아니라 외부요인에 의한 사망 중에서는 압도적이다. 외부요인으로 사망한 인구는 10만명 당 51.5명인데, 그중 25.7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운수사고는 7.7명, 추락사고는 5.2명으로 격차가 있다. 

심각한 부분은 40대 이상에서 자살률이 감소한 반면 10~30대에서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대 자살률은 19.2명에서 21.7명으로 12.8%나 급등했다. 10대도 5.9명에서 6.5명으로 9.4% 늘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20대 여성 자살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6.6명에서 19.3명으로 16.5%나 늘었다. 10대 남성 자살률이 5.5%에서 18.8% 늘어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제 자살은 10~30대 사망 원인 중 압도적 1위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10.7%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2.5%는 자살을 계획, 1.7%는 실제 시도했다. 1년 단위로 좁히면 성인의 1.3%가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0.5%가 자살을 계획했으며 0.1%가 자살을 시도했다.

해당 통계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은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56.8%, 자살 계획자의 83.3%, 자살 시도자의 71.3%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청소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적나라한 현실이 드러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5일 ‘2022년 청소년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 2020년 9~24세 청소년 사망자 가운데 절반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1년부터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었는데 그 비율이 50%를 넘긴 것이다. 조사 사상 처음이다. 

2020년 기준 청소년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2.3% 감소한 1909명이다. 하지만 사망 원인인 고의적 자해(자살)가 957명(50.1%)에 이르렀다. 33.7%에서 50.1%로 17%p 이상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근 5년 새 35.8%→37.1%→41.0%→44.9%→50.1%로 늘어났다. 1000명 가까운 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뒤로 하는 상황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의 비율도 늘었다. 중·고등학생 26.8%는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고, 고등학생 27.7%, 중학생 25.9%가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학생(31.4%)이 남학생(22.4%)보다 우울감 경험률이 높았다. 2019년 28.2%에서 2020년 25.2%로 떨어졌지만 다시 늘어났다. 

10대 사망자 절반 극단적 선택
조사 이후 처음으로 50% 넘어

스트레스에 노출된 청소년의 비율도 다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38.8%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2019년 39.9%에서 2020년 34.2%까지 떨어졌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늘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고등학생(41.2%), 중학생(36.4%) 순으로 높았고, 여학생(45.6%)이 남학생(32.3%)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노인 우울증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2020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3월부터 9개월에 걸쳐 노인의 가족 및 사회적 관계, 건강 및 기능상태 등을 조사한 결과다. 전국 969개 조사 구의 거주 노인 1만97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2008년 30.8%에서 2017년 21.1%, 2020년 13.5%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남자 노인은 10.9%, 여자 노인은 15.5%로 여성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65~69세 8.4%, 85세 이상 24.0%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 증상이 심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 전문가는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의 비율이 줄고 있다는 통계가 있지만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절대적인 수에 있어서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젊은 층에 비해 정신과를 찾는 비율이 낮은 노인세대의 특성상 숨겨져 있는 우울증 환자의 비율이 상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자살률과 빈곤률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미 10년 넘게 나오고 있는 말이지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OECD 1위인 한국의 자살률을 낮춘다는 취지를 내세운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가 창립됐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노인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등이 힘을 모았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창립된 학회 초대 회장으로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가 선출됐다. 부회장에는 강재헌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재유 원장(산부인과), 김한수 원장(내과), 박학수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신동진 교수(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가 뽑혔다.

학회는 인구 10명당 24.6명인 OECD 1위 자살률을 OECD 평균인 11.3명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OECD 최저인 우울증 치료 접근성(4%)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10년 넘게
특단의 대책

홍 회장은 “한국 국민이 어디서나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모든 의사의 책임이며 사명”이라면서 “우울증 환자들이 숨지 않고 주위에 쉽게 알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중등도 이상 우울증 치료율은 11.2%에 불과한 반면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3%”라며 “이것이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의 자살률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주요 이유”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