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경찰에 큰 변화가 있었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국가수사본부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벌써부터 단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장점이라고 본다면, 단점은 변화의 내용, 방향, 방법의 문제일 것이다.
자치경찰은 ‘자치 없는 자치경찰’이라는 호된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권 조정과 그 결실인 국가수사본부 또한 국민들이 바랐던 미국 FBI와는 너무나 먼 현실이라는 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경찰개혁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무엇보다 한국 경찰의 가장 큰 문제이자, 근본적인 개혁 대상이기도 한 조직 구성체계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경찰 조직은 첨탑형, 피래침형, 항아리형 등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요, 개혁 대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찰 조직은 ‘부채살형’, 즉 평면형 조직(Flat organization)이어야 한다.
과거 순경, 경사, 경위, 경정, 총경, 경무관으로 나뉘었던 경찰 조직은 이후 경장, 경감, 치안감, 치안정감이 추가됐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이 실현되면 경찰 계급은 총 12단계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경찰에서 현장 실무를 맡는 계급은 순경, 경장, 경사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나머지 아홉 계급은 현장에서 동떨어진 간부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분수 조직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곧 현장 인력(field officer)의 부족을 의미한다. 당연히 경찰개혁의 시작은 경찰 계급의 축소, 단순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미국을 보라. 경찰은 5~6개 계급이 전부다. 그만큼 현장 실무 인력이 많다는 뜻이다.
경찰관이 되는 입직 창구도 달라져야 한다. 국내에서는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등 거의 모든 계급에서 경찰관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모든 경찰관이 순경(patrolman) 계급부터 시작한다. 경찰은 경험에서 배운다는 철칙 때문이다.
경찰 임무는 표준화하기 어렵고, 당연히 책에서 배우기 힘든 것들이다. 훌륭한 경찰은 거리에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특히 경찰 업무는 소위 ‘찰나의 결정(split second decision)’이 좌우하기에 경험은 더욱 절실하다.
경찰 계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고, 입직 창구를 순경으로 일원화하려면 내근 인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민간화(civilianization)’와 ‘민영화(privatization)’에도 주목해야 한다.
경찰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내근 인력이 지나치게 많다. 경찰관서가 크다는 건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방한한 외국 경찰학자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국내 경찰서는 왜 이렇게 크냐는 것이다.
경찰은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에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는 민간인에게 맡겨라. 그래도 부족하면 민간에 위탁하라. 제복 입은 경찰관(sworn officer)은 현장에 있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개혁이 먼저고, 그 다음은 어쩌면 각론에 불과할 수 있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