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곧 프리미엄 목 좋은 단지는?

각종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있지만, 여전히 입지 여건이 좋은 분양단지는 높은 관심을 사고 있다. 좋은 입지는 투자 성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입지는 초역세권 입지 프리미엄, 트리플 역세권 입지 프리미엄, 수변 조망권 입지 프리미엄 등이 있다. 먼저 분양시장에서 역세권 단지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 사이에도 인기를 이어가는 스테디셀러로 불린다.

여전한 인기
스테디셀러

특히 역과의 거리가 300m 이내인 초역세권 단지에 관심이 크다. 대중교통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을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출퇴근 환경이 부각되고 역 인근으로 형성되는 상권은 편리한 주거생활을 제공한다.

지하철역은 집값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역과 접근성이 좋은 단지는 수요층이 두꺼워 가격 상승률이 높고, 불황기에 가격 하방경직성이 강하다. 같은 역세권 중에서도 역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집값이 많게는 수억원 이상씩 차이 나는가 하면 신규 분양 단지의 청약 성적도 크게 갈린다.

지난 1월 분양한 서울 강북구 소재 ‘북서울자이폴리스’와 지난달 공급된 경기도 구리시 소재 ‘힐스테이트 구리역’의 흥행이 대표적이다. 각각 평균 경쟁률 34.4대1과 14.9대1을 기록했다. 두 단지 모두 뛰어난 지하철 접근성이 인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하철은 도심 속 일상적 이동 수단으로써 상업, 업무, 주거 등 다양한 요소와 연결된다. 역 접근성이 좋을수록 다양한 생활인프라를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자연히 주거 선호도로 이어지고, 희소성 및 환금성 측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도권의 경우 출퇴근시간 교통 체증이 심각한 만큼, 정시성을 갖춘 지하철을 선호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 갈매역 바로 앞에 위치한 ‘갈매역 아이파크’는 지난달 기준 전용 84㎡ 시세가 9억4000만원이다. 반면 갈매역과 약 1㎞ 떨어진 ‘갈매더샵 나인힐스’는 갈매역 아이파크와 같은 면적을 비교했을 때 시세는 8억500만원 수준이다.

또 서울지하철 3호선 녹번역을 기준으로 도보 약 1분 거리인 ‘힐스테이트 녹번’은 전용 84㎡ 기준 시세가 13억4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도보 약 13분 거리인 ‘녹번역 센트레빌’의 경우 같은 면적 시세가 9억4000만원 선이다. 동일 역세권 내에서도 역과의 거리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좋은 입지는 성공 투자의 절반”
불확실한 시대 투자처로 각광

지하철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는 분양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 역세권이 아니라 ‘몇 개의 노선’이 겹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노선이 많아지면서 다중 노선 여부가 주거지의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것이다.
대중교통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의 경우 수요층 유입이 두드러져 시세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또한 타 지역과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출퇴근 환경이 좋고,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때문에 주변 단지에 비해 높은 시세와 가격 상승을 누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수도권은 현재 23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있는 만큼 단일 역세권, 더블 역세권에서 더 나아가 노선이 각기 다른 역 3곳 이상을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사업 추진이 본격화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나 신안산선 등 광역 교통망이 뚫리는 곳을 중심으로 트리플 역세권 프리미엄 단지가 속속 등장하는 모양새다. 실제 트리플 역세권을 갖춘 단지들은 희소성 프리미엄이 더해지며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전용 84㎡의 지난해 6월 일반 평균 매매가는 10억5000만원으로 2020년 6월 8억7000만원 대비 20%가 넘게 올랐다. 이 단지는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3개 노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초역세권·트리플 역세권·수변 조망
안정적 임대수익에 투자가치도 높아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트리플 역세권 아파트에 인기가 집중되고 있다. 2020년 6월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짓는 ‘부평 SK뷰 해모로’가 평균 105.3대1이란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환승역인 부평역이 가깝고, 현재 계획 중인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부평역과 연결되면 트리플 역세권 입지를 갖추게 된다.

집에서 자연환경 조망이 가능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1년이 넘게 이어지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천, 호수나 바다와 같은 수변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산이나 숲을 볼 수 있는 단지보다 희소하다. 또 물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수변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한정된 입지 희소성을 바탕으로 집에서 자연환경을 감상하려는 수요자가 몰려 집값이 다른 단지에 비해 많이 오를 수 있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좋은 입지는 성공투자의 절반으로 불릴 만큼 실거주자나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며 “좋은 입지는 안정적인 임대 수익 보장은 물론 희소성이나 투자가치도 높은 만큼 불확실성이 넘치는 시대에 투자처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입지 프리미엄 단지.

희소성으로
집값 상승

 

▲동대문 프라임시티=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에 들어서는 165세대 규모의 ‘동대문 프라임시티 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서울 1호선 신설동역 4번 출구 바로 앞, 6차선 대로변에 위치한 동대문구 신설동 98-28번지에 위치한다. 동부간선도로, 북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 등 편리한 도로망과 함께 종로까지 15분, 강남 및 잠실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직주근접성을 갖췄다.

또 단지 인근에 동대문패션타운과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대형마트, 청계천 등 다양한 어반라이프 인프라가 편리한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 강북권 재생사업의 핵심지로 청량리재정비촉진지구, 용두동도시재생사업 등의 직접적인 수혜지로 알려져 있다.

차별화된
특화설계

현장 주변에 용두 5구역(이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용두 6구역(에래미안 엘리니티), 청량리4구역 재정비촉진지구(롯데캐슬 SKY-L65), 청량리3구역(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의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주거 환경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 관계자는 “하나자산신탁이 시행을 담당하고 지엘건설이 시공을 맡은 동대문 프라임시티는 총 165실 규모의 A TYPE 전용 17.25㎡와 C TYPE 전용 28.09㎡로 분리형 1.5룸 더블복층 구조의 도심형 오피스텔”이라며 “차별화된 특화설계와 트리플 역세권 직주근접 입지까지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방문객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분양과 동시에 조기 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디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 효성중공업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93-1 일원에 조성되는 ‘디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를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20층, 2개동, 전용면적 58~63㎡ 총 266 실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로는 58㎡A 19실, 58㎡B 152  실, 59㎡A 19실, 59㎡B 38실, 63㎡ 38실로 주거 대체 상품인 투룸으로 구성된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3호선 남부터미널역, 2·3호선 교대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오피스텔 인근 반포대로와 남부순환도로 등을 통해 주요 도심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서리풀터널을 통해 방배동 서초대로가 연결돼 서초권역의 교통망도 우수하다.


다양한 개발사업도 예정돼 있다. 서초구의 ‘서초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에 따르면 서초대로 일대 롯데칠성 터, 코오롱 터, 라이온미싱 터 등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국제업무·상업 복합 중심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또한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인근 옛 정보사령부 터도 첨단 기업과 자연, 문화 공간 등이 어우러진 문화예술복합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정보사령부 터 전체 16만㎡ 중 공원을 제외한 약 9만6797㎡에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클러스터와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양재 R&CD 특구 지정도 추진 중으로, AI 산업 혁신거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한남IC~양재IC)을 지하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상부 공간에 공원·문화관광 복합지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디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는 2개동을 스카이브리지로 연결해 서초의 새로운 트윈타워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 내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다. 총 50세대의 대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며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 (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이 단지는 홍천강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거기에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가 강원도 홍천이다. 홍천은 강원도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인접해 거리가 가깝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에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홍천터미널을 이용해 서울 광진구 동서울 종합 터미널까지 약 1시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경기, 강원권 등 접근이 용이하다. 특히 홍천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용문~홍천 광역철도 건설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정상 추진되기로 발표됐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용문에서 홍천까지 이동시간은 93분에서 35분까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쾌적한
주거환경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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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