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국내 게임사 떠는 이유

이래저래 손님 떨어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게임사들이 속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대형 게임사들은 대러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어설프게 특정 국가 제재에 동참했다가 얻을 불이익을 걱정하는 모양새.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국내 게임사들의 태도로 인해 얻을 ‘글로벌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유명 게임사들이 연이어 러시아에서의 게임 서비스와 관련 상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의 모호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적으로 러시아를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고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자칫 친러 기업이라는 글로벌 낙인이 찍혀 해외 이용자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비판 목소리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에픽게임즈가 러시아에서의 게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5일, 대니얼 알레그리 액티비전 블리자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에픽게임즈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의 상거래를 중지하고 있다”며 “다만 이미 게임을 보유한 러시아 이용자가 게임에 액세스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에픽게임즈 외에도 다양한 게임사들이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위쳐’와 ‘사이버펑크 2077’ 개발사 씨디 프로젝트 레드의 모회사 씨디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러시아 우방국 벨라루스에서 모든 게임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피파22’ ‘피파 모바일’ ‘NHL22’ 등 자사 스포츠 게임에서 러시아 대표팀 등을 삭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러시아에서 콘솔 게임기기인 ‘엑스박스’를 비롯해 윈도우 등 모든 제품의 신규 판매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닌텐도는 러시아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디지털로 구매할 수 있는 ‘닌텐도 이숍’(eShop)을 유지 관리 모드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러시아 게임 서비스 중단을 공식 결정한 국내 게임사는 없다. 라이엇게임즈가 러시아에서의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으나 이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따른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달 24일부터 미국 행정부 명령에 따라 ‘리그오브레전드’ ‘발로란트’ 등 자사 IP 게임의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 2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SNS를 통해 세계 각국 주요 게임사를 상대로 러시아 제재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글로벌 주요 게임기업의 실명을 직접 열거하면서 “러시아군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며 “유치원, 고아원, 병원까지 폭탄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것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현대 국가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 세상에 폭력은 없어져야만 한다. 우리 목소리가 푸틴에게 닿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우크라 호소에 대형 게임사 동참
‘K-게임’ 서비스 중단 결정 머뭇

그가 올린 게시글에는 블리자드, 닌텐도, 에픽게임즈 등 다국적 기업과 함께 국내 게임사로는 유일하게 크래프톤의 이름이 포함됐다. 크래프톤은 물론이고 NC와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대형 게임기업은 모두 대 러시아 서비스 중단과 관련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러시아 서비스 제공 중단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해외 의존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게임업계는 내수시장이 작아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대형 게임사들의 실적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30% 대에서 많게는 80%를 웃돈다.

해외부문에서도 유럽은 북미, 동남아시아와 함께 국내 게임업계 실적을 뒷받침하는 3대 거점시장 중 한 곳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누리꾼들의 싸늘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쉽사리 발을 빼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판호 발급 중단으로 중국 진출이 가로막히면서 러시아는 국내 게임업계가 무시할 수 없는 신흥시장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얻는 장르가 MMORPG라는 점도 국내 게임업계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소로 볼 수 있다.

MMORPG는 국산 ‘K-게임’을 상징하는 장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포트폴리오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MMORPG 기반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이 러시아 앱스토어 매출 각 2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게임사들이 현지 퍼블리싱 기업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제재 동참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은 러시아 메일루(Mail.RU) 그룹과 협업 중이다.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현지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민한 문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기업 입장에선 정치적 이슈가 있는 사안에 되도록 안 끼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 아닌 이상 정치 이슈에 잘못 휘말려 중국 사드 때와 같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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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