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체험 마을 ②제주 청수마을

겨울에 만나는 초록빛 곶자왈

소설가 김훈은 “‘숲’이라고 모국어로 발음하면 입안에서 맑고 서늘한 바람이 인다”고 했다. 앙상한 가지에 내려앉은 하얀 눈꽃도 아름답지만, 겨울이 되면 싱그러운 초록빛 숲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겨울에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 곶자왈이다. 제주시 한경면에 자리한 청수마을은 주민 해설사와 함께 곶자왈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불규칙한 암괴 지대에 다양한 동식물이 생태계를 이룬 지역이다. 제주 사투리로 숲을 뜻하는 ‘곶’과 나무나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진 수풀을 의미하는 ‘자왈’이 결합한 말이다. 예부터 곶자왈은 농사짓기 어려워 방목지로 쓰고, 땔감이나 숯을 얻는 데 이용했다.

새롭게 주목

최근 곶자왈이 새롭게 주목받는다. 오랜 세월 불모지로 버려진 탓에 자연림이 형성됐고, 우리나라 최대 난대림으로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다양하게 공존한다. 짙푸른 산림 덕분에 텃새의 번식에도 큰 도움을 준다. 크고 작은 암괴가 두껍게 쌓여, 빗물이 지하로 유입돼서 지하수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한겨울에도 푸른 나뭇잎과 양치식물, 이끼가 이산화탄소를 소비해 ‘제주 생태계의 허파’라는 평까지 얻었다. 이에 2011년 제주곶자왈도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곶자왈의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를 시작했다.

곶자왈은 제주 곳곳에 있지만, 청수마을이 속한 한경·안덕곶자왈은 애월곶자왈, 조천·함덕곶자왈, 구좌·성산곶자왈과 함께 제주 4대 곶자왈로 꼽힌다. 한경·안덕곶자왈은 주요 수종이 가시나무류와 녹나뭇과 식물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멸종 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된 개가시나무의 최대 분포지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청수마을에 자리한 청수곶자왈에도 다양한 희귀 식물이 자란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에 분포하는 섬다래, 제주와 거문도 등지에서 자생하는 가는쇠고사리, 2006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돼 너럭바위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 ‘빌레’를 이름으로 붙인 빌레나무 등이다. 또 늘푸른나무인 종가시나무가 수종의 70%를 차지해 1년 내내 푸른 숲을 자랑한다. 참나무에 속하는 종가시나무는 가을쯤 도토리가 익는데, 청수곶자왈에는 다람쥐가 서식하지 않아 겨울에도 탐방로에 도토리가 수북이 쌓여 계절을 잊게 만든다.


청수곶자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식물은 백서향이다. 꽃을 향료로 사용할 만큼 향기가 좋은 백서향은 한때 제주 곶자왈에서 흔했다. 그러나 달콤한 향기 때문에 조경이나 분재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마구잡이로 채취돼, 지금은 조천읍 선흘리와 이곳 한경면 고산리·청수리에 드물게 분포한다. 백서향은 이른 봄에 하얀 꽃이 피는데, 청수마을에선 2월부터 탐방객을 백서향 서식지로 안내해 그윽한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청수마을은 월·수·금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주민 해설사가 동행하는 청수곶자왈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둘레가 2.48㎞인 청수곶자왈은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는 데 어른은 60분, 아이들이 있는 경우 90분 정도 걸린다. 탐방로가 대부분 흙길이라 운동화 착용이 필수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곤란하지만, 숲이 우거진 곶자왈의 특성상 바람이 많은 날이나 가는 비가 내릴 때는 탐방이 가능하다.

울창한 숲 만날 수 있는 곳
곶자왈 탐방 프로그램 인기

여름밤에는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주 사투리로 ‘불난지’라 불리는 반딧불이는 청정 자연을 대표하는 곤충이다. 청수곶자왈에는 한국 고유종인 운문산반딧불이가 대규모로 서식하는데,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관찰할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곶자왈에서 만나는 반딧불이의 신비로운 노란빛이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낭만을 선사한다.

청수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곶자왈 탐방 외에도 아크릴물감으로 추억의 고무신 꾸미기, 나만의 머그잔 만들기, 직접 그림을 그려 내 방을 은은하게 밝혀줄 수면등 만들기 등 다양하다. 월·수·금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진행하며, 탐방 프로그램과 함께 체험 가능하다. 탐방 프로그램 4000원, 체험 프로그램 1만2000원(통합권 1만4000원)으로 현재 네이버예약에서 신청할 수 있다.

청수마을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예술곶 산양이 자리한다. 폐교한 산양국민학교를 전시 공간으로 꾸며, 지역 예술가의 레지던시로 사용하고 다양한 기획전을 연다. 다음 달 31일까지 〈2021 예술곶 산양 레지던시 결과 보고전: 산양연회〉가 이어지는데, 이곳에 머물며 창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뜻깊다. 옛 초등학교 건물인 만큼 푸른 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널찍하고, 곳곳에 쉴 만한 벤치가 있어 아이들과 들르기 부담 없다.

청수마을 주민도 즐겨 찾는다는 용수항에는 성김대건신부제주표착기념관이 볼거리를 더한다. 김대건 신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배를 타고 조선으로 향하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제주 용수리 해안에 닿았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목숨을 구한 것에 감사하는 미사를 올렸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가 처음 올린 미사로 큰 의미가 있다. 기념관에 이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하고, 야외에 김대건 신부가 타고 온 라파엘호를 복원했다. 기념관 왼쪽에 어둠을 밝히는 등대 모양 기념성당이 있어 천주교 신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차귀도

용수항에서 바로 보이는 섬이 차귀도다. 근처 자구내포구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다. 1973년 마지막까지 섬을 지키던 세 가구가 떠나면서 무인도가 된 차귀도는 각종 바닷새와 식물이 낙원을 이뤘다. 2000년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2011년 일반에 개방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리고, 유람선을 이용하면 차귀도 트레킹과 함께 배 위에서 웅장한 해안 절벽까지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청수마을→예술곶 산양→용수항→성김대건신부제주표착기념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청수마을→예술곶 산양→용수항→성김대건신부제주표착기념관
둘째 날: 자구내포구→차귀도→수월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kr
- 예술곶 산양 www.sanyang.or.kr  

문의 전화
- 제주시청 관광진흥과 064)728-2750
- 청수마을 064)772-1303
- 예술곶 산양 070-8990-8200
- 성김대건신부제주표착기념관 064)772-1252
- 차귀도유람선 064)738-5355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51번 급행버스 이용, 오설록티뮤지엄 정류장에서 771-2번 지선버스 환승, 웃뜨르빛센터 정류장 하차. 제주국제공항에서 152번 급행버스 이용, 동광환승정류장2에서 771-2번 지선버스 환승, 웃뜨르빛센터 정류장 하차.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064)710-2447, http://bus.je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중문·노형 방면→중문·대정 방면→월산정수장입구에서 중문·한림 방면→해안교차로에서 직진→동광1교차로에서 동광·영어교육도시 방면→동광육거리에서 구억·구억리·영어교육도시 방면→영어교육도시1교차로에서 대정·영어교육도시·구억 방면→저지 방면→웃뜨르빛센터(청수마을)

숙박 정보
- 늘송파크텔: 제주시 원노형5길, 064)749-3303, www.nepark. co.kr
- 제주R호텔 제주점: 제주시 서광로14길, 064)757-7734, www.jejurhotel.com
- 제주에코스위츠휴양펜션: 서귀포시 중문상로, 064)738-9975, www.jejueco.com

식당 정보
- 맛있는폴부엌(파스타·스테이크): 한경면 녹차분재로, 010-2169-1624, www.instagram.com/paulkitchenjeju
- 양가형제 본점(햄버거·감자튀김): 한경면 청수동8길, 010-4938-5455, www.instagram.com/yangbrothersburger
- 제주고로(덮밥·우동): 대정읍 서삼중로, 064)794-9080, www.instagram.com/jejugoro

주변 볼거리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도지오름, 오설록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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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