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서귀식 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 회장

“수선 기능인 손기술 세계 최고…정부는 뒷짐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류수선 리폼업계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업계 자체가 사장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일요시사>가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는’ 의류수선 리폼업계 현실을 들여다봤다.

의복 봉제 산업 등 경공업은 1970~1980년대 중화학 공업과 함께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끈 한 축이었다. 당시 봉제 산업과 양장 산업의 호황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990~2000년대 들어 전국 곳곳에 백화점이 생기고 기성복 시장이 커지면서 두 업계는 사양길을 걷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이후 봉제 기술자와 양장 기술자는 의류수선 업자로 변모, 현재의 의류수선 리폼 시장의 핵심축이 됐다. 수선리폼업은 ‘어디에나 있지만 또 어디에도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는 무심결에 지나치지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골목마다 수선실이 존재한다. 수선리폼업이 ‘변방의 생활업종’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의류수선 리폼산업 시장은 그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지난해 12월 기준). (사)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의류수선 리폼 업체 수는 2만3000여개로 관련 종사자 수는 19만3000여명에 이른다. 향후 시장 규모가 5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 잠재력을 싹틔우기도 전에 업계가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선 리폼 업계는 말 그대로 늙어가고 있다. 기존의 종사자들은 은퇴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종사자가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


여기에 전체 업체 수의 30%가량이 미등록 사업장이라 이미 사각지대에 있는 업계에 또 다른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대한의류수선리폼협회(이하 수선리폼협회)는 이 같은 업계 상황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2017년 9월 창립됐다. 2018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허가와 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수선리폼협회는 종사자 권익 보호와 환경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소외당하고 있던 수선리폼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2만3000여개 업체, 20만 종사자
2조원 시장 규모에도 지원 없어

하지만 열악한 업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선리폼협회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할 시점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 활성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지난 5년간 사비를 들여가며 노력해왔지만 변화가 없기 때문. 게다가 코로나19로 업계 자체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수선리폼협회 사무실에서 서귀식 회장, 류태웅 상임이사를 만났다. 각각 서울 잠실, 경기도 성남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매일 안양의 사무실로 출근 도장을 찍고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생업보다 업계 상황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정말 (업계)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수선기능인은 점점 나이를 먹어 가는데 젊은 사람이 유입되지 않으니 업계 자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기술력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이 업계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협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선리폼협회는 일부 수선리폼 업체의 음성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 중인 업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관련 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미등록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흔히 말하는 객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은 주 66시간 근무, 소득 불평등 등에 시달리면서도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각종 지원 혜택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 회장은 “누구든지 수선 리폼 업체를 할 수 있는 현 상황을 신고제 또는 허가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음지에 있던 분들을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며 “또 수선 리폼 기술 관련 공인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협회에서 민간자격증을 발행하고는 있지만 이를 공인화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도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류 이사는 “옷을 수선하고 리폼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대면해야 한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확실하게 말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수선 리폼업은 대면 업종으로 분류되지 않아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수선 리폼 업체의 매출은 40~50% 줄어들었다.

전체의 30% 미등록 사업장 
신고 양성화·공인자격증화

수선리폼협회는 미용업계나 세탁업계처럼 신고제나 허가제를 통해 업체를 양성화해 정부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관리하에 시장 경제에 편입될 수 있는 것.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등의 방식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 회장은 “현재 수선 리폼 업계 일자리 통계를 보면 매년 1만명 정도가 부족하다. 패션 관련 대기업은 자체 수선실을 두고 수선기능인을 고용해 전국에서 발생하는 AS를 책임진다. 이 수선실에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북한, 중국,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한국 기술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수선리폼협회는 수선기능인 양성, 기술력 향상 등을 맡고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술 관련 장비 지원, 교육 시설 대여, 협회 상근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 말 그대로 수선 리폼 업계를 살려 달라는 호소다.

인터뷰를 보고 있던 또 다른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한마디로 수선 리폼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선리폼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대분류 경비‧청소, 중분류 청소‧세탁, 소분류 세탁으로 돼있던 직무코드를 대분류 섬유‧의복, 중분류 의복 관리, 소분류 세탁‧수선으로 바꿨다. (수선리폼업이)독립된 직무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탁업에 편입돼있다는 인식을 바꿀 첫걸음인 셈”이라고 전했다.

NCS 직무회의 참석, 국민귄익위원회 제소 등 활발한 문제 제기 끝에 이뤄낸 결과다. 지난달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 회장과 류 이사는 종사자의 참여를 호소했다. 서 회장은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가 이 상황까지 몰린 건 누구 하나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개인이 아무리 똑똑하다 할지라도 여럿이 모여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귀 기울이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각지대

이들은 “수선 리폼업은 조선시대 ‘삯바느질’에서부터 시작됐다. 1970~1980년대에는 국가의 근간 산업으로, 경제 발전의 1등 공신이었다. 우리나라 수선기능인의 손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썩히지 말고 미국이나 호주, 일본처럼 의류 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정부 차원의 노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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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