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선택 아닌 필수 ‘테라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테라스(Terrace)’를 갖춘 주거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집 속에 있으면서 밖을 연결해주는 테라스 공간은 외부에서 타인 없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안전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지금 테라스는 많은 사람에게 힐링 공간이 되고 있다. 식물을 가꿀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이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며, 작은 홈 카페가 되는 등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완벽한
안전지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 시장에서 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 등의 이름이 붙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테라스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처럼 단지를 형성해 관리 및 커뮤니티시설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한편, 단독주택처럼 가구마다 테라스와 개별 정원을 갖춘 주택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9월 SK에코플랜트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 B1블록에 선보인 ‘판교 SK뷰 테라스’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무려 316.75대1에 달했다. 아파트가 아닌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단지인데도 수요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은 것이다. 단지명에서도 드러나듯, 테라스 공간과 복층 다락 공간 등의 특화설계를 앞세운 단지다. 지하 1층~지상 4층, 전용면적 75㎡~84㎡, 16개동, 총 292가구로 조성된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시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의 경우 257가구 모집에 1만2143명이 몰려 평균 47.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의 평균 경쟁률은 8.3대1, 최고 경쟁률은 55.5대1이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시운정신도시에서 공급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6.6대1이었다.


단지명에 ‘테라스’를 앞세운 도시형 생활주택은 더 있다. 앞서 분양한 인천 서구 ‘청라파크자이더테라스’, 경기도 수원시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 경북 경주시에 공급되는 ‘웰라움 더 테라스’, 포스코건설이 10월 인천 송도에 공급하는 ‘더샵 송도엘테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단지 전체 가구를 테라스형 구조로 조성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2개 층을 통합해 1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듀플렉스, 루프톱 구조로 적용한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기 끄는 특화 단지
주거용 오피스텔·타운하우스 필수

매매가도 크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송도 힐스테이트 더테라스’주거용 오피스텔 전용 84.01㎡는 지난해 11월 6억2000만원(2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4억4000만원(4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1억8000만원 오른 것이다. 세종시에 위치한 ‘더샵 레이크파크’도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18.83㎡가 지난해 8월 12억(1층)에 거래됐지만 그해 11월 13억50 00만원(1층)에 거래돼 3개월 만에 1억5000만원 상승했다.

타운하우스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동안 일반적인 아파트보다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품이란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자들의 인식이 변화하면서 가치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가구에 대한 희소성도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공급된 ‘위례자이더시티’는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84㎡타입 경쟁률이 1168대1로, 전체 주택형 중 가장 치열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분양한 ‘반정 아이파크 캐슬 5단지’에서 최고 경쟁률을 보인 주택형도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 전용 112㎡형으로, 경쟁률은 100.5대1에 달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저조하다고 평가돼왔던 타운하우스나 테라스하우스들도 주택 시장의 불안과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만나면서 가치가 크게 뛰었다”면서 “코로나 종식 대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재택근무, 원격근무제도가 확산할수록 테라스 설계를 적용한 주거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희소성이 부각돼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테라스 특화 단지.

청약 시장
희소성 부각

 


▲홍천 리빙웰타운=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하화계리 720-5번지 일대에 2층 구조 테라스형 타운하우스인 ‘홍천 리빙웰타운’이 분양 중이다. 국내 유일 강변온천인 홍천 온천지구의 고품질 온천을 각 가정에서 즐기는 타운하우스로, 총 50세대의 대단지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건축된 타운하우스는 전용 89㎡(구 27평형), 99㎡(구 30평형), 109㎡(33평형), 145㎡(44평형) 등 4가지 타입이다. 전용 89㎡(구 27평형)의 경우 2억대 가격으로 공급된다. 서비스 공간인 테라스를 포함하면 분양 면적이 357㎡(108평)~403㎡(122평)까지 된다.

필지분양의 경우 분양주를 위한 맞춤형 평면 설계로 시공된다. 입주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 이 제공되는데 집안에서 온천을 테마로 스파나 월풀 등을 추가적인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대규모 풀장 조성, 텃밭제공, 넓은 독립 마당, 광폭 테라스 제공 등이 있다.

집에서
온천을

이 단지는 홍천강 변의 사계절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녹색 힐링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홍천강을 따라 산책로, 자전거 길,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각종 휴양림과 테마파크 등 홍천군에만 약 20여개의 캠프장과 래프팅 명소가 있어 자연과 함께하는 각종 여가생활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다.

강원도 홍천은 전원생활을 희망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홍천은 강원도 내 다른 지역 중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과 인접하다. 동서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5번과 44번국도가 관통하는 지역으로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길목이며 강원도 내륙 교통의 요지다. 유명한 산과 계곡, 강이 곳곳에 있어 자연경관도 수려하다. 이런 이유로 전원생활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홍천 리빙웰타운은 선착순으로 필지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에 집이 있어 1가구2주택이 돼도 양도세는 비과세 된다. 홍천군 지역에서 대지 200평 미만, 기준시가(분양가 혹은 실거래가 아님) 2억원 미만 주택은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분양 관계자는 “전원생활이나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적합한 쾌적한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며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홍천군 도시재생 사업, 양평군 소재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홍천군 소재 제11기계화보병사단으로 흡수되는 등 개발호재가 겹치면서 수도권 거주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 현대엔지니어링이 동탄2신도시 문화디자인밸리에 ‘힐스테이트 동탄 더 테라스’를 특별공급한다.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 상품으로 지하 1층~지상 4층, 9개동, 전용면적 138·148㎡, 총 125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동탄2신도시 최초로 전 세대가 복층 구조의 대형 평형 테라스 하우스로 조성돼 공간 활용성도 우수하다. 특히 타입별로는 지하 층, 다락을 도입해 홈 카페나 홈 오피스(서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휴식, 업무, 학습, 취미 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일반공급(무주택자)은 시세의 95% 이하, 특별공급(청년, 신혼부부)은 시세의 85% 이하 전세형으로 거주할 수 있다. 최장 10년(2년마다 재계약) 동안 거주가 가능하다.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거주기간 동안은 취득세, 보유세와 같은 세 부담이 없다. 공공 지원 민간임대주택 상품으로 공급돼 청약통장 유무, 당첨 이력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 무주택세대구성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과 도심 인프라를 품은 도심권 테라스 하우스 상품으로 조성돼 주거 쾌적성이 우수하다. 우선 단지 앞에는 오산천이 흐르고 주변에는 방아다리공원 등 녹지공간이 갖춰져 있다. 특히 단지에서는 주변 녹지 조망도 가능해 입주민은 사계절의 변화를 집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르 니드= ㈜에스엔에이치씨(시행)와 롯데건설㈜(시공)이 함께 선보이는 ‘르 니드’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원에 지하 8층~지상 20층, 전용면적 42~130㎡의 총 156실 규모로 공급되는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다.

‘둥지’라는 뜻처럼‘전 실이 테라스 형태의 둥지와 같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24개 타입에 세대당 개별 테라스를 적용해 나만의 정원, 나만의 카페 등을 만들어 테라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집서 안전하게 여가와 휴식
정원, 카페 등 나만의 공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요자들이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Customize)’를 실현해 하이엔드 오피스텔에서 만끽하는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여기에 사는 사람의 개성과 디테일한 취향을 담았다는 점, 수준 높은 가전·가구 등의 상품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어 희소성 있는 공간까지 구현했다.

단지는 LDK 평면을 구성해 실용적이고 쾌적한 동선이 계획되며, 오픈형 다이닝 키친과 바(Bar)를 설계해 요리와 업무, 미팅, 파티, 취미활동 등을 즐길 수 있다. 일부 타입에는 대형 신발장,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이 마련돼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독일의 명품 주방가전(BORA) 및 주방가구(LEICHT), 이태리의 원목마루와 마감재 등의 풀옵션 상품을 빌트인 배치해 하이엔드에 대한 가치도 살렸다.

실내농구장과 러닝트랙이 마련되고, 스크린 골프 연습장, 피트니스 등 어메니티 공간도 마련된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와 세대당 1.2대 이상의 100% 자주식 주차공간 등 하이엔드 라이프의 디테일까지 높였다.


주거문화
새 트렌드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청약 자격, 자금조달계획서, 재당첨 제한, 청약가점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내 집 마련을 덜어주기 위한 분양 조건도 갖췄다.

 

▲라펜트힐= 현대건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 870-1번지 일원에서 펜트하우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고급 주거공간 ‘라펜트힐’을 선보인다. 지하 3층~지상 22층, 2개동, 전용면적 201~244㎡ 총 72세대 규모다. 지상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대에 테라스가 제공돼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고, 릴렉스 피트니스·프라이빗 스튜디오·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도 단지 내 마련될 예정이다. 라인별로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프라이빗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대마다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전용 공간에서 안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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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