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꾸벅' 버티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한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0 14:56:36
  • 호수 13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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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어차피 3월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반복된 사과는 진실성을 떨어뜨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반복되는 김 청장의 사과에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또 고개를 숙였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김 청장은 사과만 벌써 10번째다. 임기 동안 약 두 달에 한 번꼴로 사과를 한 셈이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뒤늦게 사과만 하는 김 청장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휘청거리는 
민중 지팡이 

김 청장은 취임 초기 ‘선제적 예방활동’을 강조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경위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청장님은 취임 후 뭘 했습니까. 변해야 하는 조직을 청장님은 5년, 10년 전으로 되돌려놨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거주지를 찾아가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이석준은 해당 사건 4일 전인 6일, A씨를 감금·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임의동행과 휴대폰 임의제출에 동의한 점을 들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귀가 조치했다. 이어 경찰은 다음날 A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과 신변보호 대상자 지정 조치를 했지만, 가족의 참변을 막지는 못했다.


김 청장은 지난 13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 등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에 대해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경찰청의 부실 대응으로 김 청장은 고개를 숙였던 바 있다.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때문이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앞에 두고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하며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김 청장은 지난달 21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임에도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이번 인천 논현경찰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3일 취임한 김 청장은 “책임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찰개혁 배턴 터치를 받았다.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앞서 탈북민 관련 업무를 하던 경찰 간부가 탈북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의 관련 질의에 “경찰 관련 성 비위가 반복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지금까지 발생했던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발 대책과 교육 등 체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참고해 대외적 발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성 비위 문제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진 문제로 지난해 성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69명이었다. 2017년 83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후 2018년 48명으로 줄었지만 2019년 54명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5개월 동안 17명의 경찰관들이 성 비위로 적발됐다.


흉악 범죄 반복…부실 대응 논란
1년6개월간 사과만 벌써 10번째

계급별로 살펴보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188명 중 경위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25%를 차지했다. 경감 계급이 3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서 계장과 팀장 혹은 순찰팀장을 맡는 중간 관리자급에서 성 비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셈이다. 

경찰서 과장 등의 역할을 하는 경정과 경찰서장 등을 맡는 총경 계급에서 각각 10명, 4명이 성 비위를 저질렀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에서도 성 비위가 발생했는데 순경 25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경사와 경장 계급에서도 각각 22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7월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함과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이란 단어를 9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19일 치러진 경찰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순경 채용 2차 필기시험 선택과목 시험 문제가 시험 직전에 유출됐다는 것. 해당 문제는 경찰학개론 9번 문제로, 출제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공개된 시점에 해당 시험장에서는 휴대전화 등 소지품 제출 전이었으며, 일부 수험생은 카카오톡 등으로 문제를 공유하거나 수험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일부 지방청 시험장에서 정오표 내용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공지하는 등 시험 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김 청장은 “경찰의 관리 잘못으로 많은 수험생께서 놀란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누구도 공정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나사 풀린
경찰 조직

내달 8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청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광주 의붓딸 보복 살해 사건과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공식 인정했다. 

광주 의붓딸 살해 사건은 2019년 4월 광주에서 한 여중생과 친아버지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보복 살해당한 사건이다. 친아버지가 경찰에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 수사관은 요청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하려던 해당 사건을 전남지방경찰청에 보내는 등의 실수로 2주가량 지체했다. 


전남 여고생 사망 사건은 2018년 9월 여고생이 영광군의 한 모텔에서 10대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방치됐다가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일어난 참극이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여고생을 단순 주취자로 처리했으며 여고생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청소년보호법 위반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출동 경찰관들에 대한 부실 조치에 대해 보고 확인을 거쳤으나 별도 감찰은 하지 않았다.

경찰이 일반인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경찰청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 대신 윤성여씨를 붙잡으면서 헛다리만 짚었다. 

지난해 12월17일 경찰청은 ‘이춘재 연쇄살인’ 중 여덟 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씨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선 끝나면
자동으로…

경찰청은 윤씨의 무죄 선고 직후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 등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윤씨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 동안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뢰도 하락에는 부실수사 논란이 크다. 수사 구조 개혁으로 몸집과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부모에게 입양된 뒤 학대받아 숨진 16개월 정인이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은 정인이가 사망할 때까지 3차례 신고를 받았으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담당하며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아동 분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서울 양천경찰서의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정인이 사건에 대해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어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지휘관이 직접 관장하도록 해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 아동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복 신고가 면밀히 모니터링되도록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 조기에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25일, 김 청장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은폐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처음 수사한 곳으로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는 ‘은폐 수사’ 의혹을 받았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당시 택시 안 블랙박스 영상도 남아 있지 않아 ‘택시 정차 중’에 일어난 단순 폭행인지, 가중처벌되는 ‘주행 중 폭행’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구조 개혁 통해 몸집 커졌지만…
잇단 헛발질…국민적 신뢰도 바닥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했고, 담당 경찰 수사관도 이 영상을 봤지만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달 5일, 경찰은 또 사과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최모·장모씨 때문이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4일에 발생했다. 당시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남성이 트렁크에 감금당한 상태에서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10개월이 지난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아냈고, 법원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 4일 있었던 재심 과정에서는 경찰이 체포 및 수사 중에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고문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최씨와 장씨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통닭구이, 물고문 등을 당했다. 둘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는 반면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장씨와 최씨는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가 2019년 4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결국 무죄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 자치경찰위원 추천과 관련해 사과한 바 있다. 경찰관과 철거민 등 6명의 인명피해를 낸 용산참사 현장진압 책임자였던 신두호 전 인천경찰청장이 인천시 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인권위는 입장문을 통해 “신 전 청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을 지냈으며 2009년 용산참사 사건 때는 기동대 투입 등 현장 진압 작전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고 밝혔다. 

결국 김 청장은 “국민들의 인식과 마음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추천자를 결정했어야 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어깨를 낮췄다.

고개 숙이다
임기 끝날라

지난해 경찰 신뢰도는 5점 만점에 3.09점을 받는 데 그쳤다. 김 청장은 앞으로 7개월 남은 임기 동안 ‘경찰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청장은 앞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찰, 청렴하고 정직한 경찰, 사명감이 높은 경찰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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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