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김창룡 경찰청장 ‘공과’ 탐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9 11:55:25
  • 호수 1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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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경찰 66년 숙원’인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책임수사가 막중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청장의 공과를 살펴봤다. 

리더십은 대표 자리에 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십은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1년간 김 청장의 터닝포인트 및 공과를 분석해봤다. 

풍부한 경험
탁월한 감각

지난해 7월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약 32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경찰 숙원이었던 수사권 구조조정을 이끈 민 전 청장은 지난 2003년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채운 역대 4번째 경찰청장으로 조직을 떠나게 됐다. 

민 전 청장 후임으로 김창룡(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이 내정됐다. 김 청장은 치안 업무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업무 뿐 아니라 탁월한 정책기획능력과 추진력으로 내부 조직으로부터 신망받았다. 

경찰청 본청서 생활안전국장, 정보국 정보1과장을 역임했으며 경남지방경찰청, 서울 은평경찰서장 등도 맡아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꼽혔다. 

특히 미국 워싱턴DC 주재관, 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관 영사를 경험하는 등 해외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장점과 외국 근무 경험을 토대로 외국 우수사례를 접목해 치안정책 수준도 올릴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여성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조, 범정부 차원 정책에 대한 교감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김 청장이 긍정 평가를 받을만한 지점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청장이 경찰 수장에 자리에 앉자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N번방(박사방) 사건이다. 경찰은 3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김 청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한 뒤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빠르게 수사를 강화했다. 김 청장이 부임한 한 달이 지났을 때 총 1993명을 검거해 185명을 구속했다.

디지털성범죄 수요자 원천 차단
여성·아동 대상 범죄 적극 대응

경찰은 성 착취물 공유에 사용된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명단을 확보, 이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김 청장은 “지난 상반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박사방 사건 운영자 등 주범 및 공범을 대부분 검거, 소지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검거된 1993명 가운데 1052명을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하는 등 종결하고 나머지 94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범죄별로는 디지털 성범죄 1549건 가운데 성착취물 관련 155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2명을 구속했다.

불법 촬영물, 불법 합성물 등 불법 성영상물 577건 관련해서는 435명을 검거해, 33명을 구속했다.

김 청장은 하반기에 불법 촬영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불법 촬영물 소지죄 등 관련법규 신설 및 강화와 소지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N번방의 경우 문형욱씨가 성 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했던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정보를 확보해 전국 경찰관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김 청장의 성과 중 대표적인 게 수사권 조정이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 책임 수사 체제’라는 말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김 청장은 “경찰은 국민 중심의 책임 수사를 약속했다”며 “가장 강조한 약속은 경찰 수사에 대한 촘촘한 통제와 점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판단해 지휘했다면 올해부터는 경찰이 자체 통제·점검 장치로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직접 평가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수사 종결 전에는 각 경찰서 수사심사관이, 수사 종결 후에는 시도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적절성을 판단한다.

취임 1주년
응원과 논란

이후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심의위)까지 수사 적설성을 심의해 경찰은 ‘3중 심사체계’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외부위원 16명과 내부위원 3명이 참여하는 심의위의 일부 위원들이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특히 심의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A 위원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해 두둔하거나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A 위원을 왜 위촉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청장은 이와 관련해 “심의위 위원들은 법조계와 언론, 학계 등 각 분야에서 균형에 맞게 선발했다”며 “일부 위원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위원회를 위원 개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향성 논란에 그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현재까지 법의 목적과 의미를 흔드는 큰 혼선은 없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김 청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해 광복절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10월 개천절과 한글날에 강도 높게 집회를 차단하기도 했다. 개천절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 경찰의 경고에도 일부 보수단체 등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라도 집회를 열겠다고 주장하며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김 청장은 2020년 9월2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광복절 집회를 통해 확진자가 600명이 넘게 발생한 만큼 대형 집회를 통한 감염병 전파는 현실적 위험으로 확인됐다”며 “금지된 집회를 강행하는 행위는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와 마찬가지”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개천절 당일에는 광화문을 완전히 둘러싼 차벽을 설치해 대규모 집회를 막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에서는 김 청장의 차벽 설치를 놓고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권 조정 
그 이후…

경찰의 과잉 대처가 아니냐는 물음에 김 청장은 “금지 통보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검문으로 시민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여 한글날에는 개천절 때보다 검문소를 줄이는 등 다소 대응을 완화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등으로 인해 비판받기도 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해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지난해 말 김 청장이 나서 “관련자 진술과 판례에 따라 처리했다”고 한 해명이 무색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 및 보고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의식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28일 김 청장은 기자단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으로 “판례와 현장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이 전 차관 폭행사건) 내사 종결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전문 인력 등을 동원해 판례를 다시 분석하겠다”고 한지 약 일주일 뒤였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되며 경찰이 참고했다고 주장한 판례 중 일부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제시한 판례 하나는 돈을 내지 않고 내렸다가 조수석에 다시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손님이 폭행죄를 적용받은 판례(2017년 12월 17일 서울동부지법)였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 폭행을 가했을 때 택시가 운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초동조치 부실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이 섣불리 판례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사건 발생보고서에는 폭행 당시 택시 시동 및 미터기 작동 여부가 적혀있지 않았다. 또 현장에 출동한 서초파출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택시기사가 사설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구해 보여줬지만, 이 전 차관 사건 담당 수사관인 서초경찰서 B 경사는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돌려보냈다.

이 전 차관 폭행 사건 감싸기?
초동수사 미흡 등 비판받기도

지난달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김 청장의 해명과 다른 사실을 또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김 청장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청와대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세 차례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에는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조직적인 봐주기 수사는 아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생활안전과는 비수사 부서고, 서울경찰청 공식 지휘라인으로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 경찰 관계자는 “결과 발표 시점과 이 전 차관의 사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경찰의 과잉 대응도 논란이 됐다. 경찰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안보·정보·경비·교통 기능을 망라한 ‘상시 태스크포스(TF)’를 서울경찰청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F는 민간단체 대상 사전 정보 수집도 임무로 규정하고 있어 인권침해는 물론 공권력 남용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비판적인 미국 조야의 움직임으로 볼 때 한·미 간 외교 마찰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물자 살포 관련 기능별 합동 TF 운영 계획’에 따르면, TF는 총괄팀장인 서울청 안보수사부장을 정점으로 1반 5팀 1실 규모로 구성됐다. 안보수사·정보·경비·교통·지역 경찰 등을 동원해 편성된 각 팀 수장은 총경급이 맡고, 세부업무 조정을 위해 경정급 실무회의를 별도 운영키로 했다.

경찰이 수사가 아닌 ‘사전예방’을 명목으로 대북전단 살포 차단 TF를 구성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주요 임무로는 ▲탈북민·비(非) 탈북민 단체 등의 살포 준비행위 포착을 위한 사전 예고정보 수집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주요 탈북민에 대한 신변보호 활동 강화 및 수사 인력 지원 ▲대북물자 살포 차량 추적 및 제지 협조 ▲대상자 주거지 예방순찰 시행 등이 포함됐다.

서울청은 TF 추진 배경으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도발로 간주,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향후 국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서울청 안보수사지원과가 지난 13일 작성한 이 문건은 최근 장하연 서울청장의 결재를 통과했다.

탈북민·북한 인권 단체는 경찰의 이 같은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는 “사실상 모든 민간단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첩보 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동행 감시’를 위해 수사경찰이 파견될 수도 있던 셈”이라며 “근접하지 않은 장소에서 경찰의 이동차단 조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무시하고 교통경찰을 동원해 이동을 제한하려는 건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청장의 임기는 절반 남았다. 남은 임기에 대해 김 청장은 “한국 경찰도 이제 존중받을 수준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찰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신뢰도 조사에서는 항상 꼴찌 수준이다. 이를 바꿔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엉터리 해명
과잉 논란도

이어 “미국 예일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범죄감소율이 20~30%를 기록해도 경찰 신뢰도는 4% 정도 오르는 데 그친다고 한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감받을 수 있는 경찰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찰관 한 명 한 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존중과 사랑은 물론 존경받는 경찰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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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