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김창룡 경찰청장 ‘공과’ 탐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7.19 11:55:25
  • 호수 13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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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경찰 66년 숙원’인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책임수사가 막중하다.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취임 1주년을 맞는 김 청장의 공과를 살펴봤다. 

리더십은 대표 자리에 있을 때 드러나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십은 대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1년간 김 청장의 터닝포인트 및 공과를 분석해봤다. 

풍부한 경험
탁월한 감각

지난해 7월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약 32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경찰 숙원이었던 수사권 구조조정을 이끈 민 전 청장은 지난 2003년 임기제 도입 이후 2년 임기를 채운 역대 4번째 경찰청장으로 조직을 떠나게 됐다. 

민 전 청장 후임으로 김창룡(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이 내정됐다. 김 청장은 치안 업무에 대해 경험이 풍부하고 현장업무 뿐 아니라 탁월한 정책기획능력과 추진력으로 내부 조직으로부터 신망받았다. 

경찰청 본청서 생활안전국장, 정보국 정보1과장을 역임했으며 경남지방경찰청, 서울 은평경찰서장 등도 맡아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꼽혔다. 

특히 미국 워싱턴DC 주재관, 브라질 상파울루 총영사관 영사를 경험하는 등 해외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장점과 외국 근무 경험을 토대로 외국 우수사례를 접목해 치안정책 수준도 올릴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여성과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 기조, 범정부 차원 정책에 대한 교감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김 청장이 긍정 평가를 받을만한 지점이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김 청장이 경찰 수장에 자리에 앉자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에게 충격을 줬던 N번방(박사방) 사건이다. 경찰은 3월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켰다. 

김 청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한 뒤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빠르게 수사를 강화했다. 김 청장이 부임한 한 달이 지났을 때 총 1993명을 검거해 185명을 구속했다.

디지털성범죄 수요자 원천 차단
여성·아동 대상 범죄 적극 대응

경찰은 성 착취물 공유에 사용된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명단을 확보, 이들에 대한 수사도 확대했다. 지난해 9월 김 청장은 “지난 상반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박사방 사건 운영자 등 주범 및 공범을 대부분 검거, 소지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검거된 1993명 가운데 1052명을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하는 등 종결하고 나머지 94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범죄별로는 디지털 성범죄 1549건 가운데 성착취물 관련 1558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2명을 구속했다.

불법 촬영물, 불법 합성물 등 불법 성영상물 577건 관련해서는 435명을 검거해, 33명을 구속했다.

김 청장은 하반기에 불법 촬영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불법 촬영물 소지죄 등 관련법규 신설 및 강화와 소지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N번방의 경우 문형욱씨가 성 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해 사용했던 해외 클라우드 업체와 국제공조를 통해 소지자 정보를 확보해 전국 경찰관서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김 청장의 성과 중 대표적인 게 수사권 조정이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볼 때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 책임 수사 체제’라는 말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김 청장은 “경찰은 국민 중심의 책임 수사를 약속했다”며 “가장 강조한 약속은 경찰 수사에 대한 촘촘한 통제와 점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판단해 지휘했다면 올해부터는 경찰이 자체 통제·점검 장치로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직접 평가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수사 종결 전에는 각 경찰서 수사심사관이, 수사 종결 후에는 시도경찰청 책임수사지도관이 적절성을 판단한다.

취임 1주년
응원과 논란

이후 경찰수사 심의위원회(심의위)까지 수사 적설성을 심의해 경찰은 ‘3중 심사체계’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외부위원 16명과 내부위원 3명이 참여하는 심의위의 일부 위원들이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특히 심의위 명단에 이름을 올린 A 위원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해 두둔하거나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A 위원을 왜 위촉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청장은 이와 관련해 “심의위 위원들은 법조계와 언론, 학계 등 각 분야에서 균형에 맞게 선발했다”며 “일부 위원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위원회를 위원 개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향성 논란에 그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현재까지 법의 목적과 의미를 흔드는 큰 혼선은 없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김 청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해 광복절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10월 개천절과 한글날에 강도 높게 집회를 차단하기도 했다. 개천절을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 경찰의 경고에도 일부 보수단체 등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라도 집회를 열겠다고 주장하며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김 청장은 2020년 9월2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광복절 집회를 통해 확진자가 600명이 넘게 발생한 만큼 대형 집회를 통한 감염병 전파는 현실적 위험으로 확인됐다”며 “금지된 집회를 강행하는 행위는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와 마찬가지”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개천절 당일에는 광화문을 완전히 둘러싼 차벽을 설치해 대규모 집회를 막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에서는 김 청장의 차벽 설치를 놓고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권 조정 
그 이후…

경찰의 과잉 대처가 아니냐는 물음에 김 청장은 “금지 통보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되는 것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검문으로 시민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여 한글날에는 개천절 때보다 검문소를 줄이는 등 다소 대응을 완화했다.

하지만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 등으로 인해 비판받기도 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해 김 청장의 엉터리 해명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지난해 말 김 청장이 나서 “관련자 진술과 판례에 따라 처리했다”고 한 해명이 무색해졌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 및 보고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경찰이 이 전 차관을 의식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28일 김 청장은 기자단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으로 “판례와 현장진술 등을 검토한 결과(이 전 차관 폭행사건) 내사 종결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전문 인력 등을 동원해 판례를 다시 분석하겠다”고 한지 약 일주일 뒤였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되며 경찰이 참고했다고 주장한 판례 중 일부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제시한 판례 하나는 돈을 내지 않고 내렸다가 조수석에 다시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손님이 폭행죄를 적용받은 판례(2017년 12월 17일 서울동부지법)였다.

하지만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 폭행을 가했을 때 택시가 운행 중이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초동조치 부실로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이 섣불리 판례를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사건 발생보고서에는 폭행 당시 택시 시동 및 미터기 작동 여부가 적혀있지 않았다. 또 현장에 출동한 서초파출소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택시기사가 사설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구해 보여줬지만, 이 전 차관 사건 담당 수사관인 서초경찰서 B 경사는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돌려보냈다.

이 전 차관 폭행 사건 감싸기?
초동수사 미흡 등 비판받기도

지난달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김 청장의 해명과 다른 사실을 또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김 청장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은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청와대에 보고된 적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 실무자에게 세 차례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에는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은 “조직적인 봐주기 수사는 아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생활안전과는 비수사 부서고, 서울경찰청 공식 지휘라인으로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4일 경찰 관계자는 “결과 발표 시점과 이 전 차관의 사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경찰의 과잉 대응도 논란이 됐다. 경찰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안보·정보·경비·교통 기능을 망라한 ‘상시 태스크포스(TF)’를 서울경찰청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F는 민간단체 대상 사전 정보 수집도 임무로 규정하고 있어 인권침해는 물론 공권력 남용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비판적인 미국 조야의 움직임으로 볼 때 한·미 간 외교 마찰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물자 살포 관련 기능별 합동 TF 운영 계획’에 따르면, TF는 총괄팀장인 서울청 안보수사부장을 정점으로 1반 5팀 1실 규모로 구성됐다. 안보수사·정보·경비·교통·지역 경찰 등을 동원해 편성된 각 팀 수장은 총경급이 맡고, 세부업무 조정을 위해 경정급 실무회의를 별도 운영키로 했다.

경찰이 수사가 아닌 ‘사전예방’을 명목으로 대북전단 살포 차단 TF를 구성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주요 임무로는 ▲탈북민·비(非) 탈북민 단체 등의 살포 준비행위 포착을 위한 사전 예고정보 수집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주요 탈북민에 대한 신변보호 활동 강화 및 수사 인력 지원 ▲대북물자 살포 차량 추적 및 제지 협조 ▲대상자 주거지 예방순찰 시행 등이 포함됐다.

서울청은 TF 추진 배경으로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도발로 간주,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 볼 것”이라며 “향후 국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서울청 안보수사지원과가 지난 13일 작성한 이 문건은 최근 장하연 서울청장의 결재를 통과했다.

탈북민·북한 인권 단체는 경찰의 이 같은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는 “사실상 모든 민간단체에 대한 전방위적인 첩보 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동행 감시’를 위해 수사경찰이 파견될 수도 있던 셈”이라며 “근접하지 않은 장소에서 경찰의 이동차단 조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무시하고 교통경찰을 동원해 이동을 제한하려는 건 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청장의 임기는 절반 남았다. 남은 임기에 대해 김 청장은 “한국 경찰도 이제 존중받을 수준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찰에 대한 평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고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신뢰도 조사에서는 항상 꼴찌 수준이다. 이를 바꿔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엉터리 해명
과잉 논란도

이어 “미국 예일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범죄감소율이 20~30%를 기록해도 경찰 신뢰도는 4% 정도 오르는 데 그친다고 한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감받을 수 있는 경찰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경찰관 한 명 한 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존중과 사랑은 물론 존경받는 경찰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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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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