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특검 불가론 막전막후

안 되는 줄 알면서…날리는 공수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유한기의 사망이 정계에 다시 특검 바람을 일으켰다. 정계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특검 도입’이란 칼로 난도질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진행 상황은 그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검을 도입했어야 할 시간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집 근처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유 전 본부장은 수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날 새는데…
큰소리 땅땅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으로부터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몇 달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돈을 받고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뇌물죄’를 그에게 적용하려 했다. 만일 검찰의 주장이 입증됐다면 유 전 본부장은 최소 10년 이상 형을 살아야 했다.

그가 뇌물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시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구속 수감 중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더불어 성남시의 실세로 알려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유한기와 유동규를 ‘유투’라 부르며 그들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정계에선 이른바 ‘유투’의 혐의가 입증되면 이 후보도 대장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 그가 영장실질심사 나흘을 앞두고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강압수사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 “돈을 받았으니 자살한 것이 아니냐”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아니냐” 등 관심 있게 사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사례를 많이 봐왔던 탓이다. 검찰은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끌만한 유력 정치인들의 사건을 많이 다뤄왔고, 그때마다 빈번하게 의혹 당사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들의 죽음은 늘 수사팀을 난항으로 빠져들게 했다.

가까이에서 찾으면 작년 ‘옵티머스 복합기 대납 사건’ 사례가 있다. 당시 검찰은 옵티머스의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이모씨를 유력 관련인으로 보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씨는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이 전 대표의 종로 사무실 복합기 사용 요금 76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였다. 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얼마 후,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이 전 대표는 해당 사건에서 사실상 빠지게 됐다.

유한기 사망 이후 다시 불거져 
양당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

그 외에도 상상인저축은행 관련 피고발인,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참고인, 청와대 감찰반원 출신 검찰수사관, 군납 비리 의혹을 받던 육군대장 등 지난해에만 수많은 사람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사는 그때마다 난항에 빠져갔다.


이번 유 전 본부장의 사례도 비슷한 경우다. 검찰은 현재 대장동 과잉 수사 논란에 직면해 있고, 이 후보에게 이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수많은 설왕설래 속에서 이 후보는 직접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애도 소식을 전했다. 그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죽음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특검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나”며 “권력 눈치를 보며 미적거린 검찰의 장기 수사와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의 미진한 수사 상황을 비판하며 특검 도입에 대한 우회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정계에는 특검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양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검찰의 미진하고 과격한 수사에 의심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특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태도에 의아함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특검법 도입을 양당의 후보와 핵심 인사들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특검이 늦어진 것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양당 모두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 ‘책임 떠넘기기’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은 특검법이 발의됐기에 거부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국민의힘 쪽이 발의한 특검법을 보셨나 반문하고 싶다. 그 특검법에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빠져있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려면 시작점인 저축은행부터 종착지인 화천대유 로비사건까지 수사해야만 한다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국민의힘 측이 특검법 발의를 저축은행과 관련한 것을 빼고 했고, 최근에야 윤석열 후보가 모두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발의된 특검법 자체가 국민의힘 측에 유리하게 진행되게 짜 맞춰졌기 때문에 민주당은 동의할 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라는 논리다.

대선후보만 
모르고 있나

그가 말하는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화천대유 ‘봐주기’ 의혹이다. 화천대유는 당시 대장동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이를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위법행위를 여러 개 저질렀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는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을 뭉갰다. 이 사건은 4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가 재수사하며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중수부의 주임검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라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이때 윤 후보가 수사를 제대로 진행했더라면 화천대유가 대장동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지 못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 수사 대상에는 부산저축은행이 반드시 들어가 윤 후보도 수사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성토하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경진 상임공보특보단장은 “민주당이 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축은행 사건은 이미 2011년에 수사해서 2012년에 재판 결과가 난 사안”이라며 “이 후보가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특검을 도입하자고 시늉하고 있지만, 정작 특검 절차를 진행해야 할 원내대표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원내대표 둘이서 역할 분담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겠나 생각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체포된 날 통화한 게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이라고 밝혀지지 않았나. 당장 대장동 관련 특검을 하면 분명히 이 후보 관련 비리가 나올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로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되기 직전 그와 통화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수사에 충실이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반대도 없고
도입도 없고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조언과는 달리, 그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등 기행동을 펼쳤다. 국민의힘 측은 이것이 정 전 실장을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반대했던 양당이 최근에는 특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대선 전 특검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당장 지금이라도 여야가 기적적으로 합의해 특검팀을 빠르게 꾸린다고 쳐도 수사는 대선일인 내년 3월9일을 훌쩍 넘기고 나서 종료된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특검팀의 수사 결과를 듣는 데까지 적어도 100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팀이 꾸려지고 수사 개시까지만 하는 데도 평균 약 40일이 걸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은 43일이 걸렸고, 국정 농단 때는 34일이 걸렸다. 드루킹 특검은 꼬박 37일이 소요된 바 있다.

수사가 개시된 후에도 특검팀은 약 3주간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다. 상설특검법 10조 1항엔 ‘특검은 임명된 날부터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시설의 확보, 특별검사보의 임명 요청 등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준비기간 중에는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특검팀은 개시 후 20일 동안 수사 준비만 해야 하는데, 이때 담당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준비 기간이 끝난 후 특검팀에게 주어진 수사 기간은 총 30~70일이다. 이 기간은 대통령 승인 여부에 따라 10~30일 연장도 가능하다. 이때는 수사팀의 역량에 따라 수사 결과를 내놓는 시점이 더 짧아질 수도, 더 길어 질수도 있는데, 그간의 사례들은 적어도 40일 이상 걸릴 것이라 말해주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약 40일, 국정 농단 특검은 수사하는 데만 약 70일 이상, 드루킹 특검은 약 50일이 걸렸다. 수사 종료 후 발표까지 유권자들은 적어도 한 달 반은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특검 수사 종료까지 100일
대선까진 90일도 안 남아

평균치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특검팀 꾸리는 데 40일, 수사 준비 20일, 수사기간 40일을 더하면 약 100일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빠르게 합의해 12월 셋째 주 월요일(20일)에 특검팀 준비를 시작한다 해도 최종 수사 결과는 백일 후인 내년 3월29일에나 나온다.

대통령선거가 3월9일에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 늦은 날짜다. 유권자들이 공정한 정보를 갖고 대통령 투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대선후보들은 서로 경쟁하듯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조건을 붙이지 않고 아무 때나 합의해서 특검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윤 후보를 겨냥해 “본인이 잘못한 게 없으면 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 들어가자”며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등을 다 포함해서 하자고 말한 것이 언제냐. 정말 자신 없으면 못하겠다고 말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검을 주장한 시점은 대선 전 특검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둘째 주부터다. 그전까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한 이유 등으로 특검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양당 후보가 대선 전 수사 종료라는 데드라인이 지나자 갑자기 적극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두 후보가 특검 데드라인이 지난 것을 알았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검 시행이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양당의 공보팀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 단장은 “그런 골치 아픈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특검이 ‘불가능한 상황’ 비슷하게 됐다.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출범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렀다. 한 달 반 후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들어가는데, 특검을 현실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국면을(민주당과 이 후보가) 만들어놨다”고 이미 늦은 특검을 인정했다.

반면, 민주당의 권 부단장은 수사 종료 시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범인인지가 꼭 대선 전에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잘못된 발상”이라며 “양 후보 모두 범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대선 전에 끝나야 하는 것도 강박성에 사로잡힌 생각이다. 철저히 수사해서 누가 범인인지를 공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미 늦은 특검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사 데드라인에 큰 의미를 두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특검을 반대하지 않는데, 누구도 특검을 도입을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끝난 얘기

지금 시작해도 대선 전에 수사 결과 발표가 불가능한 특검을 양당의 후보들은 정치적인 메시지로 연일 떠들어대고 있다. 그들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어 갈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들이 날리는 ‘특검 주장’은 이미 공수표가 됐다는 점이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