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별 다는 'MZ세대' 새파란 후계자들

‘역시 금수저’ 핏줄만 차는 주인 완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너 2·3세들이 경영 전면에 배치되는 양상이 뚜렷해진 상태. 삼십대 후반의 오너 경영인은 예삿일이고, 더 어린 나이에 경영 수업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에게는 조직의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1980년 이후 출생한 오너 일가 구성원들의 경영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CXO연구소가 분석한 국내 중견·중소기업 이상에서 이사·상무보급 이상 직위를 가진 오너 일가 임원 현황’에 따르면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오너 일가 임원은 69명(31.4%)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3명은 ‘MZ세대’인 셈이다.

앞당겨진
활약 시기

몇몇은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이 항목에는 서준혁 대명소노시즌 부회장을 필두로 허승범(41) 삼일제약 부회장, 류기성(40) 경동제약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서준혁 부회장은 2007년 회사 경영에 발을 들였고, 빠른 속도로 승계 과정을 밟았다. 30대 초반에 지주회사 ㈜대명소노를 비롯해 소노호텔앤리조트, 대명건설, 대명코퍼레이션 등 핵심 계열사 임원을 거쳤다. 2014년 12월 ㈜대명소노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9년 10월 소노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꿰찼다. 

1981년생인 허승범 부회장은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부회장으로 명함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알렸다.


경동제약은 지난 7월 류덕희 명예회장이 은퇴하면서 류기성 부회장 시대를 맞이했다. 이전까지는 류덕희 명예회장과 류기성 부회장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구조였으나, 최근 들어 오너 2세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1982년생인 류기성 부회장은 학업을 마치고 2006년 경동제약에 입사해 경영전략본부 본부장을 거치면서 개발과 마케팅, 수출입 업무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가 된 이후에는 의약품 개발·판매와 성장전략 수립 등 역할을 수행했으며 연구개발(R&D) 영역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조금 지나면
꼭대기 영전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장급 인사에서는 보다 많은 1980년대 출생자를 찾을 수 있다. 김동관(39)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양홍석(41) 대신증권 사장, 정기선(40)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김동관 사장은 지난 3월 출범한 그룹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 팀장과 ㈜한화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김동관 사장이 그룹을 대표해 주요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잦아졌다.

1981년생인 양홍석 사장은 투자은행 사업단과 고객자산본부를 제외한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2006년 대신증권 공채 43기로 입사한 이후 2007년 선릉역·명동지점과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 대신증권 전무를 거쳐 200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에는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돼 노정남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끌었다. 2012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으나, 2014년에 사장에 올랐다. 


서른 남짓이면 초고속 감투
곳곳에서 활발한 현장 수업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지난 10월 결정된 사장단 인사를 통해 경영 최전선에 이름을 올렸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또 한 번 승진한 정기선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도 내정됐다.

1982년생인 정기선 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공부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그룹 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수소, 인공지능(AI), 로봇 등 그간 발굴해온 미래 성장동력을 구체화하는 등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핏줄이 곧
승진 속도

1980년 이후 출생한 소장파 오너 일가 구성원들의 경영 참여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확실한 능력 검증은 물론이고, 신사업을 발굴이라는 책무가 주어진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농심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장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신상열 상무는 경영기획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신 상무는 고 신춘호 선대회장으로부터 농심 주식 20만주를 상속받아 농심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홀딩스 지분도 1.41% 보유 중이다. 농심이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신상열 상무가 농심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부장은 2013년 CJ 공채로 입사해 바이오사업팀과 식품전략기획 1부장 등을 맡았다. 올해 초 현재 직책으로 복귀했고, 비비고 브랜드의 해외마케팅과 LA레이커스의 파트너십 체결을 주도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7월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를 그룹 본사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명했다. 1989년생인 담 부장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경험을 쌓았다. 경영 전략을 수집하고 국내외 법인 관리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박문덕 회장의 차남 박재홍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82년생인 박재홍 부사장은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형인 박태영 사장과 손발을 맞춰왔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의 승진을 계기로 하이트진로의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1990년 이후 출생한 오너 일가 구성원들의 경영참여도 활발해졌다. 박은진(32) 대유에이텍 상무, 한승우 BYC 상무(30), 전병우 삼양식품 이사(29) 등은 서른 안팎의 나이에 임원군에 포함됐다. 박은진 상무는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의 차녀이고, 한승우 상무는 한석범 BYC 사장의 외아들이다.

2019년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한 전병우 이사는 지난해 6월 경영전략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1994년생인 전병우 이사는 식품업계 오너 3세들 중 최연소 임원이다. 


역할 만큼
커진 부담

재계 관계자는 “창업자의 경우 최전선에서 회사를 일궜다는 점으로 인해 자질에 대한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반면 오너 2·3세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떨쳐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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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