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조은지 감독 “웃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답니다”

“감정만큼은 편견 없이 봐야 하지 않나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은지는 영화계에서 꽤 인정받는 배우였다. 독특한 감성을 갖고, 그만의 해석이 분명했다. 교묘한 감정을 캐치해서 뻔한 듯 뻔하지 않게 표현하는 배우로 평가된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진심만큼은, 그래도 인정하는 게 좋지 않냐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던진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서다. 기성 감독들보다도 뛰어난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중에 꼭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마저 남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 나타났다.

대중적으로 매우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업계에선 나름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배우 조은지가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글이었다. 일기나 에세이를 쓰며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배우서 감독으로

그렇게 이런저런 글을 쓰던 중 이별 과정에서 겪었던 독특한 에피소드를 담은 글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지인들은 하나 같이 그에게 말했다. ‘이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연기를 업으로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연출에 손을 댄다는 건, 타인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이미지가 있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조은지 역시 선뜻 연출을 맡기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글이 좋았다. 그냥 썩혀두기 아깝다는 판단이 들어 연출에 도전했다. 그 작품이 단편영화 <2박3일>이다. 

한 여성이 이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남자친구 가정의 이혼을 목격하는 기발한 상상이 구현된 작품이다. 남자친구와 이별하기 싫어 집착하고 애걸복걸하는 여성의 심리와 어떻게든 헤어지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상식적이지 않은 한 가정의 이혼을 경험하는 구도가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 와중에 연출적인 감각과 재미가 톡톡 튄다. 

<2박3일>은 2017년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업적이다. 놀랍게도 <2박3일>은 조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깊이 포함돼있다.

이후 한동안 연기 활동에 전념하던 그에게 연출 제안이 간다. 제목은 <입술은 안돼요>였다. 단편영화를 흥미롭게 본 제작사 대표가 <입술은 안돼요>와 결이 맞는 감독을 찾다 조은지를 발견한 것. 조은지 감독에게는 고맙고 흥미로운 제안이었지만, 일단 브레이크를 건다. 

<장르만 로맨스> 통해 던진 진정성의 의미
 “류승룡 배우 말고는 대체제가 없었어요”

“고마운 제안이었는데, 선뜻 받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각색해보고 그래도 작품과 결이 맞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어요. 이미 그 작품은 각본가가 있고, 한 번의 각색을 거친 작품이었거든요. 사실 제작사 대표님도 용기를 낸 제안이죠. 단편 하나 찍은 감독한테 장편을 맡기는 건요. 근데 <2박3일>에서 하나의 주제를 갖고 끝까지 끌고 가는 감정이 좋았다고 하시면서 제안해주셨어요. 현(류승룡 분)과 유진(무진성 분)이 골자로 있었는데, 저는 주위 인물의 폭을 확장했어요. 코미디 요소도 더 많이 했고요. 혜진(류현경 분)도 좀 더 폭을 넓혔죠.”

한 달 동안 각색한 작품은 더 견고해졌다. 조은지 감독은 단순히 코미디 장르의 수준을 넘어 인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담으려 했다. 꼭 사회적으로 통념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진심이 있다면 사람들이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 사이에 제목은 <입술은 안돼요>에서 <장르만 로맨스>로 변경됐다. 


영화에는 불편함이 있는 관계가 그득하다. 한때 문학계의 거장으로 불린 대학교수 현을 중심으로 주위 사람들의 모든 관계가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인식되기 어렵다.

현의 전 아내 미애(오나라 분)는 현의 30년 지기 친구 순모(김희원 분)와 연인 관계며, 사춘기가 뒤늦게 온 성경(성유빈 분)은 옆집 유부녀 정원(이유영 분)을 좋아한다. 현을 좋아한다며 집착적으로 따라다니는 제자 유진은 성 소수자다. 두 사람은 불편하고도 특별한 협업을 시작한다. 

이 외에도 슬럼프에 빠진 현과 반대로 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배 문애리(최희진 분)가 있고, 현 아내 혜진은 딸과 외국에서 살고 있다.

겉만 보면 누구보다 멋있고 고민거리 하나 없이 살아갈 것 같은 현이지만, 그 안에 렌즈를 대면 누구 하나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가 없어 외롭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그를 중심으로 불편한 관계를 설명하는데, 그 안에 하나 같이 진심이 녹아있다.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관계가 많은데, 저는 어떤 부분이든 장애물로 생각하지 않아요. 성소수자의 진실한 마음, 전 부인과 친한 친구의 연애, 유부녀에게 고백하는 고등학생 모두요. 우리 모두 보편적인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교통사고처럼 사고 나듯이 변하죠. 감정은 갑자기 생겨나죠. 그런 감정 자체에 편견을 갖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현은 자신의 신작 ‘두 남자’의 북 콘서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려 한다. “우리 모두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여”라며 말을 이어간다. 다만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한다. 영화 엔딩이 돼서야 문장이 완성된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사람이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진심만은 모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불편한 관계 가득
재기발랄한 유머

조 감독이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의식이다. 

“연기할 때도 그렇고 연출할 때도 저는 ‘마음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살면서 진정성을 많이 따지죠. 소통할 때 진정성으로 대하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화가 잘 풀리고요. 살다보면 내 모습이 아닌 채로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부대끼기도 하는데, 그걸 이겨내는 게 진정성이 아닌가 싶어요. 내 의도와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닌가 하고요. 그런 가치관에서 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되돌아보게 돼요. 사회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진심이 녹아있다면 그래도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이 영화로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 내에서 가장 까끌까끌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유진은 영화 말미에 진실한 모습으로 현에 대한 사랑을 증명한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내비치는 그였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느낌을 받은 관객이라면, 조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누군가는 유진을 불편해하겠죠. 그 마음도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유진은 정말 진심으로 현을 대하거든요.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 내에서 갈등이 있고 어찌됐든 해결해야 하는데, 그게 유진을 위한 응원이길 바라긴 했어요.”

발칙한 관계가 다수 놓여 있고 모든 것이 폭로되는데, 이를 풀어내는 화법은 코미디다.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은 로맨스를 주제로 이어가지만, 실제로는 코미디라는 숨은 의미도 담겨있다. 국내 코미디 장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병헌 감독의 <스물> <극한직업>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대사가 일품이며, 매우 재기발랄한 시추에이션 유머가 녹아있다. 유머 면에서는 탑티어급의 재능을 보여준 감독이다. 여성 감독이 선보인 코미디 영화 중 가장 수준 높은 웃음을 구현한다. 

웃음을 터뜨리다 못해 놀라움으로 이어지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평소 타인을 웃기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사명감이 갈고 닦아진 결과물이다.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고, 친해지는 과정이 긴 편이라 매우 많은 장소에서 웃기려 하지는 않지만, 막상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개그 욕심이 엄청나요. 저의 개그로 사람들이 웃는 게 행복해요. 혹자들은 ‘왜 웃기려고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래야 좋아요. 집에 가서 생각하다 보면 ‘왜 그때 그 말을 안 했을까’라며 후회하기도 하고, 크게 웃긴 날은 뿌듯하기도 해요. 한 번 개그를 시작하면 흐름을 끊지 않고 던집니다. 사실 긴 정적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웃기려고 해요. 안 먹힐 때도 있긴 한데, 도전은 많이 해요. 분위기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에는 편견 없었으면”
“촬영 내내 강박이 컸어요…기회가 또 있길”

매 순간 웃기고자 했던 노력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모든 배우가 강력한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의 화자인 류승룡을 통해 시나리오에 담긴 유머가 스크린 안에서 펑펑 터진다. 류승룡이 아니었다면 <장르만 로맨스>의 고퀄리티 유머는 없었을 테다. 유머 수준이 높은 관객이라면 즐길 것이고, 개그 이해도 낮은 관객에게는 다소 어려운 영화가 될 수 있다.

“<극한직업>이 개봉하기 전에 미리 시나리오를 드렸어요. 생활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어요. <극한직업>이 그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제게는 다행이죠. 류승룡 배우 말고는 이 역할을 해줄 분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영화 촬영 내내 매우 세심한 디테일을 보여주셨고, 메인 주인공이자 어른으로서, 리더십도 발휘해주셨어요. 승룡 선배님 아니었으면, 좋은 작품이 안 나왔을 거예요.”


<장르만 로맨스>는 외연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배우 무진성을 발굴한 것. 어쩌면 이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점에서 막중한 임무를 띠는 역할이다.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무진성은 완성형 신예로서 매우 훌륭히 인물을 소화해낸다.

특히 감정의 과잉없이 철저히 절제된 연기가 돋보인다. 조만간 드라마와 영화계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일 배우로 여겨진다. 

“오디션에서 거침없이 연기하는데, 해석이 독특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마음이 가나 싶어 오디션을 한 번 더 봤는데,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지속적으로 절제된 연기를 주문했죠. 쉽지 않은 역할인데, 정말 연기를 잘해줬어요.”

이 외에도 순모 역의 김희원, 미애 역의 오나라, 혜진 역의 류현경, 성경 역의 성유빈, 정원 역의 이유영 등 출연하는 모든 배우가 매우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생활연기가 일품이다. 마치 연극을 보듯 물샐틈없는 짜임새가 엿보이는 것은 물론, 뛰어난 합이 절로 느껴진다. 뛰어난 연기자들의 협업이 시너지를 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복이 많아서 좋은 배우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선을 많이 신경 썼어요. 공간에서 각자 행동하는 패턴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서요. 그런 모습이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늘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하나같이 조 감독이 뛰어난 디렉션을 보여줬다고 한다. 배우의 마음을 읽고 자신을 존중하면서 디렉팅을 했다고 밝힌다. 그 표현에는 웃음이 가득 담겨있는데 이는 좋은 감독을 향한 애정으로 비춰진다. 

출연배우들 호평

“저는 배우들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 나름대로 감정선을 명확하게 잡아놓고 있어서, 디렉팅을 너무 분명하게 한 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배우들의 자유를 구속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 와서는 좀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사실 첫 장편이라 스스로 옭아맨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스케줄 안에 주어진 숙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강박이 컸죠. 옆에서 여유를 줘도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어요.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다시 연출의 기회가 생긴다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더 소통하면서 교류할 것 같아요.”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