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국내 1호 범죄학 박사'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본 여경 논란

“남녀 떠나 욕먹어도 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여성 경찰은 최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지킨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 서창동 사건으로부터 발발한 ‘여경 무용론’의 목소리가 뜨겁다. 들끓는 여론의 배경은 비단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여경 문제는 한국사회 혹은 경찰 내부의 고질병으로도 해석된다. <일요시사>는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만나 실상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채용과 교육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1세대 범죄학 박사인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이어진 일련의 경찰의 성별 이슈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했다. 이 교수가 지적한 구조적인 부분에서 고쳐야 할 대목은 채용과 교육이다.

임무 능력 꽝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져야 할 경찰관 채용을 몇 가지 교과목 시험 성적만으로 채용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이 교수는 최근 경찰 성별 논란에 대해 “여경에 돌 던지며 젠더 이슈로 국한하려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근본적 문제 해결에 지장을 준다고 했다. 단순히 ‘여경’에만 빠진다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 

경찰 업무 특성상 선발 과정부터 일반 회사와는 고용 절차를 달리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그는 일반 회사들은 각자 원하는 역량을 시험해 사원을 뽑을 수 있지만 경찰 채용은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사실상 시험 점수로만 합격을 갈라 경찰관을 뽑는 현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은 일반 직장인이 아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도 필요하지만 다른 능력이 더 필요한 자리가 많다”고 조언했다. 즉 남경과 여경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임무수행 능력’이 있는 경찰과 없는 경찰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경, 여경 모두 주어진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는 동일하다”며 “여성에 대한 체력 검정 기준 강화와 경찰 내 남녀차별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의 신체적 차이 때문에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도둑과 강도는 누가 잡나? 남녀 체력 검정 기준이 아예 같을 순 없지만 앞으로 개선해나가서 지금이 50대 100 수준이라면 앞으론 점점 비슷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년 경찰 채용 선발 과정은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 나간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 임용 시험에서부터 업무수행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학입시가 수학 능력을 평가하듯 경찰관 시험은 업무수행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동안 경찰 채용 제도에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을 뿐 아니라 경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꾸준했지만, 경찰은 변화하지 않았다. 아무리 보수성이 짙은 집단이라고 하지만, 왜 채용제도에 손대지 못했던 걸까?

“물론 정부와 경찰은 업무수행 능력을 보는 시험을 불편해 할 것이다. 공정이 중요한 가치가 된 사회에서, 업무수행 능력평가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채용 과정 자체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 이 교수는 “객관식 문제를 내서 딱딱 성적순으로 뽑고, 체력검정은 적당히만 하면 시비의 소지가 없다. 결과적으론 경찰과 정부가 편한 길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의성 때문에 마치 자로 잰 듯 성적으로 경찰을 채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리스크는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 “공정성과 편리성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하는 이 교수의 말에 힘이 실렸다. 

“합격하면 땡? 부실한 교육 현실 아쉬워”
“테이저건 쏠 바에 범인 놓치는 게 나아”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량진에서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4년 동안 경찰 관련 학부서 유관 교육을 받은 이들보다 시험 합격률이야 더 높겠지만, 실제 업무수행 능력은 누가 더 뛰어나겠냐. 당연히 후자”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명박정부 때 고졸 취업 장려를 위해 시험과목에 경찰과 크게 상관없는 국어와 사회 등이 포함됐다며 비판했다. 

그는 현재 경찰의 승진 구조, 특히 계급별 정년에 대해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진급과 승진에만 목매이다 보니 경찰 본분에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 계급은 11개로, 계급별로 정년 나이가 다르다. 정년 이전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의 길을 걷는다. 경찰들이 승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승진에 목을 매다 보니 경찰 본분을 다하는 것보다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해진다. 

인사권자는 대개 각 지방 경찰청에 있으며 소위 본부 내근자다. 게다가 승진할 역량이 있는 유능한 인재들은 현장보다 본부를 선호하게 된다. 현장에 가장 유능한 인재가 있어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유능한 경찰들은 승진, 아니 생존을 위해 내근만 하게 돼버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중앙경찰학교 교육에 대해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준비된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교육시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인원을 뽑아도 도돌이표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지론이다. 

실제로 현재 ‘경찰청 교육훈련 개요’에 따르면 교육훈련은 ▲신임교육 ▲기본교육 ▲직무교육 ▲직장훈련 ▲기타 교육 등으로 이 중 신임교육은 ‘올바른 공직자세’ ‘직무 역량’으로 이뤄져 있다. 또 중앙경찰학교의 교육 구성에 따르면 교내 교육 630시간 중 현장 실무와 현장 대응은 총 241시간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로 인해 대다수의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등 부실하게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인천 서창동 논란의 당사자인 여경은 코로나19 사태로 체포·호신술, 사격술, 테이저건 사용법을 온라인으로만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의 폐해를 국민이 떠안은 셈이다.

그는 “공권력 활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테이저건 사용이 있다. 현재 전국에 발사 건수도 굉장히 적다. 거의 안 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테이저건을 쏠 바에야 범인을 놓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이저건을 쓰면 보고서를 써야 하고 재수 없으면 징계도 받는다. 이런 상황에 과잉 진압 프레임까지 씌워질 수도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공권력과 경찰력 행사가 조금 더 수월해져야 한다”며 “작금의 경찰력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취객에게 뺨을 맞아도 무력을 써서 제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그 이유는 사회가 정당하다고 생각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속된 말로 ‘더럽고 치사해도’ 참는 수밖에 없다”며 “미국처럼 과한 게 옳다는 것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안으로 미국의 경찰 교육 시스템을 들었다. “미국에선 남경, 여경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똑같이 힘쓰고 똑같이 일하기 때문이다. 체력 검정 과목도 다르지 않다. 교육과 임용 시스템도 다르다. ‘폴리스 아카데미’ 교육 훈련을 받은 사람들만 경찰에 지원할 수 있다. 직접 해보고 경찰이 적성에 맞는지 정하는 것이다. 부적격자가 경찰에 오지 않도록 하는 방편이다. 미국 만능주의를 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울 부분은 배울 필요가 있다.” 

그의 신간은 내년 1월과 4월 초 <범죄예방론> 과 <사이코패스, 진실과 오해>란 제목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살아보니 할 게 많아요.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승진에만 목매

최근 모교인 동국대학교는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를 맡은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는 최근 인생 목표가 월급을 500번 받는 것에서 600번으로 바뀌었다면서 웃음지었다.

<lyricki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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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