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치열한 아파트 포기해?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 가능한 분양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종의 풍선효과로 수도권 아파트 청약경쟁이 치열하고 가격 또한 매섭게 오르면서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등 규제가 적은 주거용 상품으로 수요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분양시장에서 청약통장 없이 분양이 가능한 주거용 상품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민간임대 아파트, 타운하우스, 도심형 전원주택·전원형 빌라 등이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쟁이 치열하고 구입 비용이 많이 드는 아파트에 비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주거용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들 상품에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평면이나 주차장, 커뮤니티 시설, 조망권 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수도권 지역 내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으로 청약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대체 주거상품으로 공급되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수요자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청약 제한 및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아파트 못지않은 상품성을 갖춰 주거용 오피스텔로 시선이 향하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 통장 및 가점 등과 무관하며 주택 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공급되는 주거형 오피스텔들은 투룸 이상인 경우가 많고 붙박이장,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과 복층, 테라스, 다락 등 특화설계도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어 주거 대체상품으로 떠올랐다.


청약통장 필요 없는 주거용 상품 각광
규제 적고 시설 좋아 수요자들에 인기

주거용 오피스텔은 청약 시장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올해 청약 접수를 진행한 오피스텔 중 주거 대체가 가능한 전용 40㎡ 이상 세대는 총 8479실 모집에 18만2683건이 접수(9월1일 기준)돼 평균 2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9월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에 나선 ‘광명 퍼스트 스위첸’은 평균 36.7대1, 최고 150.8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전 호실 마감에 성공했다.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웃돈)도 형성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의 ‘힐스테이트 광교’전용 53㎡은 지난 9월 8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약 한달 만에 1억7700만원이나 올랐다.

 

▲평택 고덕 2차 아이파크= HD 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평택시 장당동 153-1번지 일원에 ‘평택 고덕 2차 아이파크’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9층, 2개 동으로 ▲A타입 전용면적 24.92㎡ 756실 ▲B타입 전용면적 31.09㎡ 588실 ▲C타입 전용면적 52.15㎡ ▲D타입 전용면적 52.43㎡ ▲E타입 55.03㎡ ▲F타입 전용면적 62.21㎡ 등 총 1480실 규모로 이뤄진다.

생활주택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과 소형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 지역에 공급되는 주택을 말한다.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 유무와 관계없이 청약이 가능하고 당첨자도 무작위 추첨으로 가린다. 청약가점이 낮은 2030세대는 일반 매매나 아파트 청약보다 내 집 마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당첨이 돼도 당첨자 자격에 따른 청약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청약 당첨 당사자와 세대원은 5년간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자격이 제한되고 주택 유형에 따라 재당첨이 막히는 등 청약 참여 기회가 줄어든다.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의 주거 안정 목적으로 도입돼 이 같은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청약시장 완판 행진
높은 수준 프리미엄

거주 환경도 준수하다.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법이 적용돼 전용률이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며 발코니 등도 설치할 수 있다. 일반 연립주택에 비하면 가구 수도 비교적 많은 편이라 공동 편의시설이 갖춰지는 경우도 있다. 도심 내에 지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074가구 분양에 총 2만1309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9.84대1로, 지난해 연간 경쟁률(9.97대1)의 2배에 육박한다.

수도권에서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상반기 807가구 분양에 2만여명 넘게 몰리며 25.32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힐스테이트 수원 테라스’전용면적 55㎡ 타입은 경쟁률이 274.82대1까지 치솟기도 했다.

 

▲등촌 디앤써밋=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도시형 생활주택 26가구, 오피스텔 42호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되는 ‘등촌 디앤써밋’이 분양 중이다. 우수한 입지와 굵직한 호재, 고급 특화설계 적용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등촌디앤써밋은 차원이 다른 하이엔드 콤팩트하우스로 원룸·1.5룸·투룸 등 전 세대에 복층형 특화설계를 도입했다.

민간임대

민간임대 아파트는 임대주택 확대 보급과 집값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10년간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고 10년 후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로,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장점만을 담았다.

분양아파트에 비해 목돈이 들지 않고 적은 자금으로도 안정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내 집처럼 살지만 임대아파트라 취득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이 없고 분양 전환 시 감정평가금액 80% 정도의 합리적 가격으로 취득 가능해 시세와 비교할 때 투자성도 뛰어나다.

임대료 상승률도 2년간 5% 이내로 제한된다. 청약자격 제한이 없다는 것도 특별한 혜택이다. 공공임대아파트는 당해 지역의 무주택자만 청약이 가능하고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한 정식 청약절차에 따라야 해 자격조건이 까다롭다. 단위 세대의 면적도 소형이 대다수라 가족 규모에 따라 선택에 제약도 크다.

하지만 민간임대아파트는 청약제도와 무관해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주택 소유 유무와도 상관없어 유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다. 거주지역 제한도 없어 19세 이상인 국민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전매 제한도 없어 전월세 형태의 재임대도 가능해 투자상품으로서도 인기를 누린다. 임대보증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게 돼 안전하며 분양 전환 후에는 양도소득세 면제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 민간임대아파트인 ‘안성 금호어울림 더프라임’이 공급된다. 안성시 당왕동에 지하 2층~지상 29층, 12개동, 전용면적 59~84㎡, 총 1240세대의 대단지로 구성된다.

최대 임대 보장기간은 10년으로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제한된다. 임차기간 내에는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이 없다. 입주는 2024년 1월 예정.


타운하우스

타운하우스를 찾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여유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쾌적성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숲세권·공세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를 갖춘 타운하우스에 대한 인기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운하우스는 여유로운 공간과 주거 쾌적성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닌 상품으로 분류된다. 타운하우스는 테라스나 복층, 정원 등 넉넉한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주변에는 산, 숲, 공원 등이 둘러싸 프라이빗한 경우가 많다.

이 상품들은 테라스나 정원 공간에 수영장이나 텐트를 설치해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추가로 구성되는 다락방, 알파공간에는 영화관이나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 선보이는 타운하우스의 경우 실용성까지 높인 곳이 많아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요 수요층은 대형·고급화로 인해 은퇴자들이나 자산가들이었다. 전용 84㎡ 위주의 평형에 아파트 같은 편리한 시스템으로 쾌적함도 갖춘 주거상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테라스하우스는 분양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공급된 타운하우스인 ‘쌍용 더 플래티넘 종로 구기동’은 최고 24.9대1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어 10월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공급된 ‘운정 아이파크 더 테라스’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도 타운하우스 인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올 상반기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은 평균 8.3대1, 최고 5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높은 인기에 시세 상승도 가파른 편이다. 그동안 타운하우스는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품이란 인식이 컸는데,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런 과거 인식을 바꾸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에 위치한 ‘자이더빌리지어반 5단지’전용 84㎡는 2017년 분양 당시 분양가가 5억70 00만원대였다. 지난해 11월 8억8000만원에 실거래가로 진행돼 약 3억원이 올랐다. 네이버부동산 기준으로 현재 매물은 9억~10억원대까지 나오고 있다.

 

▲김포 힐스테이션=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 석모리 운유산 자락에 조성돼 본격 분양에 들어간 기흥종합건설의 김포 전원주택 ‘김포 힐스테이션’타운하우스가 구조가 다른 세 가지 타입으로 조성된다. 전 세대 한강 조망권을 가지고 선착순 분양 중이다. 60세대의 전원주택 대단지로 들어서게 되는데, 주택 전문가를 통해 설계 완성된 A, B, C 타입 구조 중 한 가지를 선택해 건축을 할 수 있다.

전원형 빌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아파트를 대신할 도심형 전원주택이나 전원형 빌라 단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전원주택이나 전원형 빌라는 높은 분양가와 대형 평형 위주로 공급해 3040세대에겐 막연한 꿈이었다. 또 자녀 교육, 출퇴근 및 생활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심에 자리 잡은 3억~5억원대 ‘실속형’전원주택과 전원형 빌라가 공급되면서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심형 전원주택이나 전원형 빌라는 편안한 주거생활과 향후 지가 상승 측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일수록 공동시설과 편의시설이 인접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석수동 엘림하우스= 관악구와 금천구 등 서울과 인접한 안양 석수동에 대단지 단지형 연립주택인 ‘엘림하우스’가 1단지, 2단지를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에 나선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23번지, 126번지에 1단지 48세대(6개동), 2단지 49세대(7개동) 총 12개동, 96세대를 공급한다. 주차는 세대당 1주차가 가능하다.

1단지는 전용면적 기준 52.94  ~77.88㎡이며 2단지의 경우 62.54~82.05㎡ 실입주금(대출가능금액은 개인 신용에 따라 변동가능성은 있음)은 1억60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2억1800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실사용 면적이 약 72.73㎡(22평) 내외로 방 3개, 거실, 욕실 2개 구조라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초혼부부에게 적합하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