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에 묻힌 '특금신탁' 해부

“진짜 주인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특정금전신탁(특금신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증권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특금신탁이 ‘부패세력의 차명투자’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권사를 ‘명목상 주주’로 내세우고 실제 투자자의 정체, 주주별 배당액 등은 드러나지 않는 불투명성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SK증권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 7명이 화천대유 최대주주와 그의 가족, 지인으로 알려진 가운데 특정금전신탁(특금신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뜨는 신탁
운용 방식은
?

특금신탁이란 고객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서 특정 기업 주식이나 기업어음, 회사채 또는 부동산 개발 등에 투자해달라고 지정하면 이에 따라 운용하는 신탁상품을 말한다.

특금신탁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금전으로 수탁자(금융기관)에 납입하고 신탁재산을 무엇으로 정할지, 가격,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수탁자는 지시에 따라서 운용만 하고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위탁자에 귀속된다.

특금신탁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으로 투자자가 공개되지 않아 익명성을 보장받는다. 운용 대상은 주식, 채권, 유동자산, 파생상품, 부동산 등 일반적인 자산뿐 아니라 무채재산권, 조합지분도 해당한다.


또 운용 방법의 변경을 지정하거나 계약 해지도 요구할 수 있고 신탁재산 운용 내역도 조회하거나 통보받을 수 있다. 신탁 기간이 종료되면 운용자산을 처분하거나 처분이 곤란할 때는 현물지급도 가능하므로 이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특금신탁이 ‘부패세력의 차명 투자’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를 ‘명목상 주주’로 내세우고 실제 투자자의 정체, 주주별 배당액 등은 드러나지 않는 불투명성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특히 공공개발 이익을 늘려야 하는 민관합동 사업에서 중요한 정보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장동·위례 특정금전신탁 악용 판박이
“누가 실소유주인지 묻힐 수 있어 문제”

정치권에선 개인투자자 7명이 금융사에 수수료를 내가며 특금신탁을 통해 부동산 개발 투자에 나선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실명을 가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 6%를 가진 개인투자자 7명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3년간 배당받은 금액이 무려 4040억원에 달하면서 불거졌다. 투자는 SK증권의 특금신탁을 통해 이뤄졌다.

SK증권 관계자는 “주주들을 대신해 형식적으로 주주총회에 대리참석하는 것뿐”이라고 전해왔다.


대장동 사업 시행자 ‘성남의 뜰’ 지분율은 성남도시개발공사(50%), KEB하나은행(14%),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동양생명보험(각 8%), SK증권(6%), 하나자산신탁(5%), 화천대유(1%) 순으로 이뤄진다. 

이 중 SK증권은 3463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하지만 실상 SK증권은 ‘껍데기’일 뿐, 천화동인 1~7호 등 7명이 SK증권에 ‘성남의뜰에 투자해달라’고 돈을 맡긴(특정금전신탁) 소유주였다. 이 7명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가족과 언론사 후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다.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도 대장동 사업과 판박이였다. 당시 성남의뜰과 같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푸른위례프로젝트’는 성남시 창곡동의 6만4713㎡ 부지에 아파트 1137가구를 분양했다. 

푸른위례에는 메리츠·IBK·유진·SK증권 등 증권사 4곳이 특금신탁 형태로 투자했다. 각 14.9% 지분율로 참여해 배당을 10%씩 가져가는 구조다. 천화동인처럼 위례투자1~2호와 위례파트너3호, 에이치위례피엠이 증권사 뒤에 숨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소유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남욱 변호사 부인 정모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부인 김모씨가 각각 위례투자2호와 위례파트너3호 이사로 등재돼있다.

의혹 연결 경계
배분 구조 문제

금융투자업계는 특금신탁을 대장동 의혹과 연결 짓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특금신탁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익명 투자는 신탁의 본질”이라며 “특금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악용된 것은 맞지만, 특금 자체가 아닌 비정상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장동 사태로 특금신탁 악용 방지가 필요하다는 데 업계 안팎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특금이 자금 은닉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 악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패 세력의 차명 투자 지적
업계 “의혹과 연결 경계해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특금에 대해선 관련 서류에 ‘OO증권 특정금전신탁’식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탁은 당사자 간 이뤄지는 것이라 공시할 의무는 없다”며 “특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말 기준 특금신탁은 25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55조4000억원) 보다 1.2% 늘었다. 2017~2020년 연평균 10% 이상씩 고성장하던 때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신탁 총량규제가 도입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특금신탁 증가에 힘입어 수탁고가 2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251조1000억원)에 비해 14.9%나 증가했다. 특금신탁은 223조5000억원에서 257조7000억원으로 15.3% 증가했다.

특금신탁 수요는 향후 더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투자자(위탁자)와 증권사 등 수탁사 양쪽 모두 이익이 적지 않아서다.

34조원 증가
늘어난 수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자산을 맡기는데 위탁자가 운용방식을 정하니 증권사로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며 “위탁자들은 고액자산가들이 많아 증권사에선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고 투자대상도 채권, 부동산까지 폭이 넓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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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