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흔들 철도 호재 ‘다섯’

여러 개발 호재 중에서 ‘철도 호재’는 단연 핵심으로 통한다. 주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중심권에 직장을 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으로 연결되는 철도 사업이 예정되면 그 여파가 크게 작용한다.

 

수도권 내 파급력이 컸던 대표적인 노선으로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을 들 수 있다. 먼저 9호선은 서울시 도시철도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으로 교통 시설이 낙후되었던 서울 강서지역에서 중심권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열차다. 특히 급행열차 이용 시 강서에서 강남까지 30분대(김포공항~신논현 기준)로 도달이 가능해졌다.

9호선 철도 개통으로 편리해진 출퇴근 여건 덕에 인근 집값은 훌쩍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원에 위치한 ‘마곡 힐스테이트’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4년 4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5억346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6억원 이상 올랐다.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이 가까운 역세권이며 2차(신논현~종합운동장), 3차(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 노선 연장 사업의 수혜를 입어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강남역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있는 광교역을 잇는 광역철도 노선이다. 2011 년 10월 개통됐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내 아파트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앤자이2단지’전용면적 101㎡는 2010년 1월 분양가가 4억8965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1억6800만원에 실거래 되면서 약 7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단지 역시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이 인접해 있어 강남까지 30분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철도 호재를 품은 지역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지도에 한 획을 그을 철도 호재와 인근 분양 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북횡단선

강북횡단선은 다음 해 착공, 2028년 개통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25.72㎞의 장거리 노선으로 목동에서 청량리까지 완 ·급행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향후 ‘강북의 지하철 9호선’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지하철 1·3·5·6·9호선, 면목선 등 서울 주요 노선과 직장 수요가 풍부한 상암DMC까지 이동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등촌역 디앤써밋=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도시형 생활주택 26가구, 오피스텔 42호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되는 ‘등촌역 디앤써밋’이 분양 중이다. 우수한 입지와 굵직한 호재, 고급 특화 설계 적용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차원이 다른 하이엔드 콤팩트하우스로 원룸·1.5룸·투룸 전 세대에 복층형 특화 설계를 도입했다.

단지가 조성되는 강서구는 서울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2위인만큼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 주변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밀집돼 약 16만명의 풍부한 임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DMC 및 강서구 직장인 수요에 마곡지구 근로자 수요까지 확보가 가능하다.

7호선 연장

지하철 7호선 연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지하철 7호선 경기도 북부 양주 연장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며 도봉산역~의정부 장암역~탑석역~양주시계~옥정·고읍지구 총 15.3㎞에 1~3공구로 나뉘어 건설된다. 2023년 착공에 들어가 20 28년 개통을 목표로 포천시청까지 19.3㎞ 추가 연장된다. 포천 구간은 지난해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면 양주에서 강남구청, 학동, 논현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이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는 청라국제도시로의 연장이다. 최근 개통된 서울도시철도 7호선 석남역에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연장 10.7㎞에 7개 역이 들어서게 되며, 6개 공구로 나눠 공사를 진행해 2022년 2~3월 착공에 들어가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조5700억원이 투입되는 7호선 청라 연장선 7개 정류장이 완공되면 공항철도, 인천지하철 2호선과도 연결돼 인천 서북부 지역의 교통 편의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청라 한양수자인 디에스틴= 인천 서구 청라국제금융단지(청라동 94-1) 내 주거형 오피스텔 ‘청라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이 분양한다. 지하 4층에서 지상 47층 총 702실 규모, 전 세대 84㎡로 3가지 타입으로 공급된다.

청라 국제금융단지는 청라국제신도시 랜드마크 호수공원 인근에 있다. 주거·업무·문화시설이 함께 있는 신개념 복합 타운이다. 부동산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청라한양수자인 레이크블루’전용 84㎡는 지난 6월 ‘10억 클럽’에 입성한 후 두 달 만에 2억8500만원이 올라 최근 12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청약을 받은 인천 서구 오피스텔 ‘경서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오피스텔(전용 83㎡)에는 4만3000여건의 청약이 몰려 평균 28.4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GTX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도 있다. 현재 GTX는 A, B, C, D 등 4개 노선으로 진행 중으로, GTX-A노선(파주 운정~화성 동탄)은 2019년 6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돼 조기 착공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의 4차 철도망구축 계획에 포함된 D노선은 김포 장기~부천 구간에서 최근 서울 용산으로 연장돼 추진 중이다. GTX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과 수도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탈바꿈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GTX역이 들어서는 경기도 과천, 안양, 의왕, 수원, 부천, 남양주, 의정부 등지와 인천 송도 등지의 집값이 급등했다.

 

▲신도림 비바힐스= ‘신도림 비바힐스’오피스텔이 분양을 시작했다.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일원에 들어서며 지하 2층~지상 16층 규모로 오피스텔 106실, 근린생활시설 16실, 400여석 규모의 문화집회시설, 주차대수 총 99대로 건립된다.

실용적 공간 설계에 중점을 뒀다. 복층 오피스텔로 실사용 면적을 확대했으며,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투룸 2거실 복층형 특화 설계를 했다.

신안산선

2019년 착공에 들어가 순항 중인 신안산선은 GTX와 함께 수도권 부동산을 재편할 광역 철도망이다. 경기도 안산·시흥과 서울 여의도를 잇는 44.7㎞ 복선전철로, 1단계 구간은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급행열차 이용 시 한양대(에리카 캠퍼스)에서 여의도까지 20분대에 닿을 수 있다. 여기에 향후 월곶-판교선·소사-원시선·KTX 등과도 이어질 예정으로, 수도권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며 일대 광역교통망의 새로운 한 축이 될 전망이다.

광화문, 여의도, 강남으로…
직장 몰린 서울 중심권 연결

1단계 사업의 경우 총 15개소 정거장을 지날 예정으로,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안산, 시흥, 광명 등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 서울 주요 업무지역인 구로디지털단지, 영등포, 여의도 등지로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료되면 여의도역을 넘어서 마포 공덕, 서울역까지 노선을 연장하는 2단계 방안이 추진 중인 만큼 서울 중심부까지 이동하는 여건도 더욱 개선될 예정이다.

▲트윈시티 남산= 서울의 중심지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 ‘트윈시티 남산’이 화제다. 6년 동안의 임대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는 5년 전 가격 그대로다. 전용 3.3㎡당 37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으로, 한 채에 2억5000만~4억원이다. 주변 분양가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인 것. 실제 지난해 2월 공급된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경우 3.3㎡당 5300만원 이상의 분양가가 책정된 바 있다.

노선 주변 집값에 큰 영향
가격 뛰고 높은 청약 경쟁

주변에서 거래되는 오피스텔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지난해 입주한 만리동1가 ‘하람뷰’의 전용 28㎡ B타입은 지난해 12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된 가운데 유사한 평형 분양가를 3억5000만~4억원대에 제시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높은 임차율도 이 단지를 주목하게 한다. 임차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균 임차율은 95% 내외로 검증된 임차수요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준공된 상태로 오피스텔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월곶판교선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도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 본격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수도권 서남부 지역인 시흥, 광명, 안양, 성남 판교를 동서로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경기 시흥시 월곶에서 성남시 판교까지 40.3㎞ 구간을 총사업비 2조6604억원으로 경기도 지역을 동서로 잇는다. 월판선은 인천 송도역에서 시흥시청역, 광명역, 인덕원역, 판교역이 연결돼 수인선, 소사~원시선, 경부선, 4호선, 신분당선 등으로 환승할 수 있다. 월판선이 개통되면 수도권 철도 노선과 환승이 연결되고 서남부지역의 교통이 개선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들 노선은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 주요 핵심 지역을 빠르게 연결해 부동산에 미치는 파괴력이 큰 만큼 실거주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단일역보다는 환승역으로 재탄생되는 지역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석수동 엘림하우스= 관악구와 금천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안양 석수동에 대단지 단지형 연립주택인 엘림하우스가 1단지, 2단지를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에 나선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123번지, 126번지에 1단지 48세대(6개동), 2단지 49세대(7개동) 총 12개동, 96세대를 공급한다. 주차는 세대당 1주차가 가능하다.

1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기준 52.94~77.88㎡이며 2단지의 경우 62.54~82.05㎡. 실사용면적이 약 72.73㎡(22평) 내외로 방 3개, 거실, 욕실 2개 구조라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초혼부부에게 적합하다. 실입주금(대출 가능 금액은 개인 신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음)은 1억600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2억180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즉시 입주가 가능하며 현재 도시형 생활주택의 최대 취약점으로 작용했던 주차장 기준을 넘어선 1세대 1차를 실현했다. 또한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 통장이나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재당첨 제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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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