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투자 열기 어디로?

최근까지 수익형 부동산인 생활(형)숙박시설과 아파트 대체용 상품인 오피스텔 그리고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는 남달랐다. 추석 이후에도 이들의 선전이 이어질까.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옮겨간 투자 열풍이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들 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점으로 투자 열기가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 시장 과열의 원인인 주택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한동안 투자 수요 유입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의견은
엇갈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및 전셋값은 상승 폭이 꺾이지 않은 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매값과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마련에 부담을 느낀 수요가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으로 옮겨가 청약 경쟁 과열을 이끄는 모양새다.

먼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청약 경쟁률만 보더라도 투자 열기를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분양한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는 408실 모집에 총 24만여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594대1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서울시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르웨스트’도 876실 모집에 무려 57만5950건의 청약 건수가 접수돼 최고 6049대1, 평균 657대1의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아파트 대체용 주거 상품인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실적도 놀라웠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청약 접수일 기준)을 집계한 결과 2만1594실 모집에 26만3969명이 접수하며 12.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3.11대1(1만2697실 모집, 3만9481건 접수)보다 약 4배가량 높은 수치다.


아파트 대체용 주거 상품
수익형 부동산 투자 열풍

지난해 기록인 13.21대1 경쟁률(2만7761실 모집, 36만6743명 접수)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지만, 최근 정부가 오피스텔 바닥 난방 규제 완화를 발표해 오피스텔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연말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1995가구 분양에 11만8763건이 접수돼 평균 5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경쟁률(9.97대1)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1~2인 가구와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도입된 주택을 말한다. 인동 간격이나 주차장 설치 규정 등 건축 기준이 아파트에 비해 느슨하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입지가 좋은 도심에 들어선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도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용면적이 50㎡ 이하, 방 개수는 2개 이내로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면적을 60㎡까지 늘리고 방 개수를 최대 4개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다만 이들 상품의 인기가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시장 상황 변화가 없다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주택 공급문제 반사익?
이미 한계점 도달했다?

생활숙박시설은 숙박시설로 분류돼 있어 원칙적으로 주거용으로 쓸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주거용 건물이 아니다보니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아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프리미엄을 받고 팔거나 임대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임차인 구하기도 쉽지 않고 수익률도 높지 않아 투자 열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면 실수요의 가세로 주거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한동안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 해소되기 어렵고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아파트 규제, 공급 부족,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 등으로 생활숙박시설,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 묻지마식 투자도 성행하고 있는데 입지나 공급 물량, 개발호재 등을 두루 살펴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 공급(예정) 중인 생활숙박시설·주거용 부동산.

상품별
장단점

 

▲더 스테이 클래식 명동=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옆 대로변에 생활숙박시설(서비스드 레지던스) ‘더 스테이 클래식 명동’이 공급된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3가 94번지 일대 대지면적 670.70㎡에 지하 2층~지상 13층 규모, 전용면적 21.254~32.220㎡(외부 발코니 3.3~8.6㎡ 별도 제공) 1.5룸, 2룸 생활숙박시설 117실과 근린상가 5실로 건립된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비롯해 침대, 식탁, 소파, 스타일러까지 풀퍼니시드, 하이엔드 급으로 기본 옵션이 제공된다. 생활숙박시설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분양 호텔과 달리 취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단기 임대 또는 숙박업이 가능하다. 선착순으로 호수를 우선 지정할 수 있다.

역대급
경쟁률

 

 

▲트윈시티 남산= 서울역에 직접 연결되는 초역세권 오피스텔 ‘트윈시티 남산’이 화제다. 6년 동안의 임대 운영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매각으로 전환, 현재 선착순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다. 단지 내에는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해 있다.

오피스텔 분양가는 5년 전 가격 그대로다. 전용 3.3㎡당 37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으로, 한 채에 2억5000만~4억원 정도다. 주변 분양가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높은 임차율도 이 단지를 주목하게 한다. 이미 준공된 상태로 오피스텔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선유도역 펫앤스테이=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에 반려동물 특화 주거 공간을 앞세운 ‘펫앤스테이’가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2층, 1개동, 전용면적 19·29㎡, 총 149실 규모다. 타입별로는 19㎡ 97실, 29㎡ 52실의 1~1.5룸 구조로 이뤄진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동물병원, 도그짐, 펫 동반카페, 펫 호텔 등의 펫 전문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미끄럼방지 바닥부터 펫도어, 반려견 전용 샤워기, 특화 조명, 차음 중문, 환기시설 등 반려동물의 건강과 편의를 고려한 요소가 인테리어에 반영된 것도 특징이다. 공용 공간에는 앞마당(운동장), 세족시설, 배변처리기, 무인 택배실, 코인세탁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입주민을 위한 전용 발렛주차시스템 또한 운영 계획에 있다.

 

▲더 프레임 서초= 서울 중심에 위치해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하는 ‘더 프레임 서초’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1만1994㎡, 지하 3층~지상 15층 2개동으로 이뤄지며, 공동주택(소형 하이앤드) 86세대 규모다.

하이엔드 주거공간으로 우면산을 바라보는 쾌적한 조망을 자랑한다. 김찬중 건축가와 오호근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해 건축을 넘어 미학을 담은 디자인으로 설계 완성도를 높였다. 디엠피건축사사무소는 최근 서초, 수유, 신촌 등 도심지 내 중소형 유닛 주거시설의 걸작을 만들어낸 바 있다.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돼 총 6가지 타입으로 선보인다. 와이드한 삼중 접합 유리 창호 설계와 높은 천장고에 맞는 라인디퓨저 시공으로 소음, 환기, 채광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실내 디자인은 민 설계가 맡아 효율적인 공간 활용은 물론 품격을 더했다. 이태리 프리미엄 가구 피앙카와 원목마루 리스토네 조르다노, 이태리 수전업계 1위 제시사 제품과 독일 명품 주방가구 불탑사 제품이 사용된다.

 

▲힐스테이트 남산= 현대건설은 서울 중구 묵정동 일원에 선보이는 ‘힐스테이트 남산’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9층, 2개동 규모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 21~49㎡ 282가구와 단지 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남산’(지하 1층~지상 1층)으로 구성된다.

일부 가구는 남산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전용 38㎡A(RT1), 44㎡A(RT1)의 경우 광폭 루프 테라스가 제공돼 캠핑이나 개인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용 21㎡A를 제외한 전 가구에 드레스룸을 마련되고, 호텔식 분리형 욕실도 설치될 예정이다. 전용 38㎡이상 타입에는 펜트리가, 일부 가구에는 테라스가 조성된다. 전 가구에는 지하 공용 공간에 창고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 공간(100% 자주식 주차)도 확보했다.

 

▲신길 AK 푸르지오= 대우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255-9번지 일원에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로 구성된 주상복합 단지 ‘신길 AK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4층 5개 동 규모로 전용면적 49㎡ 도시형생활주택 296가구와 전용 78㎡ 오피스텔 96실로 이뤄진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급증하는 1~2인 가구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2009년 도입한 주택으로, 건축법상 도시 지역에만 건립할 수 있어 대체로 입지가 우수하고 주택으로 분류돼 평면 구조가 아파트와 유사하다.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며 재당첨 제한과 실거주 의무도 없다. 오피스텔은 100실 미만으로 구성돼 전매 제한이 없다.

묻지마식
투자 주의


▲삼성동 위레벤646=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결합 상품인 ‘위레벤646’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나선다. 서울 지역에서는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단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한강, 탄천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는 위레벤646은 지하 5층~지상 19층 총 108세대 규모로 도시형생활주택 63세대 30~101㎡ 타입, 오피스텔 45호실 18~34㎡ 타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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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