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후광효과 좀 볼까나~

대기업 투자, 도시 재생사업,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지역에 공급되는 부동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 LG, SK 등 대기업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후광 효과는 아파트 등 주택만 해당되지 않는다. 오피스텔 등 대체 주거시설은 물론 지식산업센터, 소형 오피스 등 업무시설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역시 그 효과를 받는다. 계열사, 협력업체 등이 입주를 시작하면 임차 수요가 크게 확장되고 교통, 인프라 등 비즈니스 여건까지 대폭 개선된다. 여기에 고소득 연봉에 구매력 높은 근로자 수요가 확보되면서 상권 활성화 및 수익률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임차수요↑
완판 행진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대기업 후광효과가 두드러지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장인 평택캠퍼스에 약 180조원의 투자 계획에 이어 올해 38조원 추가 투자 의지를 밝혔다. 고덕국제신도시는 대기업 직접 투자의 규모와 안정성 측면에서 확실한 가치 상승 요소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 평택시의 초창기 분양에 나선 지식산업센터 상품은 현재 100%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삼성 평택캠퍼스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단지가 가까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8년 2월 삼성 평택캠퍼스 인근에 분양한 ‘에스타워 고덕’은 계약 2주 만에 모든 분양 물량이 완판 되기도 했다.

인천 송도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투자를 밝힌 대기업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한 ‘아크베이 스트리트’상업시설은 계약을 100% 완료했다. 이외 대기업 후광효과를 보는 지역은 용인 처인구 원삼면, 천안·아산 지역, 충북 청주 등이 있다.


다음으로 대규모 도시 재생사업 후광효과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를 재개발하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이하 세운지구) 일대 분양시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2006년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된 후 몇 차례 계획이 변경됐고, 2011년 ‘다시 세운’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전체 지구 중 절반가량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계획이 발표되며 본격 개발에 착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후 도심이었던 세운재정비 촉진지구는 서울 사대문 안 최대 재정비 사업으로, 재개발이 완료될 경우 대규모 주거단지를 이루게 된다. 실제 일대에 분양한 주거·숙박단지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세운지구에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는 총 293가구 모집에 3133건이 접수, 최고 34.88 대 1(평균 10.69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해 8월 선보인 도시형 생활주택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도 487가구 모집에 총 697건이 몰려 최고 51.3 대 1(평균 13.9 대 1)의 경쟁률을 이뤄냈다. 최근 분양한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아파트 역시 14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126건이 몰려 1순위 평균 29.2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세운지구 전체 구역 사업 완료 시 총 3885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주거타운이 조성된다. 대부분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단지인 만큼 일대가 고급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대기업 투자·도시재생사업·국제업무지구
안 봐도…상권 활성화·수익률 상승 기대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인근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중구 남산센트럴자이(2009년 12월 입주) 전용 82㎡의 평균 매매가는 지난 1년간 무려 1억8500만원(8억5500만원→10억4000만원) 정도의 상승세를 보였다.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2011년 11월 입주)도 전용 44㎡ 매매 시세가 1억3000만원(6억7000만원→8억원) 상승했다.

세운지구는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광화문중심업무지구(CBD)가 인접해 시청·종로·광화문으로 출퇴근이 용이하다. 서울 지하철 1·2·3·4·5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세운 사업 후광지역에서 공급된 생활(형)숙박시설도 분양을 속속 마치고 있다. 서울 중구 필동1가 43-1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0층, 총 455실 규모로 건설 중인 ‘빌리브 아카이브 남산’생활숙박시설은 약 1만4000건의 청약 접수 이후 전실 계약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업무지구 조성에 따른 후광효과가 있다. 국제업무지구는 업무기능은 물론 주거기능도 겸하고 있어 지구 조성에 따른 후광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대부분 서울 도심이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경제자유구역 등 해당 지역의 요충지에 조성돼 지역 개발을 선도하게 될 전망이다.

고급 주거타운
탈바꿈할 전망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용산구가 있다. 미래 10년 개발을 담은 용산 지구단위계획의 구체적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용산정비창 일대 국제업무지구 부지와 캠프킴 일대 땅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과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용산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공공 개발하는 것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말 제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용산철도병원 부지 특별계획구역 지정 및 세부개발 계획안’을 수정 가결했고, 지난 6월 용산구는 용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결정안을 열람 공고했다.

지구단위계획은 구체적인 개발 가이드라인이다. 2010년 확정된 기존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11년 만에 변경안이 나온 것으로, 오랫동안 멈춰있던 용산구 일대 개발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요지
투자 열기

이번 변경안에는 용산구 한강로1가 1-1 일대 캠프킴 부지와 한강로3가 65의 154 용산철도병원 부지가 특별계획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현재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된 캠프킴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상업·업무공간을 개발하고, 주민지원시설(공공청사)과 한강변 오픈 스페이스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철도병원 부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34층, 685가구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조성하고, 철도병원 기존 건물을 용산 역사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는 세부개발계획안도 이번 변경안에 반영됐다.

주요 시설인 종합병원 건립 계획도 다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업무지구 내 대규모 종합병원 건립이 실제 추진되면 서울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병원 규모 확장을 노리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 대형 병원 경쟁 등에도 여러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차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분원 설립에 나서며 세 확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규제와 저금리 기조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여러 후광효과를 보는 지역을 눈여겨보면 알짜 수익형 상품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대기업 투자, 도시 재생사업,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수도권에 공급되는 수익형 부동산.

 

▲고덕신도시 유보라 더 크레스트= 반도건설이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중심상업지구에 주거형 오피스텔과 상업시설로 이뤄진 복합단지 ‘고덕신도시 유보라 더 크레스트’를 분양한다. 오피스텔은 블록별로 9-1-1은 지하 4층에서 지상 최고 45층의 전용면적 59·84㎡ 총 560실, 9-2-1은 지하 4층에서 지상 최고41층의 전용면적 59·84㎡ 총 556실로 구성된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사업 면적 1342만여㎡에 향후 5만60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수도권 남부 신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반도체 평택캠퍼스가 조성되면서 ‘삼성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미 1·2공장라인이 가동 중, 3공장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며 5년 내에 4~6공장도 설립될 예정이다.


유보라 더 크레스트는 고덕국제신도시 중심부인 비즈니스콤플렉스타운에 들어선다. 수도권 1호선 서정리역과 SRT·KTX (예정)·수도권 1호선이 정차하는 지제역과도 가깝고, 고덕국제신도시를 순환하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도 인근에 있다. 도보 약 10분 거리에 고덕국제화도시 첨단산업단지가 있다. 인근에는 고덕초등학교(가칭)가 오는 2023년 9월 개교 예정이며 중·고등학교 부지도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 콤플렉스타운 내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다양한 생활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바로 앞에는 고덕수변공원(일부 가구 조망 가능)과 인근에 함박산 근린공원(예정)이 있다.

 

▲브릴란테 남산= 남산과 명동 사이 첫 번째 시그니처 하우스 ‘브릴란테 남산’이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3층, 전용 18 ~39㎡, 총 156실 규모로 조성된다. 12개 타입을 구성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높였다. 전 호실의 약 69%를 희소성 높은 2룸으로 설계해 고급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하철 1호선부터 5호선까지, 5개 노선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퀸터플 역세권에 위치한다. 우선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이 도보 2분 거리의 초역세권에 위치한다. 지하철 2·3호선 환승역인 을지로 3가역을 도보 10분 내로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1·3호선 환승역인 종로 3가역과 2·4·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도 인접해 도보 이용이 가능하다.

사통팔달에 따른 교통망으로 중심상업업무지구(CBD)는 물론 여의도, 강남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본점), 신세계백화점(본점),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명동 상권, 남산한옥마을, 서울시청, 중부세무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등의 편의·문화·의료시설이 인근에 위치한다. 남산공원, 청계천 등의 녹지 환경도 가까워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개발 호재에 따른 미래가치도 높다. 중구 일대에는 약 1만 가구의 주거시설과 업무·상업·공원시설이 들어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용산 클라우드 나인=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 원효로 3가 277-13번지 일대에 한강뷰 오피스텔인 ‘용산 클라우드 나인’이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대지 면적 509.70㎡, 연면적 4489.07㎡,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다. 지상 1~2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3~18층은 원룸형과 1.5룸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총 122세대로 원룸형이 2억대 중반, 1.5룸은 4억대며 총주차 대수는 62대다.


지하철 용산역(1호선·경의중앙선)과 신용산역(4호선), 마포역(5호선), 효창공원앞역(6호선)이 가까이 있다. 버스정류장도 도보로 불과 3분 거리라 교통 환경이 양호하다. 남향 한강조망이 가능한 업무 및 상업시설 밀집지역에 위치한다. 여의도·영등포·상암DMC·광화문·강남 등 직장인 밀집지역의 출퇴근은 물론 서강대,연세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종합대학의 등·하교에 수월하다.

희소성
고급화

용산아이파크몰, 신라면세점,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용산전자상가, CGV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인근 직장인, 대학생을 비롯해 전국에서 상경하는 유동인구가 수십만에 이른다.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이촌한강공원, 효창공원이 뉴욕의 다양한 문화쇼핑과 메디컬 리더 융합시티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여의도보다 큰 한국의 센트럴파크 용산민족공원(2027년 완공 예정)이 조성 중이다. 현대차 사옥 재개발(예정), 한국의 맨해튼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 정비창 재개발, 풍전 산호아파트 재건축,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신분당선 연장, GTX A·B노선 신설 등 대규모 뉴 리더백 시티개발 사업이 실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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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