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난다, 조망권 프리미엄

실수요자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망권에 대한 욕망이 점점 높아지면서 강, 바다, 공원, 호수나 산 조망에서 보다 색다른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단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 조망권이 주거단지의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더불어 일조권, 사생활 보호, 쾌적한 주거환경 등 실거주 입장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조망권 침해에 대한 구제, 보상 법률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조망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016년 4월 일부개정·시행된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감정평가 세부평가기준에서, 제66조 주거용지의 주거 쾌적성 및 편의성 중점의 고려항목 중 단지 외부요인으로 조망·풍치·경관 등 지역의 자연적 환경을 고려해 주거용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고, 제275조 등에 따라 조망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정하고 있다.

자연 환경
평가 기준

조망권이 주택 매매가의 20%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을 정도로 그 가치가 입증된 만큼 자연 조망을 품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2020년 8월5일 기준) 한강 조망이 가능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자양강변 아이파크’(2006년 12월 입주)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14억원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하지만 ‘광진 트라팰리스’에 가려 일부 세대만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이튼타워리버 3차’(2007년 4월 입주) 전용 84㎡ 평균 매매가격은 12억40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가 1억6000만원 비싼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 조망권에 대한 가치로 인해 한 단지 내에서도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59㎡는 지난해 11건의 손바뀜이 있었다. 거래가는 20억~25억7000만원으로, 조망권을 확보한 동·층에 따라 최대 5억원을 웃도는 거래 차이를 보였다.


주택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에도 조망권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생활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익형 상품의 인기는 남다르다. 유동인구가 풍부한 바닷가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수요확보가 용이한 것은 물론, 높은 희소성에 따른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바다, 공원, 호수, 산…
색다른 경관 조망 단지 인기

바다 조망권을 갖춘 수익형 상품은 비 조망 상품보다 매출액이 더 크게 나타난다. 월 임대료도 높게 책정되는 편이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바다를 두고 한 블록 안쪽에 있는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기준 반경 100m 이내 위치한 커피전문점의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 총 1억759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부산 바다와 바로 인접해 조망이 가능한 ‘한화리조트 해운대’기준 반경 100m 이내 위치한 커피전문점은 동 기간 매출액이 1억9418만원으로 약 80.4% 더 높게 나왔다.

또 해운대 해수욕장과 가깝게 위치해 있지만 일부 고층에서만 바다 조망이 가능한 ‘베니키아 프리미엄 호텔 해운대’기준 반경 100m 이내 숙박업 매출은 총 1억7246만원이지만,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한 ‘신라스테이 해운대’기준 반경 100m 이내 숙박업의 매출은 2억2887만원으로 32.7% 더 높았다.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부동산(2월17일 기준)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맞닿아 있어 바다 전면뷰가 가능한 ‘팔레드시즈’단지 내 상가의 경우, 전용 84㎡(1층) 매물이 보증금 1억원에 월임대료가 550만원에 나와 있다. 바다와 가깝지만 조망은 안 되는 ‘크리스탈 비치 오피스텔’단지 내 상가 전용 121㎡(1층)이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280만원이란 점과 비교하면 크기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임대료가 더 높다.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 차익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여수 웅천지구에 들어서는 생활형 숙박시설 ‘웅천자이 더 스위트’(2022년 3월 입주 예정)는 전용 166㎡ 분양권이 12억4400만원(36층)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는 분양가(8억6400만원)보다 3억8000만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오피스텔,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 주택은 물론 생활숙박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에서도 조망권에 대한 가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분양가는 수천만원 차이에 불과했던 단지들이 향후 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향후 일대의 개발 방향에 따라 조망권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영구 조망권을 갖춘 단지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조망권 단지.

“주택 매매가 20% 해당” 판례
가치 입증 분양 단지 관심↑

 

▲용산 클라우드 나인(한강 조망)=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 원효로 3가 277-13번지 일대에 한강뷰 오피스텔인 ‘용산 클라우드 나인’이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대지면적 509.70㎡, 연면적 4489.07㎡,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다.

지상 1~2층은 근린생활시설이, 지상 3~18층은 원룸형과 1.5룸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총 122세대로 원룸형이 2억원대 중반, 1.5룸은 4억원대다. 주차대수는 62대. 남향 한강조망이 가능한 업무 및 상업시설 밀집지역에 위치한다.

같은 단지도
매매가 차이

 

▲트리니티99 푸르지오 발라드(남산 조망)= 대우건설 자회사인 ㈜대우에스티는 서울 중구 을지로5가 일원에 들어서는 ‘트리니티99 푸르지오 발라드’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16층, 전세대 복층, 전용면적 29~73㎡, 총 176실 규모다. 희소성은 물론이고 투자가치와 주거용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1.5룸과 2룸으로 조성된다.

복층 세대에 3.9m의 높은 층고를 도입함으로써 일반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는 누릴 수 없던 탁월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펜트하우스는 무려 5.2m의 층고를 적용해 개방감과 조망권이 극대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첨단 IOT시스템을 적용하고, 실내에는 UV살균조명(현관, 펜트리, 주방 등)을 설치해 코로나19에도 안전할 수 있도록 입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지하 1층, 지상 1층에는 상업시설을 구성해 편의성을 높이는 등 강남권 오피스텔을 뛰어넘는 요소를 두루 배치했다. 추가로 5성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임대 수익
시세 차익

컨시어지 전문 플랫폼인 ‘돕다’와 업무제휴를 통해 국내 최고의 하이엔드 주거서비스를 제공한다. 초고가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 설계 대표기업인 ‘인케이디자인’과 협업해 골프연습장, 최상층 루프탑 공원, 파티룸, 멀티룸, 피트니스센터를 조성할 예정으로 단지 안에서 체육활동과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더욱 특별한 사항으로는 최근 동대문권역의 최고급 5성급 호텔인 노보텔엠버서더 동대문 호텔과 업무 제휴로 조·중·석식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입주민 전원에게 호텔의 모든 시설을(인피니티풀, 칵테일바, 휘트니스 등) 투숙객과 동일한 조건으로 365일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제공할 계획이다.

을지로 5가 대로변 사거리 코너에 위치해 뛰어난 가시성과 접근성뿐만 아니라 특급 뷰를 자랑한다. 사업지 인근에 남산과 북악산, 인왕산이 가까이 위치해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전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옥상에 글램핑장, 스크린 영화감상, 정원카페 등 독특한 루프탑 가든을 만들어 가족과 지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남산공원 등 자연녹지 공간도 인접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고, 청계천이 인접해 있어 산책과 운동도 할 수 있다.

 


▲영흥도 쎄시오(바다 조망)= 인천 옹진군 영흥도에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 ‘패밀리 시그니처 리조트 쎄시오’가 분양한다. 대지면적 9960㎡, 연면적 2만7899.67㎡에 7개 층으로 이루어진 복합리조트로, 400여개의 객실과 클럽메드식 다양한 부대시설로 조성된다. 평형 구성은 스탠다드룸 A타입(22.48㎡) 300실, 스탠다드룸 B타입(23.08㎡) 35실, 스탠다드룸 C타입(31.27㎡) 16실, 로얄스위트룸 I타입(103.50㎡) 2실, 펜트하우스 PENT(45.00㎡) 37실 등으로, 이들 평형에 대한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다.

영흥도는 장경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통일사, 영흥 에너지파크 등 관광지를 보유한 서해안 대표 해양관광지로 서울 인근에 위치해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주말, 휴일 등에 찾는 장소 중 하나다.

단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입지를 갖춰 전 객실 일출·일몰 바다 조망권을 확보하며 고객 전용 프라이빗 비치가 마련된다. 객실은 오션뷰 테라스가 있는 복층구조로 설계됐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마감이 적용된다. 펜트하우스는 하나의 객실이 3층의 공간으로 꾸며지며 루프탑에 프라이빗풀과 데이베드를 갖춰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휴양공간으로 조성된다.

이와 함께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에서 볼 수 없던 프라이빗 비치, 인피니티 풀, 컨벤션, 회의실, 대형식당, 남·여 피트니스센터, 키즈존, 스크린골프장, 게임장, 노래방, 편의점, 빨래방, 커피숍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다.

 

▲양평 오른카운티하우스(남한강 조망)= 양평 개군면 상자포리에 조성 중인 ‘오른카운티하우스’가 분양 중이다.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 자리한 자연 친화형 전원주택단지로 중앙 공급식 도시형 가스(LPG), 상수도, 전기, 통신 시설들을 지중화 했다. 각종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이 밀집된 면 소재지가 약 1㎞ 거리에 있어 도시형 전원주택단지라고 할 만하다.

변하지 않는
영구 조망권


일조와 통풍, 조망이 빼어난 야트막한 남사면 구릉지 1만여평을 필지당 150~200평으로 분할해 51세대로 조성했다. 지역/지구상 보존관리지역, 자연보전권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1권역) 등에 속하므로 최고의 청정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행위 규제가 까다로운 지역일수록 주거 환경이 최고의 입지조건이다.

고객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단지로서 40%는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60%는 문화재로 지정된 석성인 파사성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단지에서 강변 자전거도로와 파사성을 산책로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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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