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용산의 승천

서울 중심에 입지한 용산구는 대규모 개발호재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정부가 당초보다 축소 논란에 중심이었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D노선을 김포 장기신도시에서 용산역까지 직결되는 ‘김용선’으로 추진하면서 용산이 인천과 김포,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29일 GTX-D노선을 ‘김포 장기역~부천종합운동장역’구간을 신설하고, GTX-B 노선을 공용해 용산역까지 직결하는 내용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4월 4차 철도망 계획의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GTX-D 노선이 김포 장기~부천 종합운동장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강남·하남 직결을 원했던 김포·검단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이에 국토부는 GTX-D 노선을 GTX-B 노선과 연계해 신도림역(2호선 환승역), 여의도역(9호선 환승역)을 거쳐 용산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추가시켰다.

GTX-D노선
용산역 직결

확정안에는 장기역~부천종합운동장역 구간을 신설하고, GT X-B 노선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GTX-B 노선을 공용해 용산역 등 서울도심까지 열차를 직결 운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더해 광화문에 있던 주한미국대사관이 용산으로 들어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개발호재가 겹치고 있다.

반면 용산 등을 공공주택 공급 거점으로 삼으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4일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용산 정비창·캠프킴 부지에 임대주택 1만3100가구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 발표 당시에도 용산 일대를 상업지구로 개발하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는데, GTX-D노선 개발계획까지 더해지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에서도 개발의 중심인 용산역에는 이미 다양한 교통호재가 적지 않다. 신분당선이 신사역부터 용산역까지 연장되고, 용산역과 신용산을 연결하는 지하공간개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역이 하루 41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신분당선 용산 연장노선은 강남~정자~광교 운행 구간을 강남~신사~용산으로 확대하는 신분당선 서울 구간(7.8㎞) 연장 사업 중 2단계로 당초 2025년 개통예정이 2027년으로 다소 미뤄질 전망이다.

신사역에서 시작해 강북에 동빙고(신설)~국립박물관(신설)~용산역(정차)을 새로 짓는다. 용산역(1호선)에서 강남역(2호선 및 신분당선)까지 지하철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39분에서 13분 정도로 줄어들어 용산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형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다양한 개발호재 겹쳐
수도권 교통의 요지로 ‘우뚝’

업계에서는 GTX 노선까지 추가돼 용산역을 둘러싼 광역교통망이 개선되면 유동인구가 더 몰려 수도권의 성장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산 거주자들은 당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확정된 신분당선 연장과 용산역-신용산역 일대 지하화사업에 더해 GTX-D노선과 B노선까지 추가된 것은 큰 호재라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용산 호재는 또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23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광화문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을 용산공원 북측인 용산구 용산동1가 1-5 일대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주한미국대사관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결정안에 따르면 현재 녹지지역인 이 구역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돼 최고 12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국대사관 이전은 여의도 면적보다 큰 용산공원 조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청사 바로 옆에 약 2만9752㎡(9000평)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조성해 남산부터 한강에 이르는 녹지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당초 대사관 직원 숙소 용지로 사용하려던 용산공원 동쪽의 3만㎡ 용지를 국토부가 기부채납 받는 인근 아세아아파트 일부와 교환하기로 하면서 이 구역도 공원으로 조성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용산역 일대 철도 지하화 사업으로 조성되는 상부 공원과 연결되면 이 일대는 서울역과 경의선 숲길로 향하는 보행로가 된다.


최근 ‘강북 코엑스’로 불리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이 가시화 되면서 ‘서울역~용산역 지하화’사업의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수조원이 필요한 사업으로 사업비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서울시는 우선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확보한 공공기여금 일부를 투입할 계획이다.

정비창 부지
국제지구로

지난 3월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사업’이 내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서울역사 뒤 유휴 철도용지(서울시 중구 봉래동 22가 122번지 일대)를 서울역과 연계해 복합 개발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2조원에 달한다.

국제회의수준의 MICE(컨벤션) 시설과 호텔·판매·업무시설을 갖춘 최고높이 40층, 5개동 건축물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개발 사업에서 나오는 약 2200억원의 공공기여금 중 1000억원 이상을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사업 등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한다. 서울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에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10년 넘게 표류한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확정을 계기로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사업에도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여의도보다 큰
공원 조성 속도

용산의 또 다른 유휴용지인 용산정비창도 국제도시로 재탄생한다. 오 시장은 2006년 1기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절 최대 역점 과제로 꼽았던 이 사업을 최근 다시 꺼내들었다. 당시 용산정비창을 111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2012년 좌초된 바 있다. 오 시장이 용산정비창 개발, 용산공원 계획, 광화문~용산~한강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 계획 등을 모두 엮은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고 하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용산 일대는 GTX-D 노선과 GTX-B 노선 확정, 용산역 전면 지하공간개발 등 교통개선사업과 함께 각종 개발계획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호재가 겹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들이 계획대로 진척된다면 용산은 일과 휴식,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의 얼굴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허파 기능을 맡을 용산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명품 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된다. 2026년경 용산공원이 개장하면 용산 일대의 그린인프라는 더욱 좋아질 예정이다.

굵직한 사업 10가지 넘어
이미 들썩들썩 투자가치↑

최근 북측의 경찰청시설 신축예정부지(1만3200㎡, 용산역 인근 대체부지로 이전)를 포함한 구 방위사업청 부지 9만5600㎡를 용산공원 경계 내로 편입시키는 등 부지가 약 300만㎡ 규모로 확대됐다. 이 크기는 국제규격의 축구장(7140㎡) 약 400개, 여의도 면적(290만㎡)보다도 큰 면적을 자랑한다. 이미 문화생활 및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물이 용산에 들어서 있다. 용산아이파크몰, 이마트, 용산전자상가, 용산가족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용산 곳곳에 신규 오피스텔이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용산 또한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공급이 귀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7월 분양에 나선 용산센트럴파크뷰(133실 규모)와 10월 분양에 나선 용산 글로버리버파크(25실 규모), 올 3월 용산센트럴포레(72실 규모) 오피스텔은 내놓기가 무섭게 분양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의 핵심 입지인 용산구 일대는 교통과 공원, 재건축, 재개발 등 다양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어 주거환경 개선에 따른 미래가치가 높다”며 “굵직한 호재가 10가지가 넘어 이 사업이 마무리가 되면 용산의 투자가치는 상당해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용산에 분양을 앞두고 있는 오피스텔.

 

▲DK밸리뷰 용산= 용산 부동산의 양대 프로젝트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수혜 지역 중 하나인 용산 한강로 3가에 전매 가능한 투룸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 복합 단지인 ‘DK밸리뷰 용산’이 분양한다.

대지면적 664.50m², 연면적 6201.40m²,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로 오피스텔 83실, 소형 아파트인 도시형 생활주택 24세대로 구성된다. 오피스텔 전용면적 기준 29.58~33.92m²(5개 타입, 투룸) 83실, 도시형 생활주택 전용면적 기준 24.22~26.81m²(5개 타입, 투룸) 24세대다. 전세대 2룸, 3베이(Bay)구조다. 총 주차대수는 73대(법정 67대). 2022년 10월 준공 예정.

 

▲용산 클라우드 나인=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 원효로 3가 277-13번지 일대에 한강뷰 오피스텔인 ‘용산 클라우드 나인’이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대지면적 509.70㎡, 연면적 4489.07㎡, 지하 1층~지상 19층 규모다. 지상 1~2층은 근린생활시설, 지상 3~18층은 원룸형과 1.5룸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총 122세대로 원룸형이 2억대 중반, 1.5룸은 4억대다. 총 주차대수는 62대.

▲트윈시티 남산=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366에 위치한 ‘트윈시티 남산 오피스텔’은 지하 6층~지상 29층, 전용 21~29㎡ 13개 타입, 총 567실 규모로 오피스와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조성돼 있다.


신규 분양
줄줄이 관심

민간 임대주택 리츠 1호 사업으로 건설된 트윈시티 남산은 지난 2015년 2월부터 6년 동안 임대로 운영됐다. 이번에 매각으로 전환해 현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분양가는 전용 3.3㎡당 37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으로, 1채당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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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