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피' 공기업 성과급 잔치 막전막후

'보너스 팍팍' 철밥통만 살판났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가 불어닥쳤지만, 공공기관들과는 무관했다. 계속되는 적자에도 공기업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공공기관의 적자가 후대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만큼 적자의 책임성을 보다 분명하게 따지고 경영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15곳이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6502억원을 지급했다. 적자가 난 이들 공기업의 임직원들이 받은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408만원에 달했다.

심각한 적자
웃는 직원들

코로나19로 영업 타격을 입은 공기업들의 적자폭이 컸다. 2019년 33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강원랜드는 휴업 등 영업 차질로 작년에는 당기순손실 2759억원을 냈다. 역시 영업제한에 타격을 입은 마사회도 전년 1449억원 순이익에서 지난해에는 436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8634억원의 순이익에서 422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적자 속에서도 이들 기관 임직원은 지난해 평균 14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 일부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가장 많은 임원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LH의 경우 지난해 전년도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811억원에 자체 성과급 657억원을 더해 임직원들에게 모두 146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2019년 경영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아 811억원의 성과급을 배정받았다. 지난해 LH 임직원 1인당 1578만원씩 성과급을 챙겼다.

지난해 적자 15곳 총 성과급 6500억
석유공사 자본잠식에도 227억 지급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총 291억원, 강원랜드는 390억원, 한국마사회는 197억원을 지급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 583억원 순이익에서 지난해 1607억원 적자를, 한국남동발전은 327억원 순이익에서 14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관은 지난해 총 578억원, 538억원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각각 지급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2조4392억원으로 전년(1548억원)대비 크게 확대되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됐지만 지난해 석유공사가 임직원 전체 성과급으로 지급한 규모는 227억원에 달했다.

공공기관들의 성과급 지급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현행 성과상여금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성과상여금은 경영평가 성과급과 자체 기관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기관이 C등급 이상을 받는 경우 차등지급된다. 전년 경영평가 결과가 이듬해 발표돼 지급되는 구조다.

정부는 규정대로 진행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규정이 문제?
세 부담 가중

기재부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무 상황 외에도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라며 “기관 자체적으로 내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실경영 등으로 많게는 수조원의 적자를 낸 공공기관에 수백억원씩 성과급을 주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공공 부문이 코로나19에 고통분담을 한다고 해놓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기업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전체 공기업 부채는 2017년 364조1000억원, 2018년 371조200억원, 2019년 388조1000억원, 지난해 397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7년 177.6%였던 부채비율(부채/자본)은 지난해 182.6%까지 높아졌다.

공기업 임직원 급여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수 또한 공시 첫 해인 2016년 12만6972명에서 지난해 15만80명으로 4년 새 18%나 늘었다. 임원 자리도 늘었다. 상임 임원 정원이 869명에 달해 4년 전(813명)보다 50명 넘게 늘었다.

연봉도 올라
채용은 급감

공기업 수장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약 2% 증가한 2억1512만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공기업 사장 및 임원이 4개월간 월 급여의 30%를 반납하는 사례가 보도됐지만, 오히려 이들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상승했다.

알리오와 CEO스코어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연봉은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관장 평균연봉은 2016년 2억452만1000원, 2017년 1억9967만원, 2018년 1억9821만6000원 등이다.

지난해 기관장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공기업은 한국남동발전이다. 유향열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의 연봉은 2억7183만1000원으로, 2019년 2억3989만6000원 대비 1년새 13% 올랐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2억6770만9000원, 한국부동산원 2억6587만원, 한국전력공사 2억6505만9000원, 한국토지주택공사 2억4478만1000원, 한국조폐공사 2억4472만1000원 순이었다.

이들 공기업 수장의 연봉은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고위직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연봉은 2억3091만원이었다. 국무총리와 부총리·감사원장의 연봉은 각각 1억7901만5000원, 부총리 및 감사원장 1억3543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공기업은 코로나 무풍지대?
경영평가 낮아도 셀프 보상


기관장 연봉이 2억원 이상인 공기업은 전체의 63%(22곳)를 차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실적이 부진한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기관장 연봉도 2억768만원이었다.

이에 앞서 한전 및 발전 공기업 5개사, 조폐공사 등 주요 공기업 기관장과 임원들이 4개월간 월 급여의 30%를 자진반납했지만, 생색내기였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직원 평균연봉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8156만원으로 전년(7948만원)보다 2.6% 올랐다. 10곳은 평균연봉이 9000만원을 넘었다.

대규모 적자 사태에도 평균연봉이 줄어든 공기업은 7곳에 그쳤다. 지난해 창사 41년 만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 평균연봉이 9000만원을 넘었고, 적자로 전환한 한국남동발전, 한국마사회 등에서도 평균연봉이 6% 이상 뛰었다.

평가 개편
임금 반납?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공공기관의 코로나19 고통 분담 노력을 평가 및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코로나19 대응 노력과 성과 가점' 항목을 신설하고 총 3점의 가산점을 뒀다. 해당 항목에서는 임직원의 임금 일부 반납 및 기부활동 등이 주요하게 평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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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