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 1호 타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칼 뽑았으니 무라도 자를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공수처는 예상을 뒤엎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건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공수처를 비판하는 입장과 1호 수사 건으로 적합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 10대 공약을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고, 임기를 1년 여를 남겨놓고 있다. 교육감 자리를 이어오며, 조 교육감은 공약과 말실수로 많은 논란을 사고 있다. 

의외의
스타트  

조 교육감은 과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설립도 기여했다.

이후 시민·교육단체로 이뤄진 좋은 서울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지도에서 뒤쳐져 한자리 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과 현역 교육감인 문용린 전 교육감의 대결구도로 조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했다. 투표 일주일 전까지도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10%대에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고 전 의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조금씩 반등을 보였다. 자녀의 영주권 문제와 고 전 의원은 선거 하루 전, 딸이 SNS에 교육감 직책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다.

반면, 조 교육감의 둘째 아들은 커뮤니티에서 아버지에 대해 어필하는 글을 쓴 뒤,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 교육감은 점차 주목받게 됐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향해 전달한 두 메시지는 더욱 대비를 이뤘다. 고 전 의원에게 지지 의견을 내보이던 이들은 선거 전날 조 교육감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예상 뒤엎고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수사
맞춤형 전형 만들어…단독 결재해 진행

결국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던 조 교육감은 선거 결과 39%의 득표율을 얻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조 교육감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자 고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를 받았다. 교육감 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원은 상대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되나, 조 교육감의 발언이 상대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악의적인 비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공약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 등의 폐지 공약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와 교장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 집단은 반대 이유로 정부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학교 유형으로 해당 학교장이나 학생, 학부모, 교원이 비판을 받거나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교육감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조 교육감은 폐지하려는 게 외고가 아니라 자사고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외고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중이다. 해당 사안은 지금까지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따른 후속 정책으로 일반고 지원을 늘리는 '일반고 전성시대 2.0'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 진로, 진학 전문가가 1명씩 배치되도록 해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취지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재벌의 자식과 택시기사의 자식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섞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게 문제됐다. 

다음 날에도 조 교육감은 한 고등학교의 교육특강에서 청소부와 택시기사를 최하층 예로 들며 설명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선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최상층으로 재벌을, 최하층은 택시기사를 예로 든 문제 된 발언은 교육감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의혹의 5명
감사 결과는?

조 교육감의 발언은 문제 된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SNS상에 개학연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글을 올렸다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게시글에서 문제가 된 건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각종 학교 비정규직들이 휴업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나온 말이다. 

교사들은 교육수장이 이런 식으로 교사를 비꼬아도 되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로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 어두운 부분에 대해 비판하려는 취지였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 방침이 정해지기도 전에 개학연기에 대한 생각을 대중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며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2018년 당시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해직교사 5명을 특별 채용했던 게 공수처의 1호 수사 목록에 올랐다.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해직된 교사들이 공직선거법상 공무담임 제한 기간이 지났고, 제한됐던 교원의 기본권에 대한 완화가 필요성이 대두되는 점을 감안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사들이 교육계에서 특권학교 폐지 등 공익 가치 실현의 필요한 점을 고려해 조 교육감이 결정한 사안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특혜를 위해 해직 교사에 대한 맞춤형 전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17명이 지원했지만, 결국 채용된 건 해직교사 5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전교조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뒤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한 교사들이다. 이 중 한 명은 교육감 예비후보로 조 교육감과 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

감사원은 부교육감, 담당자 등이 특채에 대해 특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자, 조 교육감이 단독으로 결재해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조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 직원이 서류, 면접 심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보통 채용 심사위원회는 인재풀 내에서 국장이나 과장이 선정한다. 특채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을 비서실 직원이 임명했다. 심사위원 5명 중 3명은 인재풀 소속의 사람들이 아닌 직원의 지인이다.


비서실 직원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채는 해직 교사와 같은 당연퇴직자를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발언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조 교육감이 특정한 교사들이 채용됐다. 

조 교육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청이 교육감 권한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 업무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본인은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달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는 첫 사건으로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포함된다. 조 교육감이 선정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연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우도할계'라며 공수처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의원은 특별채용은 불법은 아니라며 사학 비리에 저항하다 해직된 분들이 다시 채용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도운 지지자 포함
지시 받은 비서 관여 포착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절차가 규정돼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지만, 조 교육감이 첫 수사대상으로 오르자 불만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조 교육감의 사안이 중대범죄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의 건에 수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해야 할 일은 검사가 검사의 범죄를 덮은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다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사건만 정하는 게 유아적 생떼쓰기라는 입장이다.

이어 교육감 자리에 앉은 이가 교사 자리를 거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역시 공수처가 오히려 이성윤 지검장 같은 민감한 사건을 선택하지 않아 정권 편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단체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교사노조와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도 공수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에서 공수처가 다른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 해직교사 특별채용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감이 특별채용의 의혹을 받고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장이 수사 대상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소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남은 1년 
임기 채울까 

감사원이 조 교육감을 고발했을 당시 적용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전달받은 뒤,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과거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연 선택된 이유는?
안전빵? 버리는 카드?

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조 교육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법조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연일 내놓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감이 공직자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뇌물 같은 전형적인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김진욱 공수처장도 자기 편 감싸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보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 중 핵심인사가 아닌 조 교육감을 선택하면서 안전한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공수처가 기소 못하는 사건을 맡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첫 수사로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공수처가 검찰 견제를 위한 기구지만,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대응하는 점에서 잘 선택했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사건 중 상징성 있는 사건을 골랐다는 입장이다.

이어 공수처의 우려할 점은 대통령의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정치적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번호 1호를 부여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수사를 통보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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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