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 1호 타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칼 뽑았으니 무라도 자를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공수처는 예상을 뒤엎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건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공수처를 비판하는 입장과 1호 수사 건으로 적합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 10대 공약을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고, 임기를 1년 여를 남겨놓고 있다. 교육감 자리를 이어오며, 조 교육감은 공약과 말실수로 많은 논란을 사고 있다. 

의외의
스타트  

조 교육감은 과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설립도 기여했다.

이후 시민·교육단체로 이뤄진 좋은 서울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지도에서 뒤쳐져 한자리 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과 현역 교육감인 문용린 전 교육감의 대결구도로 조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했다. 투표 일주일 전까지도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10%대에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고 전 의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조금씩 반등을 보였다. 자녀의 영주권 문제와 고 전 의원은 선거 하루 전, 딸이 SNS에 교육감 직책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다.

반면, 조 교육감의 둘째 아들은 커뮤니티에서 아버지에 대해 어필하는 글을 쓴 뒤,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 교육감은 점차 주목받게 됐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향해 전달한 두 메시지는 더욱 대비를 이뤘다. 고 전 의원에게 지지 의견을 내보이던 이들은 선거 전날 조 교육감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예상 뒤엎고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수사
맞춤형 전형 만들어…단독 결재해 진행

결국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던 조 교육감은 선거 결과 39%의 득표율을 얻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조 교육감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자 고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를 받았다. 교육감 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원은 상대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되나, 조 교육감의 발언이 상대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악의적인 비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공약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 등의 폐지 공약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와 교장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 집단은 반대 이유로 정부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학교 유형으로 해당 학교장이나 학생, 학부모, 교원이 비판을 받거나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교육감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조 교육감은 폐지하려는 게 외고가 아니라 자사고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외고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중이다. 해당 사안은 지금까지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따른 후속 정책으로 일반고 지원을 늘리는 '일반고 전성시대 2.0'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 진로, 진학 전문가가 1명씩 배치되도록 해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취지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재벌의 자식과 택시기사의 자식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섞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게 문제됐다. 

다음 날에도 조 교육감은 한 고등학교의 교육특강에서 청소부와 택시기사를 최하층 예로 들며 설명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선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최상층으로 재벌을, 최하층은 택시기사를 예로 든 문제 된 발언은 교육감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의혹의 5명
감사 결과는?

조 교육감의 발언은 문제 된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SNS상에 개학연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글을 올렸다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게시글에서 문제가 된 건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각종 학교 비정규직들이 휴업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나온 말이다. 

교사들은 교육수장이 이런 식으로 교사를 비꼬아도 되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로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 어두운 부분에 대해 비판하려는 취지였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 방침이 정해지기도 전에 개학연기에 대한 생각을 대중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며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2018년 당시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해직교사 5명을 특별 채용했던 게 공수처의 1호 수사 목록에 올랐다.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해직된 교사들이 공직선거법상 공무담임 제한 기간이 지났고, 제한됐던 교원의 기본권에 대한 완화가 필요성이 대두되는 점을 감안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사들이 교육계에서 특권학교 폐지 등 공익 가치 실현의 필요한 점을 고려해 조 교육감이 결정한 사안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특혜를 위해 해직 교사에 대한 맞춤형 전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17명이 지원했지만, 결국 채용된 건 해직교사 5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전교조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뒤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한 교사들이다. 이 중 한 명은 교육감 예비후보로 조 교육감과 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

감사원은 부교육감, 담당자 등이 특채에 대해 특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자, 조 교육감이 단독으로 결재해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조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 직원이 서류, 면접 심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보통 채용 심사위원회는 인재풀 내에서 국장이나 과장이 선정한다. 특채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을 비서실 직원이 임명했다. 심사위원 5명 중 3명은 인재풀 소속의 사람들이 아닌 직원의 지인이다.


비서실 직원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채는 해직 교사와 같은 당연퇴직자를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발언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조 교육감이 특정한 교사들이 채용됐다. 

조 교육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청이 교육감 권한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 업무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본인은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달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는 첫 사건으로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포함된다. 조 교육감이 선정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연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우도할계'라며 공수처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의원은 특별채용은 불법은 아니라며 사학 비리에 저항하다 해직된 분들이 다시 채용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도운 지지자 포함
지시 받은 비서 관여 포착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절차가 규정돼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지만, 조 교육감이 첫 수사대상으로 오르자 불만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조 교육감의 사안이 중대범죄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의 건에 수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해야 할 일은 검사가 검사의 범죄를 덮은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다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사건만 정하는 게 유아적 생떼쓰기라는 입장이다.

이어 교육감 자리에 앉은 이가 교사 자리를 거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역시 공수처가 오히려 이성윤 지검장 같은 민감한 사건을 선택하지 않아 정권 편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단체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교사노조와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도 공수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에서 공수처가 다른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 해직교사 특별채용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감이 특별채용의 의혹을 받고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장이 수사 대상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소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남은 1년 
임기 채울까 

감사원이 조 교육감을 고발했을 당시 적용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전달받은 뒤,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과거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연 선택된 이유는?
안전빵? 버리는 카드?

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조 교육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법조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연일 내놓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감이 공직자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뇌물 같은 전형적인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김진욱 공수처장도 자기 편 감싸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보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 중 핵심인사가 아닌 조 교육감을 선택하면서 안전한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공수처가 기소 못하는 사건을 맡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첫 수사로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공수처가 검찰 견제를 위한 기구지만,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대응하는 점에서 잘 선택했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사건 중 상징성 있는 사건을 골랐다는 입장이다.

이어 공수처의 우려할 점은 대통령의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정치적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번호 1호를 부여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수사를 통보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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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