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왕의 귀환' 조양래 숨은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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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컴백…백전노장 마지막 임무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그간 잠잠하던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인사를 발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책임경영 체제로 바꾸는 등 뭔가 서두르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조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24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조 회장의 숨은 노림수는 뭘까?

1985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한국타이어 총수인 조양래 회장이 책임 경영에 나선다. 한국타이어는 1일 기업분할을 앞두고 조 회장과 장남인 조현식 사장을 존속법인인 한국 타이어월드와이드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각자 대표란 합의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와 달리 혼자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두 황태자 밥그릇 정리?
정권 말 '외풍' 막기?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존속법인의 각 사업부문을 조 회장과 조현식 사장이 나눠 경영하게 될 것"이라며 "조 회장과 장남인 조 사장은 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책임경영을 한다는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존속법인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지주사 분할로 신설될 한국타이어(주)의 경영을 맡게 된다.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의 등기이사 사장 겸 마케팅 본부장에 선임됐다.


1941년 국내최초로 설립된 타이어 생산업체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 구조가 타이어 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이번 기업분할은 중장기 목표인 '자동차 부품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예정된 돌파구였다.

한국타이어는 매출의 97.8%에 달하는 타이어 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지주사는 새로운 투자사업 등 신사업을 창출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표면적인 목적일 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이어와 비타이어로 사업을 나눠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비타이어 부문을 맡는 한국타이어월드는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 한국타이어 등 3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한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하는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지, MKT홀딩스 등과 10여 개 해외법인을 갖게 된다.

1988년 놨던 대표직 복귀 "장남과 공동경영"
경영권 승계 급물살…MB정권 내 마무리 관측

한국타이어는 지난 1985년 효성그룹에서 분리한 후 조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한 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책임 경영 체제는 27년만의 변화다.


이에 앞선 지난 4월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존속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5일 한국타어어는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 자회사인 한국타이어로 회사 분할을 결의하고 조현범 사장을 사업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한국타이어의 움직임은 기업분할을 계기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역할 분담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룹 매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한국타이어를 동생이 이끌고 지주회사를 가져간 형이 그룹 전체의 경영권에 대한 주도권을 지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포스트 조양래 체제'가 출범한 것. 물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양사의 규모가 비슷해지면 형제간 계열분리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도 경영권 승계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6조4889억원 중 타이어 부문에서만 6조3470억원을 달성했다. 타이어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에 따른 큰 혜택은 없지만 경영권 승계 절차가 간단해지는 이점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상속이 간단해지기 때문이다. 지주사가 아닐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총수가 자녀에게 개별 계열사 지분을 각각 넘겨야 하지만 지주사는 지주사 지분만 넘겨주면 된다.

이번 조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2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꾸준히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 복귀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76세로 고령인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승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있어

현재 한국타이어의 지분은 조 회장이 가장 많은 15.99%를 갖고 있고 조현범 사장이 7.10%, 조현식 사장이 5.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씨가 2.72%, 차녀인 조희원씨가 3.57%를 지니고 있는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은 35.28%다.

장남 조현식 사장과 딸들의 보유 지분율을 합치면 조현범 사장 보유율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조 회장이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타계하면 후계자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1937년생인 조 회장은 경기고와 미국 앨라배마대를 졸업한 후 한국타이어제조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사장, 사장, 회장, 대한타이어공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조 회장은 1985년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대표이사로 3년 간 회사를 이끌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그간 전문경영인인 서승화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다 27년 만에 회사 분할을 계기로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오너 체제를 택한 것"이라며 "새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는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고 월드와이드 역시 자리가 잡히면 언제든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조현식 사장은 미국 시러큐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 입사, 한국타이어에는 1997년 입사했다. 한국타이어 경영혁신팀 차장, 한국타이어 상무, 부사장을 거쳐 2010년 6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담으로 작용하는
대통령 사위 신분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1990년 미국 드와이트 이클우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조 사장은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을 거쳐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았다. 부사장직은 형인 조현식 사장과 함께 달았지만 사장 승진은 형보다 1년6개월 늦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지난 5월 결정된 기업분할 이후에는 한국타이어 등기이사 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범 사장은 이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 동문인 두 사람은 조현범 사장이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 결혼에 성공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주면서 조현범 사장을 따로 불러 사진을 찍게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조현범 사장을 각별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몇 달 앞둔 요즘 이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은 조현범 사장과 한국타이어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조현범 사장이 그리 좋지 않은 내용으로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2008년 주가조작파문이다.

조현범 사장은 코스닥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9년 3월 무혐의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뻔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에는 "정권의 힘을 얻은 무혐의 처분"이라며 논란이 재생산 되고 있다. 정권 말기인 요즘에 이 사건이 불거졌으면 똑같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다시 불거진 '사위게이트'
혹시 불똥튈까 전전긍긍

지난 3월에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저서인 <시크릿오브코리아-대한민국 대통령, 재벌의 X파일>이란 책에서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하와이 별장 쇼핑은 끝이 없었다"며 조현범 사장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씨의 저서 속에는 조 사장의 영어이름이 '브라이언’이라고 밝혀져 있다.

안씨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18세 때인 1990년 8월30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고급 콘도를 36만5000달러에 사들였고 이듬해 1월에는 어머니 홍문자씨가 80만달러에 매입한 콘도의 명의를 무상 증여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5월에도 조현범 사장은 홍씨와 공동으로 또 다른 별장을 216만5000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부동산 거래 시 사용한 홍씨의 미국 이름은 '낸시'. 안씨는 이들이 부동산 매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미국 이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었다.

당시 안씨는 "투자를 위해 해외부동산 매입이 허용된 것은 2006년 5월22일 이후로 그 이전은 불법"이라며 "그렇다고 해외체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구입한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 박았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외아들인 시형씨가 한국타이어에 입사, 3개월만에 정식 사원이 된 것을 두고도 특혜시비가 일었던 바 있다. 한국타이어 본사의 마케팅본부 중동아태팀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던 시형씨는 지난 2009년 11월6일 한국타이어를 퇴사하고 현재 자동차 시트부품을 생산하는 다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략과 입법 활동이 거세지고 있고 정권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아 혹여라도 지난 일들이 다시 들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 때문에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던 조 회장이 1일 기업분할에 맞춰 서둘러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한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권 말 각종
의혹 재생산

한국타이어는 인적분할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10월3일까지 거래정지가 예정돼 있다. 재상장일은 10월4일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인적분할로 타이어사업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외형 확장을 통한 종합그룹으로의 도약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조직정비보다는 포스트 조양래는 누가 될 것이며, 이 대통령 임기 내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가 무사히(?)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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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