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수홍에 주어진 배신과 사랑

잃어버린 30년과 차곡차곡 쌓인 30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방송계에 대표적인 성실의 아이콘이자, ‘순수청년’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방송인 박수홍이 안타까운 사연에 휘말렸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방송에서 내비쳤던 그가 친형과 형수로부터 배신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박수홍의 기획사 대표였던 형이 30년 동안 횡령한 금액은 확실치 않지만, 100억원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 방송인 박수홍 ⓒMBC

물질의 욕심이 너무 지나칠 때 천륜마저 거스르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지나친 ‘물욕’
‘천륜’ 와르르 

직장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수익을 버는 연예인이다 보니 종종 가족과 불화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으로 일궈낸 재산을 가족이 남들에게 퍼주다시피 하거나, 때론 당사자도 모르게 잇속을 챙기기도 한다. 뒤늦게 진실을 발견하고 부모와 의절한 연예인도 여럿 있다. 

최근 방송인 박수홍에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박수홍의 기획사를 운영해온 형(본명 박진홍)으로부터 약 30년간 일하며 모은 돈을 모두 빼앗긴 일이다. 

박수홍은 오래전부터 형에게 경제권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대표임에도 경차를 타고 다닐 뿐 아니라 형수마저도 흔한 가방 하나 없이 종이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검소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배신의 초석이었다. 말이 1인 기획사지 사실상 박수홍이 버는 돈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던 형은 재테크 명목으로 수많은 상가와 아파트를 사들였다. 월세만 무려 4000만원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이 모든 명의는 돈을 번 주체자인 박수홍이 아니라, 형과 형 가족의 이름으로 돼있었다. 

박수홍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초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몰랐던 법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부터다. 자신의 지분은 하나도 없고 오롯이 형 가족의 지분으로만 채워진 법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때부터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동생 몰래 세운 법인이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과 그의 가족은 이때부터 박수홍과의 연락을 끊는다. 1년 동안 박수홍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을 통해서만 형에게 연락이 닿는 형태다. 그간 자신을 철석같이 믿어왔던 동생의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오랫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박수홍이 세무서를 통해 전달한 소명자료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언론사를 통해 박수홍 흠집내기에 돌입했다. 스스럼없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에 대중도 놀라고 있다.

기획사 대표 역임한 형의 참혹한 배신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잠도 못 잤다”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MBN <동치미> 등 각종 프로그램의 MC를 오랫동안 맡았던 박수홍은 평소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꺼내 놨다. 가끔 가족들의 이해되지 않을 행태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기저에는 가족에 대해 애틋함이 묻어있어 그들만의 문화로만 여겨졌다.

최근 방송된 <동치미>에서 박수홍은 속내를 전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반려묘 ‘다홍이’의 이야기를 꺼내던 중 박수홍은 “제가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이래서 사람이 죽는구나.’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잠을 못 자니까 고양이가 와서 저보고 자라고 눈을 깜빡깜빡하는 거예요. 얘(다홍이)를 자랑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댓글에 ‘수홍씨가 다홍이 구조한 줄 알죠? 다홍이가 수홍씨 구조한 거예요’라고 남겼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30년차 베테랑 방송인이 촬영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 것. 
 

▲ 방송인 박수홍 ⓒ다홍이랑엔터테인먼트

패널들은 ‘갑자기 왜 이래’라며 박수홍의 갑작스러운 오열에 어리둥절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눈물의 배경에 이런 충격적인 사연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평소 바른 행동 덕에 순수청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젠틀한 이미지의 박수홍이기에 대중이 받은 충격도 컸다. 

박수홍은 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오랜 시간 방송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한때 최고의 MC로서 활약했음에도 30세가 넘어서야 겨우 빚을 청산했다. 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아끼고 사는 것이 몸에 뱄을 뿐 아니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늘 짓눌렀다고 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 잘 이겨내 온 형제들이었기에, 감히 자신의 돈을 횡령할 것이라는 의심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박수홍이었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듯 행동해온 형의 가족들이어서, 선량한 마음의 박수홍은 30년 동안 건물이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안 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 대한 믿음은 비수가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왔다. 30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박수홍은 지난달 31일 설왕설래가 오고 가던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경제적인 피해를 본 것과 더불어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믿음
배반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한 번 대화를 요청했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재산을 자신과 형 사이에 7:3으로 나누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총재산이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에 미뤄보면, 형에게 꽤나 큰 금액을 줄 의향이 있었던 듯 보인다. 

그럼에도 형은 오히려 박수홍의 여자친구 문제를 들먹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직접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지인을 내세우는 치졸한 방법으로 이른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동생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모든 유산을 조카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형의 가족을 제 가족처럼 사랑한 박수홍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법적 대응 및 언론 보도를 자제한 이유는 조카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어른들의 다툼에 조카까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상대는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배반했지만, 박수홍은 마지막까지도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려는 듯하다. 마치 선과 악의 다툼을 보는 것 같은 형세다. 모든 정황이 밝혀지면서 대중은 그를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비록 가족으로부터 배신당했고 30년 동안의 노력이 단숨에 사라진 슬픈 상황이지만, 반대로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방송인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수홍 ⓒ방송화면

박수홍의 유튜브 채널 ‘검은 고양이 다홍’의 영상 댓글에는 그간 그에게 인간적인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이 미담 릴레이를 하듯 속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룹 멜로망스 김민석을 비롯해, 오래전에 함께 방송했던 작가와 스태프, 웨딩사업 관련 업체의 막내 스태프, 건물의 보안요원,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린아이들과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가족,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 방송에서 만난 방청객까지 모두 박수홍과의 인연을 고백하고 있다.

모두가 그의 따뜻한 성품에 감동했다는 것. 

박수홍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먼저 허리를 90도 굽히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혹여 타인이 불편함을 받을까 걱정하는 듯, 자신을 더 낮추고 편하게 다가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마 말을 걸지 못하는 여학생에게 ‘왜 나랑 사진 찍자고 말 안 하냐’며 손을 건넸고, 업무상으로 알게 돼 차마 쉽게 말을 못 거는 광고 브랜드 담당자에게는 “이럴 때 못 찍으면 평생 못 남겨요”라며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뜨거운 응원
미담 릴레이

편의점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에겐 자신의 물건을 사면서 커피와 박카스를 전했고, 녹화가 2시간가량 지체되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방청객들에게 직접 다가가 머리를 숙여 죄송함을 전했다.

한 어린 출연자가 밥을 못 먹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자신의 도시락을 전했고,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스태프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박수홍이었다. 

이외에도 미담은 끊임없이 나온다. 모두 하나 같이 박수홍과 만남을 자신의 인생에 중요했던 순간처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수홍에게서 느꼈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마음 한쪽에 두고 있다가, 그가 힘들어하자 진심으로 응원하기 위해 꺼내놓는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실제 친구들과의 미담도 다양하다. 2018년 방송된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박수홍의 친구로 나온 A씨의 일화는 감동적이다. 다리를 다친 A씨를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고 등교부터 하교까지 늘 부축하며 지냈다는 것. 
 

모델 학원을 다니기 위해 새벽 신문 배달을 하며 모은 돈으로 학원비를 낸 일화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얻어내는 강인함도 있는 그다.

이토록 미담이 많은 연예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먼저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온 듯 보인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성품 이외에도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매력 덕분이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베테랑 MC답게 안정적으로 진행한다. 방송을 오랜만에 찾은 게스트나 패널이 어색하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고,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정중한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동치미>나 JTBC <TV 정보쇼 알짜왕>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는 최적의 재능을 발휘하며 맹활약 중이다. 그와 함께 진행을 맡은 동료 MC들 역시 편안하게 박수홍에게 기댄다. 또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뷰티 앤 더 비스트>에서는 천재 반려묘 다홍이와 보내는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꺼내 놓는다. 

구김살 없는 서글서글한 성격을 바탕으로 방송에 임하는 진솔한 그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가 절로 띠어진다. 길고양이였던 다홍이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힘든 와중에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서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충격 소식에 쏟아지는 ‘미담 릴레이’
배려와 존중의 30년 ‘응원하는 대중’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른바 ‘샌드백’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야생과 같은 예능에서 짓궂은 농담을 일삼는 탁재훈, 김희철, 김종국 사이에서 늘 놀림을 당하는 역할이다. 다소 기분 나쁠 법한 놀림에도, 언제나 웃음과 장난기 섞인 서운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그다. 

멀쩡한 허우대에 선한 인상,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는 그는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 예능인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그 놀림이 박수홍도 크게 싫지는 않은 듯 웃는 얼굴로 응대한다. 

이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졌다. MBC <라디오스타>나 KBS2 <해피투게더>에서 동료들과 출연했을 당시에도 놀림을 당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김구라나 김수용에게 놀림을 당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는데, 그때마다 당황하는 척하면서 톡톡 튀는 입담을 보이며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김수용의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농담과 박수홍의 리액션이 어우러지는 영상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강력한 웃음을 준다. 

KBS 공채 개그맨 7기 감자골(김국진‧김용만‧김수용‧박수홍) 친구들이나 <미운 우리 새끼>의 멤버들, 윤정수와 손헌수 등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 모두 박수홍의 인간적인 면모를 칭찬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예의를 갖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그의 모습을 존중한다고 한다. 
 

▲ 방송인 박수홍 ⓒ김영준스튜디오

이 같은 그의 매력을 알기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박수홍에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있다. 꼭 미담이 아니더라도, 그를 향한 응원글은 포털사이트나 SNS 등 박수홍과 연관된 모든 댓글창에 남겨지고 있다.

무려 20년 동안 보육원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친분이 깊은 동료 박경림과 함께 이방인의 심정을 느낄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연예인이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선한 영향력을 펼쳐온 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는 박수홍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아깝고, 가족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점도 있다. 

물욕 때문에 천륜을 거스르는 가족으로 파생된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은 일방적으로 박수홍의 편이기는 하나, 오래전부터 사기를 칠 마음을 먹은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
악을 누를까

그럼에도 진실은 거짓을 이기기 마련이고, 선도 궁극적으로는 악을 제압한다. 선의 위치에 놓인 박수홍이 기필코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한가운데로 모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이번만큼은 주위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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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