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핑퐁게임’ 특수본 무용론과 특검의 한계 

기껏 패 깔았더니 판은 남의 손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권이 ‘LH 특검’ 카드를 꺼내면서 검·경이 LH 투기 사건에 모두 투입됐다. 경찰을 밀고 있는 여당과 검찰을 옹호하는 야당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박성원 기자

여야가 ‘LH 사태’를 규명한 특검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또 고위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국정조사도 함께 실시될 예정이다. 국회가 특검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동산 투기 조사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역대 14번째

LH 특검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제안이 단초가 됐다. 야당은 ‘시간 끌기 전략’이라며 처음엔 반대했으나, 끝내 특검 제안을 수락했다. LH 사태로 인한 성난 민심이 거센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면 역풍이 불 우려가 있어서다.

이번 사태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여당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현재 LH 수사는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를 중심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에서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LH 사태 수사를 위해 국수본에 지휘권을 줬고, 770명의 매머드급 특수본을 꾸렸다.

사실상 국수본이 생긴 후 맡는 첫 대형 사건이다.


반면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특검이 꾸려진다고 해도 검찰이 어디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특검은 별도 법률에 따라 수사·기소권이 주어져, 파견된 검사가 수사하는 데는 제약이 없을 것이란 법조계 의견이 주를 이룬다.

수사권 조정이 규정된 법률은 형사소송법이고, 특검은 이와 별개로 운영될 수 있단 분석이다. 

검찰 개혁 외친 정부·여당의 자충수
매머드급 특수본 죽 쒀서 특검 준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수사권 조정안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올해 통과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인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갖고 있다. 

이미 특수본을 구성한 상황에서 특검을 꾸리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로 인해 수사의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복 수사로 인한 비효율, 시간 지연에 따른 혐의자들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제기된다.
 

▲ 국가수사본부 ⓒ박성원 기자

무엇보다 여당은 지금껏 주창했던 ‘검찰개혁’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자충수를 뒀다. ‘검찰 힘 빼기’에 총력을 기울인 여권이 사실상 중대 수사를 검찰의 손에 넘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결국 여당 스스로 경찰 수사력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장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특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특검 절대 반대’ ‘특검 철회하라’ ‘국수본 수사 응원’ 등의 글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에 수사를 보내는 게 아니라 이건 특검”이라며 “검경 수사권의 근본 취지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옥상옥?
검경 혼란

일각에선 여당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특검 파견검사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수사력 측면에서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추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인 6대 범죄 관련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사 진행 내내 진통이 그려지는 그림이다.

검·경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사에 탄력을 받은 특수본에서는 사기가 떨어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특수본이 꾸려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인 데다 정부가 적극 밀어줬던 수사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해당 수사는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국수본에 힘을 실어줬다.

결국 “필요할 땐 검찰이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 갖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 특검 도입으로 경찰 주도 수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수사 상당 부분이 특검에 넘겨질 소지가 커졌다. 경찰로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는 셈이다. ‘죽 쒀서 검찰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그려지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검찰은 수사협력단을 통해 경찰 수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또 검사가 직접 이번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검찰로 송치된 사건 가운데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중요 범죄 또는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가 발견될 경우 검사가 직접 수사하도록 지휘한다는 계획이다. 

가냐 마냐
일단 협력

검찰의 수사협력단 출범으로 외형상으로는 검·경과 법무부가 단일한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찰 역시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인해 쉽게 ‘칼’을 갖다댈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신속성이 생명인 수사에서 정부가 피의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다.

전국 고검장들은 지난 15일 법무부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현행 수사권 조정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제부터는 정치의 시간이다. 특검 도입은 극적으로 성사됐지만, 사실상 조사 대상·시기 등을 확정 짓는 데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 특정인을 향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타깃이 누구냐에 따라, 대선 정국까지 논란이 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양당 모두 수사 대상을 넓히는 데 동의했지만, 구체적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고 있다.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 및 재보선 후보의 전수조사까지 범위를 넓혔다. 보궐선거 전에 별도기관에서 신속하게 현재 후보들의 부동산 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야당 후보에 대한 부동산 의혹 총공세와 연관돼있다. 최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투기 의혹이 떠오르면서다.


하나마나 먼지 털다 끝난다?
수사 주도권 기싸움 관측도

또 이명박·박근혜정권 당시의 부동산 개발도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특검을 통해 ‘적폐 청산’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부 여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특검 수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은 “국정 농단 사태를 제외하면 특검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적이 있느냐”며 “오히려 LH 사태는 장기화하고,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드루킹 사건 당시에도 민주당 당시 추미애 대표가 특검의 불을 붙였지만, 결국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향한 표적 수사로 이어진 바 있다.
 

▲ ⓒ고성준 기자

국민의힘은 국회에 LH 의혹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선거를 앞두고 터진 LH 사태로 인한 민심의 이반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부동산 개발까지 수사를 확대하자는 민주당의 의견에는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특검 ‘무용론’도 제기된다. 경찰에 비해 규모와 활동 시한 등 제약이 있는 특검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검은 관련법에 따라 최장 90일, 수사관 30명을 파견받아 수사할 수 있다. 필요하면 인력을 보충할 수 있고 수사 기간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검찰과는 다르다. 또 특검을 두고 여야가 협의해야 할 내용이 방대해, 진행이 지지부진 할 수 있다.


주도?
뒷북?

이달 중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특검 인선과 수사 준비 등을 거쳐 이르면 4월 말이나 5월 초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출범 자체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특검을 두고 여야 신경전도 벌어질 텐데,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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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