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7월 제헌국회서의 일이다. 유진오 박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헌법 기초위원회에서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통과된다. 조선변호사회 서울지부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그 주요 내용 간략하게 요약한다.
『대통령의 신임 여하로 대법관이 임명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장은 대통령 및 대통령의 신임으로 득세한 정부의 인물이 그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사법권의 완전 독립성을 명실상부하기 위해 현 판검사와 재야 변호사의 선거로 선출된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하기만 하고 거부권 없는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당시의 사법체계에 대해 정확하게 언급하기 힘들지만 당시는 검사는 물론 변호사도 사법부 소관이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그 시절 조선변호사회는 삼권분립을 위해 대법원장 임명은 전적으로 사법부 소관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과 관련한 우리 헌법 제104조 인용한다. 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그리고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조항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하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몫이다. 다시 언급하면 조선변호사회의 주장대로 대법원장은 결국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삼권분립에 대해 논해보자.
삼권분립은 말 그대로 국가를 다스리는 힘을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의 세 기관에 나누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제도로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 원리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포장만 삼권분립을 주장하고 있지 그 이면을 살피면 절대로 삼권분립이 이뤄질 수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헌법 제 104조는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조항으로 반드시 개정해야 옳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녹취록에 접근해보자.
김 대법원장의 발언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용은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와 “지금 상황을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로 대법원장이지만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를 토했다.
필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김 대법원장의 변은 지극히 자연스런 발언으로 비쳐진다.
표면상으로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지만, 그 이면을 살피면 자신의 임명과 관련한 국회 특히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러 시민단체와 변호사단체 그리고 야당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처사를 연일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버리고 주요 사안을 청와대와 교류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필자로서는 김 대법원장에게 비난을 퍼붓는 인간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특히 주 원내대표의 의혹 제기는 흡사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탓하기 전 잘못된 제도에 초점을 맞추라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언급하자.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아울러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의 임명 권한을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아닌 사법부에 일임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