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경찰 출신’ 황운하, 경찰개혁을 말하다

“검 눈치 보는 경, 미성년자로 살아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경찰대 1기 출신의 ‘경찰통’이다. 현역 시절, 수사권 독립론자로 꼽히면서 ‘검찰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통과된 경찰개혁안에 대한 황 의원의 의견을 물었다.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새해가 되면서 권력기관 개혁의 막이 올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하고, 수사팀 구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올해부터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한해서만 수사한다. 더 나아가 여당은 올해 내에 검찰에 남은 6대 범죄 수사권을 제3의 수사기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사권을 완전히 떼내어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힘을 과도하게 빼면, 경찰권이 비대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으로 사건들이 그대로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게다가 ‘정인이 사건’ ‘이용구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등 경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사건들도 연이어 터졌다. 아래는 황 의원과의 일문일답.

-경찰 출신이다. 국회에 입성한 이유는.

▲1999년부터 검찰개혁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거대 기득권인 검찰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 조직 내 상사들과도 많이 싸웠다. 징계, 좌천, 감봉 등을 많이 겪다보니 “공직서 성공하기 어려우니 선거에 나가라”는 권유를 받았다. 경찰이나 시민단체가 아무리 떠들어봐야 국회의원 한 명이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만 못하다. 하나의 입법기관이 됨으로써 검찰개혁을 완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경찰 내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

▲수사 결론을 두고 검찰이 시비를 걸까봐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서 제대로 된 수사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도 많다. 수사 제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경찰 소신껏 수사하는 모습이 약하다. 결정 권한이 없는 미성년자로 오래 살아왔다. 미성년자의 좋은 점은 내가 결정을 못 해서 억울할 때도 있지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부모(검찰)한테 떠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태도 때문에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됐다. 그럴수록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 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독립성을 되찾으면 수사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기를 수 있다.

-검찰에게 남은 6대 범죄 수사권 분리를 주장했다.

▲경찰로 수사개시권이 넘어간 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건은 6대 범죄에 국한됐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은 연간 총 5만여건에서 8000여건 정도가 된다. 사실 굉장히 많은 수치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을 검찰이 다 맡는 것이다. 개혁의 핵심은 검찰권의 분산이므로, 6대 범죄 직접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완전히 분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그렇다면 경찰이 6대 범죄 수사권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

▲경찰이 아닌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제3의 기관을 만들어서 이관할 예정이다. 경찰권 비대화에 대해 우려할 건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공룡 경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하지만 징계 요구권 등 경찰 수사를 검찰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뉘어지고, 국수분(국가수사본부)이 설치됐다.

대한민국 절대 권력 ‘검찰공화국’
키는 수사권조정 “ 검서 모두 뺏어야”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종결권 확보로 여러 사건들이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이 이의신청하면 검찰로 송치할 수 있어 종결권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경찰 내부서 이를 막기 위해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심사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사건이 암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지만, 외국에선 대부분 경찰들이 사건을 끝낸다. 경찰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가·수사·자치경찰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수본은 수사경찰 사무를 총괄 관리하는 기구다. 수사경찰의 전문성, 수사업무의 독립성, 중립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곳이다.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은 자치경찰의 영역으로 분리해냈다. 시도 단위로 자치경찰제 업무를 쪼개는 등 기능적으로 독립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한 경찰관서에 국가경찰, 자치 경찰, 수사 경찰이 있는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유도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특유한 형태다.

-시행된 제도가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갑작스런 제도에 대한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금의 자치 경찰제를 찾았다. 국가경찰과 자치 경찰의 업무 중복, 자치 경찰과 수사경찰과의 업무 중복 등으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범운영을 하면서 가닥을 잡은 뒤 제도적 보완을 할 예정이다. 6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이 있었다. 경찰의 대처가 논란이 됐는데.

▲경찰이 정인이를 양부모로부터 분리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도 크다. 일례로 한 경찰관이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시킨 적이 있었다. 그 후 경찰관은 부모로부터 ‘직권남용’으로 고소당해 형사재판을 받았고, 직위해제됐다.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한 경찰관이 면책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처리를 두고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이 사건은 수사 중이다. 담당 경찰관의 의도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수 있다. 이 차관은 폭행 당시 변호사였다. 음주 상태에서 손님을 폭행하는 사건은 굉장히 많다. 대부분의 사건은 서로 합의된 후에 종결된다. 차관이 되면서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개혁은 어떻게 보고 있나.

▲검찰개혁의 1단계로 볼 수 있는 공수처 설치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공소기관으로 탄생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는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데 굉장히 비정상적 제도다. 이 때문에 검찰 스스로도 통제가 되지 않는 거대한 괴물이 됐다.

-검·경 개혁에서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검찰발’ 뉴스로 매일이 시끄럽다. 이용구 차관 사건도 뭐가 그리 대단한가. 검경 이슈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검찰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건 헛소리다. 말로 그렇게 해서 뭐가 바뀌는가.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바꿀 수가 없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개혁을 매듭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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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