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탄핵 흑역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05:35
  • 호수 1271호
  • 댓글 0개

날리면 끝? 정쟁 무기로 전락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격변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에도 탄핵소추안 발의가 이어졌다. <일요시사>는 20대 국회 종료를 앞둔 즈음에 탄핵의 기억을 되짚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2017년 3월10일 읽은 주문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 2016년 4월13일 제20대 총선을 치르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헌정 최초

20대 국회서 제출된 공직자 탄핵소추안은 총 5건이다. 그중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만이 유일하게 가결됐다. 탄핵소추안 발의는 지난 2016년 12월3일 이뤄졌다.

민주당 121명은 물론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6명(김용태·김종훈·서영교·윤종오·이찬열·홍의락 의원) 등 총 171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의했다.

발의 요건을 충족한 탄핵소추안은 그해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투표참여 인원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2표였다.


당시 탄핵소추안은 44쪽에 이른다. 탄핵 사유에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제1조 ‘국민 주권주의’부터 헌법 제67조 1항 ‘대의민주주의’까지 총 11개의 헌법 조항을 어긴 것으로 적시됐다. 또 ‘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4개의 형법 조항 위반을 명시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내용도 담겼는데, 박 전 대통령의 부실대응이 ‘헌법 제19조 생명권 보장 조항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 말미에는 ‘증거 기타 조사 상 참고자료’ 21개가 담겼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 등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공소장, 2016년 11월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최순실의 인사 개입 관련 기사, 최순실·장시호 이권개입 지원 관련 기사, 늘품체조 예산 지원 관련 기사 등이 그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의 분열로 이어졌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탄핵의 강’을 건너는가 싶었지만, 다시 탄핵의 강에 빠졌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의원의 제안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수용,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출범했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탄핵 참여 이력’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한 앙금을 드러냈다. 여기에 통합당 소속 후보들의 극우적인 막말이 더해졌고, 결국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참패했다.

20대 국회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의 탄핵소추안은 표결까지 가지도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그 중 3건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다.

공직자 탄핵소추안 모두 5건 발의
3건은 두 달 새 홍남기 몰아내려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에 전운마저 감돌던 지난해 12월12일, 심재철 전 원내대표 등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08명은 홍 부총리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홍 부총리가 예산 주무 장관임에도 이른바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예산안 통과에 협조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2월27일 한국당은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다시 제출했다. 앞서 제출된 탄핵소추안이 그달 26일자로 표결 가능 기한(72시간)을 넘겨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26일 예정됐던 본회의를 하루 연기한 바 있다.

이에 심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본회의를 하루 연기해 홍 부총리 탄핵소추안을 회피하는 꼼수를 쓴 것”이라며 “민주당이 코미디 같은 쪼개기 임시국회를 거듭할수록 탄핵소추안은 다시 살아나 예산 농단의 죗값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문병희 기자

홍 부총리에 대한 20대 국회 마지막 탄핵소추안은 지난 1월13일 발의됐다. 앞서 2건의 탄핵소추안이 모두 자동 폐기돼서다. 심 전 원내대표는 앞서 당 최고위원회의서 “오늘도 홍남기 방탄국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같은 소추안을 또 내겠다. 반드시 그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심 전 원내대표의 결기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탄핵소추안 역시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나머지 1건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겨냥한 탄핵소추안이다. 한국당은 당시 법무부의 보복성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이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책임자급 검사를 윤석열 검찰총장과 상의 없이 인사 이동시켰다는 것.

홍 부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심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당 소속 108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안에 서명해 지난 1월10일 발의됐다. 그러나 추 장관 탄핵소추안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총 4건이나 발의됐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역대 총 5건.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서 정종섭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탄핵소추된 일이 첫 사례다.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한 나머지 4건의 탄핵소추안은 모두 20대 국회서 발의됐다.

헌정 이래 공직자를 대상으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건수는 총 20건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포함한 숫자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지난 2004년 국회를 통과했으나, 헌법재판소서 부결됐다.

툭하면…

나머지 18건이 대통령이 아닌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그중 사법부·행정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1985년 유태흥 당시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이 2건 발의됐으나, 국회 본회의 표결서 부결됐다.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 역시 탄핵소추안의 대상이었으나 본회의 표결에 이르지 않았다.

역대 검찰총장은 탄핵소추안에 6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94년 김도언 당시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을 시작으로, 김태정 총장, 박순용 총장, 신승남 총장 등이 그 대상이었다. 검사를 대상으로 한 탄핵소추안도 4건 발의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눈치 보는’ 세종시 공무원 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권과 일부 기업도 공개적으로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기부 의사를 밝힌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재난지원금 기부를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가서 느끼는 ‘기부 압박’은 거센 모양이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이미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