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태양금속공업 3세의 가시밭길

금수저 내려놓고 지휘봉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태양금속공업 창업주 3세 한하워드성(한성훈) 대표가 부친인 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회장의 지분을 일부 증여받으며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한 대표가 등기임원에 선임된 지 10년 만에 지분 확보에 나선 만큼 본격적인 3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추후 한 대표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 한하워드성(한성훈) 태양금속공업 대표 ⓒ태양금속공업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 등 냉간단조 전문기업 태양금속공업이 승계 굳히기에 들어갔다. 창업주 3세 한하워드성(한성훈) 대표이사는 부친의 지분을 일부 증여받으며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대 주주 등극
승계속도 내나?

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회장은 지난해 5월 한 대표에게 지분 140만5165주를 증여했다. 이로써 한 대표는 단번에 지분율 3.8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등극했다. 한 회장은 지분 일부를 증여했지만 여전히 지분율 34.4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았다.

태양금속공업은 창업주 고 한은영 명예회장이 1954년 3월 설립한 태양자전거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초기에는 자전거 부품을 제조했으나 자동차 및 전자제품 부품 시장으로 품목이 다변화하자 1964년 법인화 과정에서 사명을 지금과 같이 변경했다.

현재 북미와 인도, 중국 등 해외법인들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한 대표가 지분 증여를 받으면서 승계 전략에 눈길이 쏠린다. 창업주 3세인 그는 1971년생으로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MBA를 졸업하고 KPMG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KPMG FAS는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발전을 견인하기 위한 재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2007년 6월 부사장에 부임하며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 2010년 3월 등기임원 선임에 이어 2011년 8월 대표이사 선임된 후 현재까지 한 회장과 함께 부자(父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최근까지 태양금속공업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승계 목적으로 주가를 억제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왔다. 한 대표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지 10년 만에 지분 확보에 나서자 업계에선 태양금속공업이 본격적인 3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태양금속공업은 현재 최대주주인 한 회장을 비롯해 그의 친형 한애삼(2.72%), 배우자 배시학(1.71%), 계열사 썬테크(2.52%) 등이 태양금속공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듯 가족경영으로 경영권을 공고히 가져오던 태양금속공업에 때 아닌 경영권 분쟁이 일기도 했다.

10년 만에 지분 확보…본격 승계 움직임?
때 아닌 경영권 분쟁…대물림 문제 제기

2017년 발명가이자 교수인 노회현씨가 태양금속공업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도 모자라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노씨는 당시 태양금속공업 주식 11만1443주를 주당 2100원에 장내매수했다. 주식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참여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노씨는 태양금속공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5% 룰’에 의해 최초로 태양금속 주요 주주로 등장했을 당시 노 교수의 지분은 5.46%였다. 하지만 그 뒤 주식을 2000~2100원 사이에서 꾸준히 사들이면서 보유지분을 244만5573주(6.61%)까지 늘렸다. 


노씨는 “한우삼 태양금속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주들의 기업설명회(IR) 개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며 기업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을 자산재평가나 주가부양 의지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해 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상장법인인 태양금속공업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는 내용의 공시가 올라왔다. 이는 일반적인 주총 소집 공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주주총회 공시 주체가 회사 법인이 아닌 ‘노회현’이라는 개인주주였다. 
 

▲ 태양금속공업 본사 ⓒ네이버 지도

노씨는 공시와 관련해 “법원 명령에도 사 측이 대형 기업전문 로펌까지 앞세워 지속적인 방해공작을 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명부 폐쇄부터 신문공고, 주주명부 확정 및 통보, 주주총회 일자 및 장소 선정·개최에 이르기까지 주주총회 개최의 모든 과정을 주주가 직접 진행하는, 대한민국 상장법인 주주총회 역사상 아주 이례적인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노씨는 일반 투자자들과 태양금속공업의 한 회장 등 경영진에 맞서 소액주주운동을 벌였다. 노씨가 만든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모임이 결성됐으며 그 수는 300여명에 달했다. 

미 국적
황태자

노씨와 소액주주들은 이례적인 주총 추진도 최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 측이 기업설명회(IR)나 자사주 매입, 자산재평가 실시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아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으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꼽았다. 회사가 한 회장이 미국 국적의 아들인 한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의심했다. 

이들은 이 같은 이유로 회사의 주가 부양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당시 태양금속공업은 몇 차례의 일시적 급등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수년째 20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태양금속공업 소액주주 모임 한 관계자는 “회장이 아들에게 자산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그동안 부자간 증여를 위해 주가를 엄청 눌러놨다”고 주장했다. 

노씨 측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사전실적 보고사항(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경 시) 공시자료에는 대규모 실적 호전(당기순이익 143% 증가)의 핵심원인인 해외법인 실적 호전에 따른 내용은 누락된 채 단순히 법인세 감소에 따른 이익의 증가에 대해서만 기재돼있다.

이를 두고 사측이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의 여력을 봉쇄하려 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매년 1분기 최대실적을 실현했던 것과 달리 올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는데 사 측이 급여나 퇴직급여채무 등을 의도적으로 증가, 실적을 악화시켜 보고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에 노씨와 소액주주들은 자산재평가와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했지만 사 측이 이를 거부해 결국 직접 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순탄치 않은 앞길
시장 지배력 위협

당시 태양금속 관계자는 “승계 작업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부양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노씨와 소액주주 측 주장을 반박했다. 자산재평가의 경우 제 가치를 평가받기에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고 소액주주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은 공정성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노씨가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마저 각하됐고 노씨가 임시주총을 철회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 한우삼 태양금속공업 ⓒ태양금속공업

한 대표는 취임 후 “회사를 더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전 세계에 ‘태양금속공업’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경영일선에 나서기 전 주로 해외에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꿈을 키웠다. 2007년 태양금속공업 부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미국 제약업체 백스터, 컨설팅업체 ADL, 삼정KPMG 등에서 기업 인수·합병, 경영자문,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태양금속공업 부사장을 맡은 뒤부터는 전략 및 기획에 힘을 쏟았다. 이때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선행연구·개발팀을 만들었다. 한 사장은 당시 “전세계 자동차 냉간단조시장에서 ‘톱3’에 드는 게 목표”라며 “유럽시장의 문도 계속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현재 한 대표의 바람은 이뤄졌을까. 태양금속공업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 등 냉간단조 시장이다. 현대·기아자동차에 사용되는 파스너의 약 40%를 납품하고 있고 시장 점유율로 봐도 40% 안팎을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탄탄한 경쟁력을 지닌 회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한 대표가 설정한 목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는 태양금속공업의 실적은 본격적으로 승계 절차를 밟기 시작한 한 대표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다.

태양금속공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40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연결기준) 매출액은 28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년 동기(3500억원)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미 당기순이익은 2017년 적자로 전환됐고 2019년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 따르면 태양금속공업의 주력제품인 자동차 부품은 제품 특성상 경쟁업체와 큰 차별성이 없다. 단순한 공정을 갖고 있어 저부가가치 상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 하락과 해외 수요 저조
시험대에 선 후계자…산적한 과제는?

또 경쟁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거세지면서 시장 지배력에 위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완성차 수요가 가장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주 거래처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둔화와 중국 시장의 수요 위축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태양금속공업은 현재 수익성 저하로 인한 자본 감소와 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3분기 태양금속공업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는 3895억원으로 전년 동기(4018억원)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문제는 수년간 자본은 줄어들고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근 5년 태양금속공업의 총자본은 2016년 말 107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797억원까지 감소했고 같은 기간 총부채는 2652억원에서 3098원으로 증가했다.

자본의 감소와 부채의 증가는 태양금속공업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에도 부정적 요소로 자용했다. 2016년 245%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449%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3분기 388%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데 태양금속공업의 경우 수년간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태양금속공업 제품 ⓒ태양금속공업

대폭 늘어난 총차입금이 부채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까지 1369억원 수준이었던 태양금속공업의 총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923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양금속공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49%를 넘어섰다. 이는 태양금속공업의 재무제표가 공개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30% 이하를 적정 차입금 의존도로 인식하는 통상적인 개념과 큰 간극을 나타낸다. 

차입금이란 일정한 기한 내에 원금의 상환과 일정한 이자를 지급한다는 채권, 채무 계약에 따라 조달된 자금이다. 이는 곧 차입금의 규모는 이자 지급률과 비례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 태양금속공업이 지급한 이자는 53억원 수준이다. 기타 비용이 96억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50% 이상의 금액이 이자비용으로 나간 것이다. 현재 태양금속공업의 차입금 상승 추이로 봤을 때 이자는 매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본 확충 필요
밝지 않은 미래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하는 자본과 부채의 심각한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태양금속공업은 자본 확충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줄어드는 시장 지배력과 해외시장 수요의 하락으로 봤을 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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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