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LTE요금제'의 비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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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처럼 쓰다간 훅 간다" 데이터 소모속도 '빠름~빠름~빠름~'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통신3사가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톡 등 데이터기반 메시징·음성서비스에 밀려 수익에 차질이 생기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앤 LTE서비스가 '구세주'로 떠오른 것이다. 치열한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로 접어드는 가운데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신3사는 이 같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언론으로 '꼼수'까지 부리며 어떻게든 LTE가입자수를 늘리려 혈안이다.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국민 10명 중 6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다. 통신업계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이처럼 급속히 증가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4G(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말부터 LTE가입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 지난 17일 920만명을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내달 안에 LTE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자 세 명 중 한 명은 LTE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 3000만명
LTE가입자 1000만명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이하 이통3사)는 LTE가입자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7월 LTE서비스가 상용화된 데 이어 지난달 말 LTE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마케팅전쟁은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 덕에 이통3사의 지난 2분기 마케팅 비용은 사상 최대, 실적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SK텔레콤은 3846억원, KT는 3717억원, LG유플러스는 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14%, 94.8% 떨어진 수치다.  

순이익도 뚝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작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1206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는 32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KT 역시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KT의 순이익이 2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LTE가입자 유치 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통3사가 이처럼 모든 것을 내걸고 LTE가입자 유치에 애를 쓰는 건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없애버린 LTE서비스가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순수익을 대폭 높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LTE서비스가 시작되던 당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다는 소식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LTE서비스가 3G WCDMA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만큼 데이터 소모속도도 3G보다 몇 배는 빠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3G서비스를 고수하려는 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당시 갤럭시노트, 갤럭시S2, 옵티머스 LTE 등 최신 단말기로 교체하려면 LTE요금제가 강제되어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LTE서비스에 가입해야 했다. 최신기기를 공짜로 준다며 2G 및 3G에서 LTE서비스로 전환을 유도하는 통신3사의 안내전화는 예나 지금이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통신3사, LTE 가입자 선점에 모든 것 걸었다
LTE에 '무제한데이터요금제' 없는 이유 "있다"

이통3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LTE가입자는 1000만명을 바라보게 됐다. 동시에 LTE서비스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포털에서 'LTE 데이터 소모량' 등으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LTE의 빠른속도는 만족스럽지만 그만큼 데이터가 소모속도가 너무 빨라 제공되는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휴대폰 공동구매 사이트로 잘 알려진 '뽐뿌'를 중심으로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이디 agaxxx는 "LTE는 빠른 만큼 데이터 소모량이 폭탄"이라며 "체감하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에 비해 몇 배 이상 빨라 동영상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다"라고 성토했다. 아이디 kokoxx는 "속도가 빨라 동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데이터 소모량이 턱없이 많은 것 같다"며 "데이터 전송방식이 3G와 다른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3G 쓰듯 LTE를 썼더니 하루 만에 데이터 1GB 우습더라" "핫스팟으로 옥션 쇼핑검색 3시간 했더니 데이터 5GB가 빠져나가서 놀랐다" "유튜브에서 10분짜리 고화질 영상 두 개 봤을 뿐인데 300MB나 소모됐다" "멋도 모르고 개그콘서트 동영상을 2시간 동안 봤더니 한번에 900MB가 줄었더라" 등 수많은 사례가 올라와 있다. 또 한 블로거는 벤치비(모바일속도측정프로그램)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 소모량이 3G보다 5배 많은 것을 보여주며 "광고를 보면 '겁나 빠른 LTE'라면서 속도 경쟁을 하지만, '겁나 빠르게 데이터 요금을 빼먹겠습니다'라 말을 하는 것과 같다"며 꼬집었다.

쇼핑검색 3시간에
5GB 빠져나가기도

실제로 이통3사의 LTE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근 최고 50MBps까지 자랑한다. 즉 30MBps로 고화질 동영상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0초만 지나도 300MB가 소모되는 셈이다. 따라서 웹서핑을 하다 실수로 동영상을 클릭하면 즉시 취소했다 하더라도 상당량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다. 또 만에 하나 주머니 속에서 잘못 클릭되어 많은 용량의 동영상이 다운되는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라도 하면 단번에 한 달분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리거나, '폭탄요금' 통지서가 날아오는 참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데이터 소모속도가 빠른 원인을 직접 밝혀내려는 이들도 생겨났다. 아이디 네모xxx는 "같은 페이지를 볼 때 LTE가 3G보다 속도가 빠른 건 데이터가 전송될 때의 패킷 크기가 커졌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예를 들어 3패킷단위의 페이지를 볼 때 3G는 최소단위인 3패킷만 쓰지만 LTE는 기본으로 움직이는 패킷 단위가 10패킷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같은 페이지를 보아도 차이 나게 되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근거를 대며 주장했다.

이를 두고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LTE와 3G는 데이터 차감률에 차이가 없다"며 "단지 속도가 빨라 소모되는 데이터양도 많은 것으로 체감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취재기자의 "데이터 계산방식에 시스템적으로 차이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LTE사용자들은 데이터 소모속도가 3G와 차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LTE서비스 사용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데이터 소모량이 많은지 확인하는가 하면, 데이터를 아껴 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데이터 폭탄요금'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LTE사용자가 지켜야 할 철칙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일단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라 한다. LTE사용자에게 '무료와이파이존'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트래픽 폭증 걱정하더니 이젠 적게 쓴다고 걱정
무제한데이터 3G도 곧 2G운명 맞게 될 것

그런데 지난달 모 언론에서 '62요금제 가입했는데…데이터 반도 못써'라는 제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LTE사용자의 의견과는 정반대 성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물론 이통3사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기사였다.

기사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LTE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소진량은 2.06GB 수준"이라며 "LTE폰 사용자들이 처음 가입할 때는 무제한 데이터 수준인 62요금제에 가장 많이 가입하지만 사실은 제공한 데이터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데이터를 쓰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통신3사는 적정한 데이터 사용량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사 밑엔 기사내용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350여개가 넘는 반박 댓글을 달아놓을 만큼 논란이 뜨거웠다. 아이디 ekanxxxx은 "62요금제 8개월째인데 난 데이터 항상 모자라는데 데이터 줄이려는 수작이네"라는 의견을 남겼고, jsh1xxxx는 "내 손안의 영화관 LTE라고 광고해 놓고 주는 데이터는 고작 6GB, 한 편에 2GB가 넘는 영화를 어떻게 받나?"라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82요금제 13GB 주는데 아끼고 아껴 써도 지금 500MB밖에 안 남았거든?" "사람들 저것밖에 안 쓰니 과부하 걸릴 일도 없겠네, 62요금제에 무제한 만들라" "오버 될까 봐 항상 사용량 체크하면서 노심초사하는데, 조사에 신뢰도가…. 통신사 소속 기자인가?" 등의 다소 과격한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 한편 못 보는
내 손안의 영화관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폐지' 논란에서 당시 이통3사들은 한목소리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로 인해 트래픽이 폭증해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출시될 LTE뿐 아니라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LTE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선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너무 적게 쓴다고 걱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LTE서비스를 사용하면 데이터가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해 LTE가입자수를 늘리려는 숨은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TE 요금제는 단계별로 제공되는 데이터양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통3사마다 다소차이가 있지만 기본 월 6만2000원이 청구되는 62요금제를 선택해야 6GB라는 넉넉한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한 단계 아래인 52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2~2.5GB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고, 42요금제는 또 1.1~1.5GB 수준으로 떨어진다. LTE서비스는 데이터 소모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62요금제 이하로는 동영상은커녕 웹서핑도 마음 놓고 못할 수준의 데이터가 제공되는 셈이다. 이처럼 이통3사 모두는 요금제별 제공되는 데이터양에 차등을 두어 사실상 62요금제 이상을 강제하고 있다.

종합하면 이통3사가 바라보는 LTE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바로 가입자로부터 더 많은 요금을 거둬들이는데 LTE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


실제로 이통3사는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어 음성서비스 매출이 한계에 다다르자 데이터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009년 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국내에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3G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요금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고 이통3사는 무제한요금제를 내세워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LTE서비스 실체
'빨리 쓰고 많이 내라'

최근 들어 국민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정도가 되자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앤 LTE서비스가 황금어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통3사는 LTE가입자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더 빠른속도는 결국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LTE요금제하에선 데이터요금을 3G보다 훨씬 비싸게 지불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LTE서비스의 실체인 것.

한편 우여곡절 끝에 무제한데이터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3G도 머지않아 2G처럼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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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