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설상미 기자 = 조두순이 끝이 아니다. 어쩌면 더한 악마일지도 모른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조두순보다 더 끔찍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악마가 내년 9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이름은 김근식. 넉 달간 11명을 연쇄 성폭행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미성년자로, 대부분 만 13세 미만이었다. 범행 당시 30대였던 김근식은 성적 콤플렉스가 심해 정상적인 이성교제를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식은 2006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그해 9월까지 인천과 경기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달에만 3명의 피해자가 속출한 셈이다.
전과 19범
11명 성폭행
김근식이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를 당시 그는 이미 전과 19범이었다. 김근식은 2000년 미성년자 강간치상죄로 5년6개월을 복역한 전과가 있다. 그는 출소한 지 16일 만에 미성년자를 상대로 또다시 반인륜적인 짓을 자행했다. 2006년 5월24일 인천시 서구에서 등교 중이던 9살 초등학생 A양에게 “도와달라”며 유인하고는, 저항하는 A양을 때리고 성폭행했다.
김근식의 광기 어린 폭주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같은 해 6월4일 인천시 계양구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 중이던 13살 미성년자를, 그로부터 4일 뒤인 8일 계양구에서 하교 중이던 10살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 20일엔 인천시 계양구 한 원룸 주차장에서 13살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했고, 7월3일 인천시 계양구에서 독서실에서 귀가하던 17살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했다.
김근식은 경기권 일대로 반경을 넓혔다. 7월18일에 경기 파주시에서 범행하고, 8월3일 인천에서 11살, 8일 경기 시흥시에서 12살, 이틀 뒤인 10일 인천 계양구에서 13살, 9월11일 경기 고양시에서 12살 아동청소년을 잇따라 유인해 성폭행했다.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출소 16일 만에 범행
‘성적 콤플렉스’피해자들 대부분 만 13세 미만
수법은 악랄하고 치졸했다. “무거운 짐을 드는 데 도와 달라” 등의 말로 어린 피해자들을 자신의 승합차 등으로 유인했다. 타인을 도와주려는 선한 마음으로 다가간 아이들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인면수심의 범죄를 당했다. 당시 그는 저항하는 피해자들을 마구 구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근식은 범죄 이후 인천 덕적도로 달아나 생활하다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도피처 마련이 어려워지자 다시 귀국해 서울에서 여관 등을 전전했고, 공개수배된 이후 자수했다. 당시 경찰은 김근식을 키 168cm, 등에 용 문신이 있는 점을 특정했다.
2006년 인천지법 1심 재판부는 “2000년에도 어린이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을 마친 지 불과 16일 만에 다시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교화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평생 지니고 살아갈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더해 보면 피고인을 평생 사회와 격리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솜방망이
하지만 재판부는 “다만 경찰이 피고인의 실명과 사건을 공개하며 수배에 나서서 더 이상 도주가 어렵게 되자 자수해 검거된 이후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등 정상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근식은 1심 판결이 무겁다며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어느 덧 내년 9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김근식 출소 이후 그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근식은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제도와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형을 확정받아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 제도의 경우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웃들은 김근식의 얼굴과 거주지 등을 알 수 없다.
다만 전자발찌 제도의 경우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교도소장이 출소 6개월 전 수용자 관할 검사에 게 인적사항을 통보하면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근식이 화제가 된 건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지난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부터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 단원구에서 8살 미성년자를 강간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신상정보공개명령 5년, 2014년 신상정보고지명령 5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형법상 ‘강간상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성폭력특별법 적용 의견을 냈다. 2008년 사건 발생 5개월 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강간 상해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묵살하고 낮은 일반 형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파렴치한
인면수심
법원은 조두순이 범죄 당시 음주 상태였던 점을 들어 감경해 징역 12년을 확정했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두순은 형량 과중을 이유로 항소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2심과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고작 12년이었다.
국민 법 감수성과 동 떨어진 처벌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다. 이후 검찰에 대한 감찰이 들어갔지만 수사 검사는 ‘주의’ 처분에 그쳤고, 공판검사, 안산지청장 등은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조두순은 그렇게 사회에 다시 나왔다.
아동 성폭행으로 내년 출소를 준비 중인 파렴치한들은 더 있다.
김근식과 비슷한 시기에 10대 미성년자 5명에게 연쇄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모씨도 내년 4월 출소할 예정이다. 이씨는 성폭력으로 두 차례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미성년자들을 유인한 뒤 몹쓸 짓을 저질렀다. 김근식의 범행 수법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2013년 8살 조카를 5년간 유린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강모씨, 2012년 3세 친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김모씨도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도 모두 내년에 출소할 예정이다.
줄줄이 출소하는 제2의 조두순
지역사회 불안…처벌 강화 필요
한국의 아동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형량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법원은 음주와 고연령,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형을 감경했고 검찰은 더 강한 처벌을 위해 항소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낮은 형량제도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조두순을 두고 “한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강간범이 석방되면서 성난 시위대와 익명의 살해 협박이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법부는 오랫동안 성범죄자에게 관대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미국 법무부가 요청한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인도를 거부한 것도 관련 사례로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보호수용제다. 보호수용제란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강력범죄자가 출소한 이후에도 일정 기간 국가 관리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제도다. 아동 성폭력 등으로 5년 이상 실형을 받은 사람 가운데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경우 법원의 판단을 거쳐 보호 시설에 보내는 방식이다.
아이들에
몹쓸 짓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조두순에게만 주목하는 것 같은데, 수많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이미 출소해 활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출소 예정인 범죄자들이 많다. 보다 강력한 보호수용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