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신화’ 놀부 몰락 풀스토리

팔고 싶어도 못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보쌈 신화’를 일으켰던 놀부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잘나가던 2011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하향세를 그렸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대폭 상승했다. ‘매각설’이 꾸준히 돌고 있지만 계속 악화되는 실적에 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 놀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 놀부 본사 ⓒ네이버 지도

놀부는 1987년 3월 ‘골목집’이라는 작은 보쌈집으로 시작했다. 가게를 확장하며 놀부보쌈이라는 상호를 사용했고 놀부부대찌개, 놀부옛날통닭 등을 새로 론칭하며 놀부 브랜드를 완성시켰다. 놀부의 사업을 번창시킨 주역은 오진권 창업주와 그의 부인 김순진 전 대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고 오 창업주는 김 전 대표에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 25%를 모두 넘기고 놀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보쌈집부터
연이은 성공

2000년부터 김 전 대표의 단독 체제 하에 놀부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놀부의 매출액은 2001년 229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놀부의 매출액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며 2010년 1112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10년만에 3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같은 기간 17억7900만원이었던 영업이익도 80억80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승승장구하던 놀부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1년 놀부가 사모투자 전문회사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모건스탠리PE)에 1114억원으로 매각된 것. 잘나가던 놀부의 매각에 업계 관계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업계에선 김 전 대표가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모건스탠리PE를 끌어들인 것으로 추측했다. 놀부 측 관계자도 “매각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장기전략 차원에서 선진 경영기법과 세계적인 투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모건스탠리PE를 새 대주주로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놀부는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수익증대, 향후 시장성 등으로 862억원의 영업권을 계상했다”며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합병 이후 놀부는 뚜렷한 매출 호조세를 보이지 못했다. 

구멍가게로 시작 유명 브랜드로 성장
한창 잘나갈 때 외국계 자본에 매각

합병 첫 해인 2012년 매출액 794억1500만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직전인 2011년(1084억원)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26.8%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112억원) 대비 88.4%나 줄어들었다. 

당시 놀부 측은 실적 악화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합병이 진행될 때는 재무회계 컨설팅을 많이 받는다”며 “합병 관련 비용이 많이 들었고 조직 및 사업 재편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단행,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후 2016년까지 놀부의 매출액은 미미하게나마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17년 매출액이 1015억44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18년 867억1200만원을 기록하며 인수 후 처음으로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716억34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6년 44억7100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7년 –32억3100만원으로 첫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14억1100만원)에도 적자는 계속됐고 2019년 간신히 1억1600만원을 기록했지만 100억원을 넘겼던 2011년(112억8900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팔자마자
매출 하락

영업이익과 매출 하락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률도 곤두박질쳤다. 2017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2019년 다시 0.1%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다. 

놀부의 가맹점 감소가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놀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등록한 브랜드는 모두 10개다. 3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모든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의 가맹점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421개였던 놀부부대찌개 가맹점은 2019년 323개에 그쳤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놀부보쌈족발의 가맹점은 2017년 229개에서 2019년 162개로 줄었다.
 

▲ ▲ 안세진 놀부 대표 ⓒ놀부

이와 관련해 놀부 측은 “기존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달로 외식 트렌드가 변화하고 코로나로 인해 외식시장 전반의 침체가 지속적으로 이어짐에 따라 다소 감소했다”며 “현재 전체 매장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총 1133개로 올해 초 대비 5% 수준 상승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빚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부채비율의 증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불러왔다.  

2019년 놀부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662억8100만원으로 2016년(1157억2100만원) 대비 46%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큰 변화가 없는 총부채에 비해 2016년 633억3500만원이던 총자본이 58% 가량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가맹점 감소
빚에 허덕

자본의 하락은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놀부의 부채비율은 인수 이후부터 2016년까지 줄곧 80% 초반으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129.2%) 결국 100%를 넘어섰고 2019년 150.4%까지 치솟았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해 아직 큰 문제라고 볼 수 없지만 최근 3년간 2배에 가까운 수치로 증가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놀부의 차입금의존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놀부는 인수 이후 한 번도 적정 차입금의존도(3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가뜩이나 높았던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45.9%를 넘어섰다. 이는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0%나 상승한 수치다. 


놀부의 순손실이 누적되며 생긴 결손금도 문제다. 2017년 68억7400만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2018년 220억3100만원까지 크게 증가했다. 2019년 –75억7400만원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2년부터 생긴 117억3700만원의 결손금은 2019년 530억4600만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급격한 매출 감소…영업이익 마이너스
매각설 계속 돌지만…떨어진 기업가치

놀부 측은 “부채비율은 현재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며 현금 지출이 없는 영업권 상각 등의 이유로 약간 증가했다”며 “외형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자산이 감소해 차입금의존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차입금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말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 약 60억원은 만기가 연장된다. 차입금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상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올해로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인수한 지 8년이 지났다. 현재 놀부는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할 당시보다도 기업가치가 하락한 상황이다. 재매각 시점이 왔음에도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대개 5년이 지나면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업계에선 놀부의 기업가치가 추락한 주된 원인으로 모건스탠리PE가 사업전략으로 내세운 사업 다각화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 놀부의 사업다각화 전략은 그간 8년간의 실적이 보여주듯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선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되팔아 이익을 챙기려다 실패한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팔고 싶어도…
타개책 있나?

놀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의 실적 변동치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하고 트렌드에 맞게 리빌딩함에 따라 매출 감소가 발생한 부분”이라며 “놀부는 코로나로 인한 시장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언택트 외식의 핵심인 배달전문점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규 배달전문점을 오픈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