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해 10월 <일요시사>에 ‘검찰청을 기소청으로’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했었다.
당시 동 칼럼은 검찰 스스로 ‘대검찰청’을 영어로 ‘prosecution service’라 명명한 부분, 즉 ‘기소로 봉사하는 단체’라 표현한 대목과 관련해 검찰이 지니고 있는 제반 문제를 지적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기소청으로 거듭나는 일이 검찰 개혁의 본질이라 강변했었다.
그런데 칼럼을 게재한 지 1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검찰 개혁의 본질을 외면하고 알량한 이익 쫓기에만 급급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혈안이 돼있는 문재인정권, 그리고 이를 정확하게 간파해 맞서고 있는 검찰의 실상을 바라보며 동 맥락과 같은 개념에서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먼저 문재인정권이 바라보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해 현 정권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수처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수처, 이제는 실행할 때이다’란 글로, 이 중 일부를 인용한다.
이 지사는 “있는 죄도 덮고 없는 죄도 만드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견제가 있어야 비로소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킬 칼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는 이미 고 노무현 대통령님 재임기인 2004년부터 여야에서 논의가 시작됐고, 시민사회까지 포함하면 20년 이상 논의된 역사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공수처가 지금까지 좌절돼온 것은 절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일부 부패 검찰, 그리고 그들과 유착된 적폐 세력의 극렬한 저항과 주도면밀한 방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무슨 의도로 위의 글을 올렸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흥미롭다. 그가 올린 글을 상세하게 살피면 문재인정권의 의도, 검찰 개혁의 본질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공수처 시행만이 답이라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누차에 걸쳐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본질이 아니라고, 더해 공수처는 단순히 검찰 견제 세력으로 또 다른 기형적인 권력기관이 될 것이며, 악순환에 불과하다고 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지사 역시 공수처의 한계, 즉 공수처가 검찰 권력의 견제 수단에 불과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 그의 말마따나 공수처 시행이 정치권의 이전투구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공수처 시행은 검찰 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문재인정권의 꼼수에 불과하기에 당연하게도 정쟁거리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또 현 정권의 얄팍하기 그지없는 장난질에 고분고분 넘어갈 검찰이 아니다.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을 나눠 먹자는 현 정권의 또 다른 욕심을 묵과할 수 없다.
만에 하나 문재인정권이 본질에 충실했다면 검찰은 속된 표현으로 찍소리도 못했을 테다.
다시 언급하자. 개혁은 자고로 무심(無心)에서 출발해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드시 장벽에 부딪히게 돼있다.
지금 이 시점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태도가 바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
누누이 밝히지만, 검찰 개혁의 본질은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검찰의 횡포를 종식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이 지니고 있는 수사권을 박탈해 ‘아니면 말고’ 식의 기소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청을 기소만 전담한다는 의미의 기소청으로 바꿀 것을 재차 종용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