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민 조연’ 배우 오달수 “그 동안 무서웠다”

‘천만요정’의 영화 같은 일장춘몽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출연하는 작품 중 대다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천만 요정’이라 불렸다. 영화 내에서 대체로 유머를 이끄는 대표적인 감초 배우이기도 했다. 배우 오달수 얘기다. 그런 그가 약 3년이나 대중을 떠났다.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2018년 불거진 ‘미투 사건’ 때문이었다. 본의 아니게 ‘귀향 생활’을 했던 그가 새 영화 <이웃사촌>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다. 
 

▲ 배우 오달수 ⓒ리틀빅픽처스

2018년 새해가 밝자마자 ‘미투 열풍’이 불었다. 법조계, 정치계, 문화계, 스포츠계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성폭행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 각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고발의 대상이었다. 거론된 인물들 대다수의 미투 폭로가 사실로 밝혀졌다.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배우 오달수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였다. 무려 두 명이 그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오달수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두 건의 고발은 오달수 배우 인생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초동대응이 비교적 늦었다는 점과 사과문 내용이 다소간 애매했던 부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밝혔다는 점에서 오달수의 잘못은 기정사실화됐다. 

법적 싸움으로 이어질 사건으로 보였는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A씨는 고소 후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A씨가 조사에 응해야 경찰도 그 진술을 토대로 오달수에게 죄를 물을 텐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사건은 유야무야 됐다. 결국 경찰의 내사 종결로 마무리됐다. 


JTBC <뉴스룸>과 인터뷰를 진행한 연극배우 엄모씨는 고소조차 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법적 싸움으로 치닫는 여타 미투 사건과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러 작품에 캐스팅 됐던 오달수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약 3년 가까이의 시간이 흐른 지난 19일 영화 <이웃사촌>을 통해 만난 오달수는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했다. 긴장된 얼굴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이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일이 그렇게까지 커져 있었던 줄 몰랐죠. 영화 <이웃사촌> 촬영 중이었어요. 영화를 보면 대교를 막아놓는 장면이 있잖아요. 보조출연자만 200~300명이었어요. 새벽에 스탠바이에 했다가, 해 뜨자마자 찍었어요. 정말 큰 신이었죠. 정신이 없었어요. 다른 데 신경을 쓸 겨를이 전혀 없었어요.”

오달수가 언급한 장면은 <이웃사촌>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한 신에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을 뿐 아니라 주요 배우들의 감정 폭도 크며, 자동차 액션도 있다. 몇 날 며칠을 집중해야 하는 큰 시퀀스다.

<이웃사촌>으로 3년 만에 복귀… 고 김대중역
“갑작스레 터진 미투, 덤프트럭에 부딪힌 충격” 

“가족들이 왜 가만히 있냐고 전화로 뭐라 했어요. 저는 ‘시끄럽다’면서 촬영해야 한다고 전화를 끊었죠.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무응답했던 게 오히려 변호사들과 작전을 짠 것으로 곡해가 돼있더라고요. 초동 조치가 미흡했죠. 그리고 상황을 확인했을 땐 덤프트럭이 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차라리 회의라도 했으면 충격이 덜 했을 텐데요.”

사건이 있은 후 일부 촬영을 마무리한 후 부산으로 내려갔다. 아파트 주위에 모르는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노모를 모시기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형이 사는 거제도로 떠났다. 가족들은 오달수가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지속적으로 오달수의 주위를 맴돌았다.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다. 낮에는 노동주도 먹었고, 밤에는 하루를 기꺼이 잘 마쳤다는 기념으로 또 한 잔 기울였다.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려고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게 그동안 참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었어요. 활동이 중단됐던 그 기간이 결코 불행했다는 건 아닌데,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한 게 있었어요. 내가 있을 자리가 어디인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늑골 한 구석은 항상 연기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어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했었구나’라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특별한 이론이 변한 건 없고, 감사한 마음은 더 커진 것 같아요.”

오달수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이 <이웃사촌>도 표류했다. <이웃사촌>은 오달수의 영화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이다. 극 중 오달수는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던 시대, 야당 대표 이의식을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이의식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야당 총재라는 점, 가택연금을 당한 점, 이의식이 사는 곳이 신촌 인근이라는 점, 비교적 점잖은 태도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여의도 연설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두 인물이 겹친다.

기존 감초 연기 대신 정극 연기를 했다. <이웃사촌>은 처음부터 오달수가 이야기를 끌고 가고 영화의 매듭도 짓는다. 

부덕의 소치
송구한 마음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였던 게 사실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기 때문에 누가 될까 걱정이 많이 됐어요. 사투리를 쓰느냐 마느냐에 대한 고민도 촬영 직전까지 할 정도로 특별했던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오달수는 새롭다. 매 작품마다 웃음을 만들어왔던 그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뺐다. 감정도 최대한 절제했다. 영화가 갖고 있는 감동이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건 오달수가 감정을 억누르며 연기한 덕도 크다. 여전히 김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연기다. 고인을 표현해야 했던 막중한 책임감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그의 연기를 통해 전달된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잔재주 안 피우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소소한 장면에서라도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굳이 튀려고 하지 않았고, 인물을 잘 묘사하고 싶었어요.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했죠.”

아무리 연기가 좋았다 하더라도, 영화사 입장에서 핵심 주인공의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뜻 개봉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코로나19까지 발발했다. 

배급사도 바뀌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호평이 이어졌고 오달수의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되면서 개봉 날짜가 잡혔다. 
 

▲ ⓒ리틀빅픽처스

“영화를 개봉하는 시기가 매우 좋지 않은 것에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개봉함으로써 마음이 좀 가벼워진 점은 있어요. 사실 개봉을 안 하고 있을 때는 마음이 괜찮은 듯 하다가도 훅 무거워지고 그랬어요. 제작사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비록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공식 석상에 서는 것과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자리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는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무서웠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정말 쉽지 않았죠. 가끔 영화 채널에서 제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한 번씩 나오더라고요. 관객 분들은 제가 낯설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너무너무 떨려요.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러운 말 같네요. 무섭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겪어보니까 무서워요.”

그래도 용기를 냈다. 공식 석상에 서는 것부터 기자들로부터 매서운 질문을 받는 자리에 나서는 것 모두 고역일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했다.

“농사 지으며
 많이 느꼈다” 

“무섭다고 자꾸 도망 다니면 무서움은 점점 커지겠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두 눈을 보고 얘기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사회나 간담회 때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타자 소리를 듣는 게 어제 일 같고 익숙하기도 하고 좋긴 하네요.”

인터뷰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오달수 입장에서 날카롭게 받아들일 만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사건으로 억울했는지에 대한 질문, 고발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냐는 내용의 질문도 있었다. 오달수는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제 말해서 무엇하나 싶어요. 하려면 그때 했어야죠. 지금 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충격이 너무 커가지고 두 달 정도는 정신을 못 차렸어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때도 말씀 드렸지만, 제가 덕이 없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덕의 소치지… 남한테 왜 그랬느냐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덕의 소치’라는 말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점은 존재한다. 오달수에게는 사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접촉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죠. 서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만약 제가 불쑥 나타난다면 그 분들도 얼마나 충격이겠습니까. 저는 저대로 충격 때문에 두 번이나 입원했으니까요. 저는 조용하게 살았고, 그분들도 일상을 잘 보내시길 바랄 뿐입니다.”

사건이 있기 전, 오달수는 말 그대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연극계에서 유명한 인사였던 그는 영화 <올드보이>를 통해 혜성같이 등장해, 각종 영화에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다. 대중은 그의 재기발랄한 연기를 사랑했다. 

<도둑들> <암살> <베테랑> <국제시장>은 1000만을 넘겼고, 5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영화 관계자들은 오달수를 더 좋아한다. <도둑들>과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오달수와 함께했기 때문에 1000만을 넘겼다”고 말한 바 있고, <베테랑>에서 호흡을 같이한 배우 유해진은 취재진 앞에서 인간 오달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털어놨었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건 용기, 무서웠다”
“오랜만에 나선 연기 ‘이 맛이야’ 싶었죠”

혹자는 오달수는 극도로 자유로운 영혼이며, 누군가에게 해를 가할 근력 자체가 없다고도 말했으며, 언제나 변함없는 좋은 사람으로 여긴다. 쉬는 동안 이 모든 것이 오달수에게는 일장춘몽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천만요정… 마음이 무겁네요. 예쁜 별명 지어주셨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허망하더라고요. 부와 명예는 한 순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거라고 말했는데, 이제 요정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람 대접 받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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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의 개봉으로 대중 앞에 섰지만, 다시 예전처럼 연기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그에 대한 반감이 있는 대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를 캐스팅하기 주저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달수는 복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상업영화 제작사로부터 섭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안 독립영화 <요시찰>을 찍기도 했다. 약 2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제가 영화를 하면서 두 달 이상 쉰 적이 없었어요. 실컷 쉬다가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독립영화는 간만에 아침 9시에 나와서 새벽 1시까지 촬영을 했는데, 하루도 안 쉬고 일주일 정도 찍었어요. 스태프들이랑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예산이 크지 않은 영화다 보니까 옹기종기 모여서 도시락을 먹고 그랬어요. ‘그래, 이 맛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재밌었어요.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잘 찍었습니다.”

그를 응원하는 관객도 있는 한편, 여전히 그의 무혐의 자체를 의심하는 대중도 적지 않다. 배우로서 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오달수에겐 그 자체가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리적으로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저에게 반감이 있는 분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전혀 없지 않겠습니까. 그저 영화 보시고 좋게 평가해 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기 복귀?
간절히 원해

평소 술자리에 자신의 막걸리를 들고 갈 정도로 애주가다. 최근 들어 술맛이 달라졌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 때는 독이었는데, 이제는 약이 되는 느낌이라고. 작품이 개봉을 하면서 서서히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에 술맛도 변한 듯하다. 낙차 큰 파도를 경험한 그는 더욱 성숙한 연기를 펼친다면, 대중의 마음도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 기대가 실현될 수 있을까. <이웃사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유지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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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