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①> 신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

어둠서 나와 밝은 옷을 입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제목부터 독특하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에는 배우 고아성·이솜·박혜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코미디의 향기가 짙은 이 영화는 1995년 차별이 일상화되던 시절 기업의 문제를 여성들의 내부고발로 풀어내는 경제 우화다.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를 녹일만한 작품성이다. 그 중심에 있던 고아성을 만났다. 
 

▲ 배우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괴물>에서 송강호의 손을 놓치고 괴물에 끌려간 게 벌써 14년 전이다. 시간이 벌써 얼마나 흐른 걸까. 중학생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고아성은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성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매번 눈부신 연기를 보여왔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에게 어려운 캐릭터가 주어지는 건 숙명 같은 일이다. 고아성에게 주어진 숙제는 언제나 고초를 겪어 깊은 내공을 소유한 인물들이었다.

‘대한민국만세’를 외친 뒤 꽃다운 나이에 감옥에서 일생을 바친 유관순(<항거:유관순 이야기>)이었고, 스무 살에 아이를 낳고 권력가의 집에서 비리를 알아챈 여고생(<풍문으로 들었소>)이었으며, 직장 내 왕따를 당해 칼의 복수를 하는 인턴(<오피스>)이기도 했고, 집단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여동생의 친언니(<우아한 거짓말>)이기도 했다. 

쉽게 겪기 힘든 사건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가진 인물을 표현해야 했다. 사랑보다는 인생을 먼저 그려냈다. 그래서 작품 속 고아성은 늘 무거웠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였기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밝은 옷을 입었다. 이종필 감독의 신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서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웃음을 장착했다. 감정을 삼키지 않고 표출한다. 시원시원한 고아성, 생소하지만 제법 어울리는 느낌이다.

“전작들이 밝지만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톤의 영화를 하다 보니 밝은 영화를 만나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부터 굉장히 탄탄하고 재밌었어요. 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많이 끌렸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직장 내에서 여성은 ‘미스 O’으로 불리던 시절, 고졸에게만 유니폼이 주어지던 시절, 흡연 구역이 실내를 포함한 모든 공간이었던 시절, 구두닦이 및 각종 심부름이 당연했던 그 시절 이야기다. 

우연히 회사의 심각한 문제를 알게 된 자영이 친구인 유나(이솜 분), 보람(박혜수 분)과 함께 용기를 내 내부고발을 하던 과정에서 진실과 마주하고 끝내 회사를 지켜내는 내용이 담겼다.

인간을 자원으로 해석하며 성장만을 부르짖던 1995년을 배경으로 내부고발과 기업의 윤리, 환경문제에 이어 기업사냥까지, 꽤 많은 소재가 담겨 있다. 놀랍게도 적절히 버무려진다.

“제가 나온 작품이지만 객관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었어요. 시나리오부터 다양한 소재가 들어있어서 우려도 됐지만, 적절한 톤앤 매너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도가 높아요.”

“언더독의 승리가 주는 강렬한 통쾌함 느꼈다”
“박혜수 내가 지향하는 사람…단단하고 겸손해”


회사의 부조리에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내는 약자들의 영화다. 그리고 승리한다. 언더독의 승리이자, 상식의 승리이기도 하다. 고아성은 촬영을 하는 중에도 여러 번 울컥했단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승리하고 나오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는 다른 벅찬 감정이 올라왔어요. 첫 출근 때도 100명이 행진을 하는데 그때도 느낌이 달랐고요. 자영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좌절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결과에 다다랐을 때는 통쾌함도 컸어요.”

영화는 직업관에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혹은 직업에 어떤 태도를 갖고 임해야 하는 가를 묻는다. 자영과 유나, 보람은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이 아닌, 더욱 가치 있는 일을 맡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다. 고아성은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배우 고아성 ⓒ롯데엔터테인먼트

“전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서,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를 경력이 꽤 쌓였을 때 찾게 됐어요. 드라마 <공부의 신>을 찍을 때였어요. 제 역할이 엄마가 노래방을 운영해서,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역할이었어요. 한 시청자분이 당시 SNS로 쪽지를 보내줬어요. ‘네가 맡은 역할과 똑같은 상황인데, 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로받고 있다’고요. 내가 하는 일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것 같아요.”

영화의 매력은 자영과 유나, 보람의 합이다. 실제 친구라 해도 믿을만한 눈빛과 표정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이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이 영화는 잘 되겠다는 느낌이 딱 전달됐다고 한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찍을 때였는데, 작은 공간에 26명의 여자 배우들이 있었어요. 그 안에서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누구 한 명이 노력해서 리드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잖아요. 의도한 대로 나올 수 없는 부분인데, 이번 영화에서 처음 세 여배우가 모였을 때 ‘뭔가 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그 예감은 적중했다. 세 여배우는 영화 촬영 당시는 물론 촬영이 끝나고도 사적으로 자주 만나는 ‘찐 친구’가 됐다. 촬영장에서 온종일 붙어있다 못해 숙소도 같이 쓰고, 잠이 들 때까지 수다를 나눴다고 한다. 

우정

“이번 영화를 통해 정말 친구를 만났어요. 특히 많이 배운 건 혜수예요. 제가 정말 지향하는 사람의 모습을 갖고 있었어요. 단단한데 겸손해요. 혜수의 내공을 배우고 싶었어요. 혜수는 후배라기보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솜 언니는 정말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가 없는 신에서도 대사를 만들어 오기도 하더라고요. 언니는 매력 그 자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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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