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뇌관’ 라임·옵티머스 사태 후폭풍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0.19 10:09:39
  • 호수 1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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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로비, 게이트…노정권 휩쓴 ‘바다이야기’ 데자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수사팀을 확대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사의 종착지는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보수 야권은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과거 참여정부 집권 기간 최대 사건 중 하나였던 ‘바다이야기’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한다.
 

▲ 피켄 든 옵티머스 피해자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대규모 펀드 사기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는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힌 사건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자금을 모은 뒤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옵티머스 사태로 투자자 290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파만파
줄줄이 구속

이 때문에 옵티머스 사태는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린다. 라임 사태는 라임이 펀드의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증권사와 은행을 통해 상품을 판매해 결국 환매가 중단,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을 이른다. 

사건 초기만 해도 선량한 투자자들을 울린 단순 금융범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두 사건에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권을 겨냥한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해 7월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라임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 뒤 라임 펀드의 1·2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관련자들이 줄줄이 구속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라임의 부실을 숨기고 판매한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장을 시작으로, 4월 금감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라임에 전달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됐다. 도피 중이던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심모 전 신한금융 팀장이 검거됐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의 돈줄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그가 금융당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3일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호 전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구속됐다.

정국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
BH 인사 연루설 민주당 비상

불똥은 청와대로 튀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대표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가 ‘내일 청와대 수석을 만나기로 했는데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5만원짜리 다발을 쇼핑백에 담아 5000만원을 넘겨줬다는 것. 지난 6월 구속된 이 전 대표는 광주MBC 사장 출신으로, 라임과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굳게 닫힌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무실

김 전 회장은 당시 재판장서 “정무수석이란 분하고 (이 전 대표가)가깝게 지낸 건 알고 있었다”며 “이 전 대표가 인사를 잘 하고 나왔다고 했다. 금품이 (강 전 수석에게)잘 전달됐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강 전 수석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전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밝혔다. 

강 전 수석은 즉시 입장을 내고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지난해 7월28일 청와대서 이 전 대표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지만,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청와대의 보안 체계상 돈다발이 든 쇼핑백이 검색대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주장 역시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위증,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강 전 수석 외에도 다수의 여권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검찰의 소환 명단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환과 관련해 김 총장은 라임 사태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고 밝혔다. 

긴장하는
BH·민주당

앞서 검찰은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는 기 의원 측에 수천만원이 들어있는 현금 봉투를, 당선 후에는 축하 명목으로 고급 양복을 줬다고 진술했다.

기 의원 측은 양복을 선물 받은 적은 있지만, 라임 사건과 어떤 관계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 총장, 기 의원 외에도 검찰은 민주당 이모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모 전 부대변인에게도 출석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옵티머스 사태 정관계 연루설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옵티머스 이사 부인이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과 구체적인 로비 계획이 담긴 문건·진술 등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문건들에는 로비를 의심케 하는 문구들이 포함돼있다. 예컨대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적힌 ‘이혁진(전 대표) 문제 해결 과정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하고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있다’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검찰은 문건과 진술의 신빙성, 계획이 실행으로 옮겨졌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4일 옵티머스 쪽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서울 성동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윤 전 국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한 일이 그 일환이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의 이름 역시 거론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채동욱 당시 옵티머스 고문(전 검찰총장)이 올해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문의했다는 내용이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지사는 전혀 불가능한 허구라고 의혹을 정면 반박한 상태다.

이-이
연루됐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옵티머스 관련 업체인 트러스트올서 복합기 임대료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복합기를 빌려준 당사자가 트러스트올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지급되지 않은 월 11만5000원가량의 대여사용료에 대한 정산 등 조치를 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 따라 이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보수야권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전 수석 의혹이 불거진 후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권 인사들이 투자자들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권력을 동원해 어찌도 그렇게 치밀하게 팀플레이를 펼쳤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서 강 전 수석과 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서민의 등을 치고 피눈물을 뽑아낸 사기 사건에 정권 핵심 실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정관계 로비 의혹을 검찰이 공공연하게 뭉개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서민이 피해자라는 점 ▲정관계 로비 의혹이 있다는 점 ▲조폭 연루설이 불거진 점 ▲보수야권이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했다는 점 등이 닮아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지난 13일 “단언컨대 이번 라임·옵티머스 펀드 게이트가 문재인정권의 ‘바다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룡 1·2위 이름도…
여권 정치인 줄소환

같은 당 김웅 의원 역시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2의 바다이야기’로 규정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바다이야기 사태는 참여정부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정부서 불거져 눈길을 끈다.

사행성 성인오락물인 바다이야기는 박연차 게이트와 함께 참여정부를 뒤흔든 사건으로 꼽힌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심각한 중독에 빠져 재산을 탕진해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연간 100만명이 바다이야기에 매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건으로 9조원 단위의 서민 자금이 증발했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당시에도 여권 인사 연루설이 불거졌다. 친노 인사들 다수가 게임기 제조 회사와 관련돼있다는 소문이었다. 이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경질되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유 전 차관이 바다이야기 허가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조카가 바다이야기 제작사의 코스닥 우회상장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한나라당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참여정부 최대 게이트로 규정,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거듭 촉구하는가 하면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당내 권력형 도박게이트진상조사특위까지 구성해 여권을 공격했다.

조폭 연루설도 닮아있다. 바다이야기를 수사한 특별수사팀은 신영광파, 국제PJ파, 그랜드파 등 15개 조직이 사행성 게임장과 상품권 유통 등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옵티머스 사태 역시 펀드 중 상당액이 공갈·협박 등 폭력 전과가 있는 이모씨에게 집중 투자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조폭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측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한 보수야권에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으로
넘어갈까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권력형 게이트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불법행위를 도와주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범죄자들의 금융사기 사건이다.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아무 데나 권력형 게이트라는 ‘딱지’를 갖다 붙이고 공격의 소재로 삼으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날의 끝 금감원→민정실?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 환매 사태 수사 인력을 확충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이어 수사의 칼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옵티머스 수사팀의 1차 목표는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부실 감독 여부를 가려내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조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 확보한 자료를 검토 중이다.

윤 전 국장은 지난 2018년 4월 옵티머스 측에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권 인사를 소개시켜줬다.

검찰은 금감원이 옵티머스 펀드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승인한 채 부실 감독한 배경에 윤 전 국장을 비롯한 금감원 고위 간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로 등장해서다. 또 다른 민정수석실 직원이 지난해 옵티머스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신모 전 연예기획사 회장의 강남 사무실에 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은 옵티머스 사태를 ‘금융사기사건’이라고 규정하지만, 민정수석실 사람들의 연루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부실 수사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서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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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