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제2의 월급통장’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와 역대급 제로금리시대가 맞물리면서 3040 세대들이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은퇴 시기가 빨라진 데다 수명은 길어져 은퇴 이후의 삶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리 미리 노후를 대비하고 꼬박 꼬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제2의 월급통장’을 갖기 위해 3040 세대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청약 가점제로 신규 아파트 당첨 확률이 떨어지자 아파트 갈아타기의 징검다리 대체재인 오피스텔(아파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수익형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꼬마빌딩
큰손으로

인천 송도에서 분양을 마친 ‘센트럴파크 Ⅱ 상업시설’은 40대 계약자 비율이 전체 계약자 중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50대가 29%, 30대가 21%, 60대와 70대가 각각 4%, 2%로 나타났다. 앞서 분양한 ‘센원몰’의 경우도 전체 계약자 중 40대와 30대가 각각 31%, 1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3040 세대는 50억원 이하의 ‘꼬마빌딩’시장의 큰손으로도 나서고 있다. 한 빌딩 전문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거래를 진행한 강남구의 50억원 이하 빌딩 매수자 중 3040이 50%를 차지했다. 특히 3040 개인 빌딩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강남구였는데 거래량 중 36%가 강남구에 몰려 있었다. 

실제로 정부가 아파트 등 주택 상품에 대해 강한 규제를 내세우면서 아파트 등 주택으로 제2의 수익을 얻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6·17, 7·10 등 21·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를 강화함은 물론 법인투자, 아파트 갭투자를 완전 차단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제로금리시대와 맞물려 은행에 목돈 넣고 이자를 받던 호시절은 사라졌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75%에서 0.5%로 0.25%p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예적금 상품의 투자 가치가 낮아졌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튼튼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 대비용’ 3040 겨냥 똘똘한 상품
대출 규제·분양권 전매 비교적 자유

3040 세대가 노려볼 만한 똘똘한 상품으로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이 있다. 임대사업의 대표 격인 오피스텔은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은 4.89%를 나타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4.53%, 경기도 4.90%, 부산 4.90%를 나타냈으며, 가장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록한 지역은 제주도로 8.39%를 보였다. 이어 강원도가 6.66%로 높은 임대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역세권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잇따른 완판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힐스에비뉴 여의도’상업시설은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샛강역과 5·9호선 여의도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 입지다. 주변 유동인구 확보가 쉬운 데다가, 여의도 업무지구의 배후 수요를 품을 수 있어 일찍이 ‘똘똘한 상가’로 주목받았다.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일원의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도 역세권 상업시설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분양 당시 반나절 만에 상업시설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이 단지는 청량리역 초역세권으로,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광역철도 강릉선KTX, 경춘선ITX 등 총 5개의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로금리
은행에 목돈?


지난달 1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오피스텔은 60실 모집에 8702건이 접수되며 145.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9일 계약 당일 모든 호실이 계약을 완료해 완판에 성공했다. 의정부 중심 입지인 의정부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편리한 교통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우선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과 가능역을 비롯해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연면적 33만1400㎡, 총 2181실로 공급한 지식산업센터 ‘현대 프리미어 캠퍼스’는 계약 시작 3개월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8호선 연장 다산역(예정)이 개통될 예정이며, 현재 운행 중인 경의중앙선 도농역과 광역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고 전용 셔틀 버스를 운행(예정)해 출퇴근과 상업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튼튼한 수익
잇따른 완판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은 대출규제와 분양권 전매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상품이다. 규제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이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섹션 오피스 등으로 몰리고 있다”며 “3040 세대는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빨라 임대수요가 풍부한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수익형 상품들은 분양실적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3040 세대를 사로잡을 수도권 수익형 부동산.
 

▲신내역 시티원스퀘어= 서울시 중랑구 양원지구 내 주상복합용지에 신내역 시티프라디움 주상복합 단지 내 상가인 ‘신내역 시티원스퀘어’가 분양된다. 지하 4층~지상 40층, 연면적 약 28만6367㎡ 규모. 아파트 495세대, 오피스텔 943실 전체 1438세대 고정수요와 약 1.5만 배후세대 독점수요 성공상권 상가로 공급된다. 

연면적은 근린생활시설(연면적 약 2629㎡), 판매시설(약 4만6218㎡), 운동시설(약 5503㎡)로 구분된다. 스트리트형 단지 내 상업시설이다. 지하 2층 판매시설 3호, 지하 1층 판매시설 43호, 지상 1층 판매시설 119호, 지상 2층 판매시설 127호 총 202호의 약 1만5000평 규모 초대형 랜드마크 상업시설이다. 

주차대수는 총 2232대. 이중 근린생활시설·판매시설·운동시설은 497대가 수용 가능하다. 입점은 2023년 11월 예정. 

아파트 갈아타기 징검다리 
소형 수익형 주택들 주목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송도 형지 글로벌 패션 복합센터’상가가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선다. 복합센터 내 1·2층 판매시설이 그 대상이다. 복합센터는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지상 1층 60개 호실과 지상 2층 59개 호실이며, 대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업시설은 총 503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5년간 연 5.2% 보장 상품으로 공급된다. 상가는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전환)이라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에 대한 부담이 없어 부동산 규제시대와 초저금리에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10월 준공 예정.
 

▲용산 더힐센트럴파크뷰= ㈜원일개발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8- 5번지 일원에 선보일 ‘용산 더힐센트럴파크뷰’1.5룸 및 투룸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1.53~33.65㎡ 규모, 총 133실의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주거생활에 편리한 실용적인 구조로 설계됐고, 내부에는 천정형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인덕션, 스타일러, 전자레인지 등이 미리 비치돼 주거만족도를 높여준다. 야외테라스 휴게실 겸 바비큐장이 별도로 개설돼 입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계약금 10% 준비 후 계약 시 중도금 50%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목동 솔리스타= 서울 양천구 목동 793-6번지 외 1필지에 목동역 역세권 복합단지인 ‘목동 솔리스타’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4층, 2개동, 전용면적 28~29㎡, 도시형 생활주택(4가지 타입) 18세대, 오피스텔(2가지 타입) 56실 등 총 74가구 규모다.

넉넉한 주차
무이자 혜택

주차는 총 42대가 가능하다. 계약금 10%, 중도금 3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입주는 2021년 8월 예정.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 대림산업이 시공에 참여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 내 섹션오피스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이 공급된다. 향동공공택지지구 상업지역 3-2, 4-1/2, 5-1, 6-1, 7-1블록에 위치하며,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로 각각 공급한다.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되며, 이번 물량은 3-2, 4-1/2, 6-1블록으로 업무시설 총 950실과 상업시설 총 238호가 먼저 분양에 나선다. 사업지가 위치하는 향동지구는 면적 117만8000㎡, 약 9000가구 규모로, 서울 은평구 수색동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 서울생활권으로 묶이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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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