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테마기획>봄을 찾는 사람들① 재기 노리는 거물급 정치인

“휴식은 끝났다” 여의도 점령 작전 ‘큐’



재보선 지역구 4곳 확정 … 선거법 위반 10곳 넘을 수도
박희태·손학규·정동영 ‘여의도 재입성 플랜’ 가동 중?
이재오 입각설·재보선 출마설 거론 ‘복귀는 당연한 수순’

“봄날을 찾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무난히 복귀할 수 있을까.”
최근 4월 재보선 열풍이 몰아치면서 원외에 있는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번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인물부재론’에 시달림에 따라 이들의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성공, 야당은 당내 입지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여야 된다는 것. 이 때문에 4월 재보선을 위해 거물급 인사들이 조심스레 ‘출사표’를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정치재개를 통해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전략 공천을 통해 여의도 재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수도권 지역의 경우 거물급 인사들 간의 ‘빅매치’까지 성사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 인사들도 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당내 분위기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 의사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의 첫 중간평가”라며 “여야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전략 공천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 부활 기지개 펴는 중
거물급, 재보선 출마설 솔솔

실제 4월 총선은 이명박 정부로선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자 2차 입법투쟁 성패가 달렸기 때문. 게다가 향후 정국 주도권 확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 당에선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물급 인사들의 정치재개는 당내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비쳐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의도 재입성’을 통한 정치복귀 노림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4월 재보선 일정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원외 여야 거물급 인사들은 대거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측근들을 통해 ‘복귀 군불때기’에 나선 형국이다.

현재까지 4월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총 4곳.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끝나면 많게는 10곳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천 부평을(구본철 한나라당 의원), 경북 경주(김일윤 무소속 의원), 전주 덕진(김세웅 민주당 의원), 전주 완산갑(이무영 무소속 의원) 등 지역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돼 4월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면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도 적잖다. 서울 금천(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경기 수원 장안(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경기 안산 상록을(홍장표 한나라당 의원), 경남 양산(허범도 한나라당 의원), 울산 북구(윤두환 한나라당 의원), 충북 진천 괴산 음성(김종률 민주당 의원), 강원 강릉(최욱철 무소속 의원) 등이 4월 재보선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출마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은평을(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은 10월에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4월 재보선 열기는 극에 달했다. 여야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지역에 조사단을 보내 분위기를 점검하는가 하면, 거물급 인사들 역시 표밭을 일구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역시 3월 귀국설이 가시화되면서 10월 재보선 가능성이 농후한 서울 은평을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정무장관’ 등 각종 입각설이 난무하고 있어, 정치재개를 위한 활발한 행보가 예상된다.

그러나 거물급 인사들이 넘어야 할 산은 멀고도 험하다. 4월 재보선 출마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은 반드시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재개는커녕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막후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 대표의 경우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4월 재보선 출마설이 회자되어 왔다.


박 대표는 원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거대여당의 수장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적잖은 마음고생도 있었다. 때문에 박 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4월 재보선에 출마해, 명예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을, 경남 양산 출마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물급 재보선 ‘빅매치’
넘어야 할 산 많다

여권 역시 박 대표가 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해 침체되어 있는 당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래야만 수도권 주변의 다른 재보선 지역에도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지역 출마를 권유하는 당내 여론이 상당하다.

반면 경남 양산에 출마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당 대표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 출마하면 공연한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여당 안팎에서는 ‘박희태 부평을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박 대표에 맞설 대항마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홍영표 민주당 당협위원장과 홍미영 전 의원이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당 대표가 나선다는 점에서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동영 전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박희태 대항마’로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다시 낙선할 경우 정치적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전주 덕진 출마설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당내에서는 인천 부평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주 덕진에 출마한다면 당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대권 꿈도 접어야 한다”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출마가 절대적이다”라고 귀띔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로 손꼽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4월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4월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측근 인사들에게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무작정 출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 행보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재보선 지역의 여론을 탐색해보자는 측근들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다.

손 전 대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4월 재보선 출마설은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속담처럼 출마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장안 출마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민주당이 인물 부재론을 심하게 겪고 있는 만큼 민주당 거물급 인사인 손 전 대표를 수도권으로 전진 배치시켜 여당의 거물급 인사와 빅 매치를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여권에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원 장안에 도전, 화려한 컴백을 시도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연초 개각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강재섭 총리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미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이 때문에 야당이 손 전 대표를 수원 장안에 출마시킬 경우 강 전 대표를 전략 공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여당의 중론이다. 결국 대구가 텃밭인 강 전 대표의 수원 장안 출마설이 불거지는 것은 ‘손학규 대항마’로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동교동계 핵심 인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기축년을 맞아 화려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에 전격 복당한 데 이어 전주 완산갑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출마는 주군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른바 ‘DJ 막후 역할론’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한 전 대표가 전주 완산갑에 출마, 승리를 쟁취한다면 한 전 대표와 DJ의 정치재개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봄날을 찾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이미 3월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거물급 인사 중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당내 권력구도 변화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활동 재개 여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귀국 후 휴식기를 가진 뒤 입각 또는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등을 통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이 1·19 개각 이후 청와대에 대한 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 친이계 권력투쟁 등으로 인해 ‘좌장’ 역할은 힘들다는 것. 따라서 ‘암중모색’ 후 정치재개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1·19 소폭 개각으로 6월경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됨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이 빠르면 6월을 기점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대한 정치포부 성사 여부
정치권 최대 관심사 급부상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 대신 재보선 출마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 아니면 할 게 없다. 따라서 10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은 3월 귀국을 기점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재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한 인사와 정치 재개를 ‘암중모색’하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기축년 새해를 맞이해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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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