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테마기획>봄을 찾는 사람들① 재기 노리는 거물급 정치인

“휴식은 끝났다” 여의도 점령 작전 ‘큐’



재보선 지역구 4곳 확정 … 선거법 위반 10곳 넘을 수도
박희태·손학규·정동영 ‘여의도 재입성 플랜’ 가동 중?
이재오 입각설·재보선 출마설 거론 ‘복귀는 당연한 수순’

“봄날을 찾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무난히 복귀할 수 있을까.”
최근 4월 재보선 열풍이 몰아치면서 원외에 있는 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복귀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번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인물부재론’에 시달림에 따라 이들의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여당은 이명박 정부 성공, 야당은 당내 입지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보여야 된다는 것. 이 때문에 4월 재보선을 위해 거물급 인사들이 조심스레 ‘출사표’를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정치재개를 통해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4월 재보선은 거물급 인사들이 전략 공천을 통해 여의도 재입성을 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수도권 지역의 경우 거물급 인사들 간의 ‘빅매치’까지 성사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 인사들도 이를 전면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당내 분위기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 의사가 중요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명박 정부의 첫 중간평가”라며 “여야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전략 공천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치 부활 기지개 펴는 중
거물급, 재보선 출마설 솔솔

실제 4월 총선은 이명박 정부로선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자 2차 입법투쟁 성패가 달렸기 때문. 게다가 향후 정국 주도권 확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각 당에선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거물급 인사들의 정치재개는 당내 ‘구심점’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비쳐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의도 재입성’을 통한 정치복귀 노림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4월 재보선 일정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원외 여야 거물급 인사들은 대거 ‘여의도 재입성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측근들을 통해 ‘복귀 군불때기’에 나선 형국이다.

현재까지 4월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총 4곳. 그러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끝나면 많게는 10곳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천 부평을(구본철 한나라당 의원), 경북 경주(김일윤 무소속 의원), 전주 덕진(김세웅 민주당 의원), 전주 완산갑(이무영 무소속 의원) 등 지역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돼 4월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반면 1·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도 적잖다. 서울 금천(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경기 수원 장안(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경기 안산 상록을(홍장표 한나라당 의원), 경남 양산(허범도 한나라당 의원), 울산 북구(윤두환 한나라당 의원), 충북 진천 괴산 음성(김종률 민주당 의원), 강원 강릉(최욱철 무소속 의원) 등이 4월 재보선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출마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 은평을(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은 10월에 재보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4월 재보선 열기는 극에 달했다. 여야에서는 벌써부터 해당 지역에 조사단을 보내 분위기를 점검하는가 하면, 거물급 인사들 역시 표밭을 일구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이목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역시 3월 귀국설이 가시화되면서 10월 재보선 가능성이 농후한 서울 은평을 출마설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정무장관’ 등 각종 입각설이 난무하고 있어, 정치재개를 위한 활발한 행보가 예상된다.

그러나 거물급 인사들이 넘어야 할 산은 멀고도 험하다. 4월 재보선 출마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은 반드시 승리를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재개는커녕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막후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 대표의 경우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4월 재보선 출마설이 회자되어 왔다.


박 대표는 원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거대여당의 수장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적잖은 마음고생도 있었다. 때문에 박 대표는 대표직을 걸고 4월 재보선에 출마해, 명예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을, 경남 양산 출마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물급 재보선 ‘빅매치’
넘어야 할 산 많다

여권 역시 박 대표가 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 부평을에 출마해 침체되어 있는 당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래야만 수도권 주변의 다른 재보선 지역에도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 지역 출마를 권유하는 당내 여론이 상당하다.

반면 경남 양산에 출마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당 대표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 출마하면 공연한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여당 안팎에서는 ‘박희태 부평을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박 대표에 맞설 대항마는 과연 누구일까.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홍영표 민주당 당협위원장과 홍미영 전 의원이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당 대표가 나선다는 점에서 거물급 인사를 전략공천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동영 전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이 ‘박희태 대항마’로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다시 낙선할 경우 정치적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전주 덕진 출마설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당내에서는 인천 부평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정 전 장관이 수도권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주 덕진에 출마한다면 당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대권 꿈도 접어야 한다”며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출마가 절대적이다”라고 귀띔했다.

야권의 거물급 인사로 손꼽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4월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4월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측근 인사들에게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무작정 출마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두문불출’ 행보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재보선 지역의 여론을 탐색해보자는 측근들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다.

손 전 대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4월 재보선 출마설은 좀처럼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속담처럼 출마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원 장안 출마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민주당이 인물 부재론을 심하게 겪고 있는 만큼 민주당 거물급 인사인 손 전 대표를 수도권으로 전진 배치시켜 여당의 거물급 인사와 빅 매치를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여권에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수원 장안에 도전, 화려한 컴백을 시도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연초 개각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강재섭 총리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미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이 때문에 야당이 손 전 대표를 수원 장안에 출마시킬 경우 강 전 대표를 전략 공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여당의 중론이다. 결국 대구가 텃밭인 강 전 대표의 수원 장안 출마설이 불거지는 것은 ‘손학규 대항마’로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동교동계 핵심 인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도 기축년을 맞아 화려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에 전격 복당한 데 이어 전주 완산갑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출마는 주군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른바 ‘DJ 막후 역할론’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한 전 대표가 전주 완산갑에 출마, 승리를 쟁취한다면 한 전 대표와 DJ의 정치재개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봄날을 찾는 사람들’ 중 하나다. 이미 3월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거물급 인사 중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당내 권력구도 변화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활동 재개 여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귀국 후 휴식기를 가진 뒤 입각 또는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등을 통해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실제 이 전 최고위원이 1·19 개각 이후 청와대에 대한 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갈등, 친이계 권력투쟁 등으로 인해 ‘좌장’ 역할은 힘들다는 것. 따라서 ‘암중모색’ 후 정치재개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1·19 소폭 개각으로 6월경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됨에 따라 이 전 최고위원이 빠르면 6월을 기점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대한 정치포부 성사 여부
정치권 최대 관심사 급부상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 대신 재보선 출마를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 아니면 할 게 없다. 따라서 10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이 전 최고위원은 3월 귀국을 기점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재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한 인사와 정치 재개를 ‘암중모색’하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기축년 새해를 맞이해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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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