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품은 노른자위는?

아파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눈길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오피스텔, 상가, 섹션 오피스(소형 오피스) 등이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대규모 개발호재를 갖춘 지역은 인구 유입, 집값 상승, 상권 활성화, 지역가치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를 동반한다. 개발에 따라 투자 및 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과 향후 미래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핑이나 문화, 여가 등을 누릴 수 있는 편의시설이 대거 늘어나 지역 내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많다.

인구 유입
집값 상승

개발호재 중에서도 가장 큰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 교통호재다. GTX나 신안산선, 경전철, 트램 등 새로운 노선이 개발되거나, 기존 노선 연장으로 역이 신설되거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게 된다.

대표적인 곳으로 서울 청량리역 일대가 있고, 지방에는 동대구역 일대가 있다. 먼저 2027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개통에 발맞춰 청량리역이 광역환승센터와 함께 수도권 광역교통 허브로 재탄생한다. 일대 환경개선 사업과 맞물려 혁신 일자리 창출 및 이와 연계된 주택도 공급될 계획이다.

청량리역은 현재도 수도권 전철 1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강릉선 등 간선 노선 6개 노선이 하루 819회 지나는 초역세권이다. 버스노선도 66개가 지나가 매일 철도 10만여명, 버스 4만여명 등 약 14만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역세권이다. 하지만 1호선 지하역과 다른 노선이 지나는 지상역이 분리돼 있고 버스환승센터도 별도로 있는 등 환승 동선이 매우 복잡해 불편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추진 중인 GTX-B·C노선이 완공되면 하루 이용자 6만명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시철도 면목선과 강북횡단선도 계획돼 있어, 기존 간선 철도역 역할을 넘어 통근 철도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허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체계적 환승체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청량리역을 동북권의 광역환승 거점으로 육성해, 신규 철도망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용자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구상을 마련할 방침이다. 모델은 서울 지하철 2호선과 31개 버스 정차장을 연계한 잠실역 광역환승센터다. 잠실역 광역환승센터에는 지하에 버스 회차가 가능한 터미널 개념의 버스-지하철 환승시설이 만들어져 환승 편의를 높였다. 

연이은 규제로 아파트 불확실성↑
핫플레이스 중심 수익형 인기 끌까

정부는 GTX-B·C, 강북횡단선, 면목선 등 청량리역 신설 노선과 버스 환승정류장 등 교통시설을 지하공간에 밀집 배치해, 신규 노선과 기존 교통수단 간 환승동선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특히 신규 노선 중 가장 빨리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GTX-C 노선의 개통 시기인 2027년에 맞춰 환승센터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신규 노선들이 개통하는 시기에 맞춰 단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GTX 개통, 복합환승센터 구축과 함께 본격적 재개발이 추진되면, 앞으로 청량리가 강북의 대표적인 중심지로 바뀔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음으로 동대구역 인근은 지난 2016년 복합환승센터 개관과 함께 신세계백화점, 현대시티아울렛 등 대규모 쇼핑시설도 함께 들어서면서 대구의 새로운 상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통 외 개발호재로 관광, 투자, 기업 및 기관 이전 등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기업 투자 ▲산업단지·테크노밸리 조성 ▲공공기관·대학교·대형병원 이전 ▲대형공원 조성 ▲관광지 개발 등이 있다. 


먼저 대기업 투자가 활발한 곳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관련 종사자들의 유입은 자연스레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풍부한 임대수요를 형성, 공실 위험 없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산업단지나 테크노밸리, 중심업무지구 등이 조성되며,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지역의 수익형 부동산이 역세권을 대신해 주목 받고 있다. 산업단지나 테크노밸리, 중심업무지구 내 오피스텔이나 생활숙박시설, 섹션 오피스 등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고 출·퇴근시간도 아낄 수 있어 임차인이나 기업체들의 선호도가 높다.

공공기관·대학교·대형병원 이전이 일어나는 곳은 공무원이나 대학교, 대형병원 근무자들을 배후수요로 보기 때문에 높은 미래가치와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으로 평가된다. 대형공원이나 관광지의 조성으로 주변의 고정 수요는 물론 관광객 수요까지 더해져 공실 우려가 적다. 사람들이 반나절 이상 관광지에 머무는 만큼 상가 이용 빈도도 높고, 씀씀이도 큰 편이다.

상권 활성화
지역가치 상승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아파트 규제의 풍선효과와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다만 교통 등 개발호재는 3승 법칙에 따라, 구체적인 사업기간과 사업규모 및 총사업 비용과 주요 노선을 고시하는 발표 단계를 비롯해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착공, 공사의 완료 단계인 준공 및 개통 단계가 있다는 점을 체크하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개발호재를 갖춘 서울 주요지역 수익형 부동산.
 

▲용산 더힐 센트럴파크뷰= ㈜원일개발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8-5번지 일원에 선보일 ‘용산 더힐센트럴파크뷰’1.5룸 및 투룸 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면적 21.53~33.65㎡ 규모, 총 133실의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대기업 투자
안정적 수익

지하철 남영역(1호선)과 삼각지역(4·6호선), 효창공원앞역(6호선·경의중앙선)을 도보로 2~1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한강대로, 마포대교, 올림픽대교, 원효대교를 통해 도심 및 수도권 어디든 빠르게 진·출입이 가능하다. 반경 3㎞ 이내에 용산구청·서부지방법원·삼성서울병원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대형병원을 비롯해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종합대학이 산재해 배후수요가 든든하다. 용산아이파크몰·이마트·신라면세점·롯데하이마트·용산전자상가·CGV·전쟁기념관·국립중앙박물관·남산도서관 등 쇼핑 및 문화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주거환경도 양호하다.

주변에는 대규모 개발호재도 상존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보다 더 유명한 명품공원으로 등장할 용산민족공원(2027년 완공 예정)을 조성 중이다. 이 중 리모델링이 끝난 일부 건물을 포함해 녹지 4만㎡를 내달부터 개방할 예정이다. 또 용산역~서울역 지하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용산역과 신사역간 신분당선(2027년 완공 예정) 연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2026년 개통예정)·B노선(2029년 개통예정) 신설 등 굵직한 사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분양 관계자는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할 수 있고, 교통요지에 풍부한 임대수요와 개발호재가 많아 적잖은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왕십리 지음재= ㈜도시공감이 도시형 생활주택 ‘왕십리 지음재’가 소형 오피스와 상가를 동시 분양 중이다. 대지면적 446㎡, 건축면적 240,11㎡에 지하 2층~지상 10층 총 63세대 규모다. 도시형 생활주택(지상 4~10층), 근린생활시설 3호(지하 1층~지상 1층), 업무시설 16호(지상 2~3층)로 지어진다. 

소형 주택 임대수요가 풍부한 성동구 도심권에서 직주근접 수요를 겨냥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생활 편의시설 접근이 용이하다. 업무지구인 종로, 을지로에 입점되어 있다. 인근에 교육시설 집중 및 중심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확보해, 인근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요자들 몰리고 있다

총 5개호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 대로변 초역세권에 위치하고 있다.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용산까지 15분, 분당선을 이용하면 수서역까지 20분대에 도착한다. 도로교통 여건도 수월해 내부순환로, 고산자로, 왕십리로 등 고속도로로 서울 주요부와 외곽으로 빠르게 이동 가능하다. 사업지 반경 2㎞ 거리에 한양대학교와 한양여자대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위치하고 있어, 1인가구의 소규모 주거시설 임대 수요층인 교직원과 학생의 배후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 

반경 500m 내에 성동구청이 위치해 구청 관련 종사자를 비롯하여 출퇴근 직장인의 수요도 확보할 수 있다.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도보 10분 거리인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대형마트, 영화관(CGV), 동대문패션타운, 엔터식스몰, 행당시장 등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하다. 왕십리역 민자 역사 내 대규모 상권이 형성돼 유동인구가 주중 평균 약 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쇼핑·문화 등 원스톱 생활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된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으로 아파트 1008세대를 배후로 두고 있는 상가는 7호선 신풍역과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등 역세권 입지를 갖췄다.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가 들어서며,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3승 법칙
불패 입증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인근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이 형성돼, 소비력이 높은 3040세대 젊은 층과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 초·중·고 등 학생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 신안산선(예정) 신풍역과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강남을 10분대에 닿을 수 있다. 해군회관 사거리 경전철(신림선)이 신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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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