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 상반기 방송계 결산

빈익빈 부익부 드라마
트로트에 쏠린 예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덧 2020년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한 코로나19로 생경한 한 해를 맞이한 2020년. 방송계 역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방송으로 여가를 달랬다. 방송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드라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예능은 트로트 쏠림 현상이 짙게 보였다. 
 

▲ (사진 왼쪽부터) JTBC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조선 <미스터트롯>

먼저 상반기 드라마계는 4월을 전후로 크게 나뉜다. 4월 이전에는 시청률 20%를 넘거나 육박하는 작품이 대거 나왔다. 파죽지세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각 방송사는 수작을 내놨다. 그 가운데 SBS와 JTBC, tvN이 두각을 나타냈고, MBC와 KBS는 인기작품 하나 건지지 못했다. 반면 4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모든 방송사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관심작은 단연 JTBC <부부의 세계>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의 밀도 높은 이야기와 예기치 못한 반전이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신드롬 일으킨
JTBC 함박웃음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 한소희,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심은우, 이학주 등 극한의 스토리 속에서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한 출연 배우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1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28.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신드롬급 사랑을 받은 <부부의 세계>는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등의 명대사들이 각종 온라인서 패러디 되며 2차 콘텐츠가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배우 박서준과 김다미, 권나라 등이 출연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청년 창업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복잡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16.5%의 시청률을 기록,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뭉쳐 최고의 음식점을 만드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각 인물 간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SBS 내놓은
잇단 수작들

비록 최고의 왕좌 자리는 JTBC의 <부부의 세계>에 내줬지만, 전체적인 성과로 치자면 SBS가 더욱 빛났던 기간이었다.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로서는 기념비적인 인기를 누린 <스토브리그>, 김혜수와 주지훈이 열연한 <하이에나> 등이 올해 SBS가 내놓은 작품이다.

지방에 있는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 <낭만닥터 김사부2>는 한석규를 비롯해 안효섭, 이성경, 소주연, 윤나무 등 신구조화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7.1%라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어내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JTBC ‘한 방’ SBS ‘두각’ tvN ‘체면치레’
10% 시청률 하나 없는 KBS·MBC 울상

남궁민 주연의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비시즌, 프런트의 브레인 싸움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많은 양의 취재를 바탕으로 매우 뛰어난 디테일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인 ‘백승수’ 역의 남궁민을 비롯해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등 다수의 배우가 조명됐다. 19.1%의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변호사들의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하이에나>는 김혜수의 막강한 걸크러시와 주지훈의 강렬한 연기에 힘입어 14.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는 장르물 특성의 높은 진입장벽을 깨며 1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구성과 대본을 선보인 수작으로 기억된다. 

두 히트작
tvN 턱걸이

드라마 명가로 부상했던 tvN은 올해 그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작품 대부분이 5% 이하의 시청률을 내놨으며, 화제를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손예진과 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21.7%로 tvN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사랑의 불시착>은 멜로물의 전형적인 구도였음에도 손예진, 현빈을 비롯한 출연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묘사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일본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호 사단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힐링 드라마의 매력을 선보였다. ‘99즈’로 불리는 전미도, 조정석, 유연석, 김대명, 정경호를 비롯해 신현빈, 정문성, 김준한, 안은진 등 조연배우들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시즌제를 선포한 이 드라마는 14.1%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시즌2·3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tvN 반의반, 하트시그널, 어서와, 부러우면 지는거다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집필한 <방법>도 장르물치고는 높은 성적인 6%를 기록했다. 워낙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기 작품이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반대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도 많았다. 특히 <더킹:영원한 군주>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이었으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8.1%로 종영했다. 과도한 PPL,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어려운 스토리, 복잡한 1인2역 등의 지적을 받았다. 

SBS의 <굿캐스팅> 역시 12.3%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다 8.0%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회는 9.8%로 마무리하면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그나마 거론된 작품은 나름의 인기를 얻은 편이다.

소리 없이 사라진 드라마들
국내 예능은 하향평준화 중?

KBS2 <어서와>, MBC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0시를 향하여> 등은 1∼3% 시청률에 허덕였다. tvN <반의 반>도 1∼2%의 시청률 난조에 허덕이다 조기에 종영했으며, 채널A <터치>, MBN <유별나!문셰프>는 0%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 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tvN <가족입니다> <오 마이 베이비>, JTBC <쌍갑포차> <야식남녀>, KBS2 <영혼수선공> 등이 5% 이하의 낮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 <꼰대인턴>만이 그나마 6% 시청률로 선전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많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작가진은 물론 스태프 역시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여러 방면서 콘텐츠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게 현 드라마 시장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예능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오디션이나 공개 무대 예능은 무관객 녹화로 진행됐다. 해외 촬영이 필수였던 여행 예능은 국내로 방향을 틀거나 새 판을 짜는 데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촬영이 손쉬운 관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신선한 새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가에 부는
트로트 광풍

코로나19 여파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빈틈을 트로트가 꿰차고 들어왔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이 그 중심이다. 


2020년 상반기 예능에 있어 <미스터트롯>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TOP7에 오른 출연자들은 TV조선을 넘어 각 방송사의 패널로 출연하며, 평균 시청률의 2배를 얻어내는 등 시청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작한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이란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했다. 각종 콘텐츠 영향력평가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을 향한 인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임영웅뿐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의 스타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 ▲▲ tvN <삼시세끼> 어촌편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하는 <뽕숭아학당>을 스핀오프로 즉각 편성했다. <사랑의 콜센타>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뽕숭아학당>도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트로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트로트와 관련된 음악 예능을 내세웠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트로트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런칭했고, MBC <편애중계>는 트로트 미니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가제)도 편성했으며, KBS2는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했다. SBS플러스는 기성 인기 가수들의 트로트 도전기를 그린 <내게ON트롯>을, MBN은 <보이스트롯>을 제작했다.

하지만 TV조선의 출연자들이 나오지 않는 트로트 방송은 기대만큼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소모적이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
스타PD의 선전

요즘 예능계에선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예능 프로그램이 흔치 않다. 새롭게 론칭한 예능은 많지만 그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스타 PD인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꾸준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효리와 비가 합세한 혼성그룹 아이템이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효리의 막강한 입담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능 토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나 PD의 <삼시세끼:어촌편5> 역시 편안한 힐링 예능의 매력을 톡톡히 보이며 1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장수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선전한 2020년 상반기이기도 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SBS <런닝맨> <동물농장> <미운우리새끼>, KBS2 <1박2일 시즌4>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두각을 나타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보수적 환경 낡은 콘텐츠
새로운 형태의 전환 필요

시청률 집계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중 지상파 주간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은 <트롯신이 떴다>가 유일하다.

케이블의 경우 <삼시세끼:어촌편5>를 제외하곤, 3.3%의 <바퀴 달린 집>이 그나마 선전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분야는 TV조선의 트로트 예능을 제외하고는 두각을 나타내는 새 예능이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기존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예능계의 가장 핫 이슈는 KBS2 <개그콘서트>의 잠정 중단이다.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26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방송 중단은 ‘사실상 폐지’로 향한다는 게 중론이다.

리얼리즘이 강조되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현실서, 콩트와 연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공개 코미디의 매력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보수적인 제작환경의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낡은 콘텐츠로 전락시켰다.
 

▲ ▲▲ KBS2TV 장수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겨우 1∼2%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공개코미디 형태를 갖추는가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관객 녹화가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스타 발굴도 딱히 보이지 않아 <코미디 빅리그>의 미래도 밝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효율을 보인 관찰예능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워낙 많은 관찰예능이 쏟아져 나와 지겹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SBS <미운우리새끼>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BC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제외하면 5%를 넘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지겨워진  예능

특히 일반인을 활용한 관찰예능은 끊임없이 과거사 논란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 채널A <하트시그널3>가 대표적인 예다.

관찰예능은 사람들의 리얼한 면을 지켜본다는 측면서 오랫 동안 방송가의 먹거리였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왔고, 리얼리즘을 표방한 짜여진 연출도 드러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찰예능을 너무 우려먹었다. 소재만 조금 바뀐 형태의 관찰예능이 너무 많아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다. 이제는 방송계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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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