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민 상간녀’ 한소희가 직접 밝힌 ‘부부의 세계’ 후일담

“결혼? 안 했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드디어 JTBC <부부의 세계>가 끝났다. 시청자마저 감정 소모를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불린 이 드라마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28.3%)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러 스타가 조명된 가운데, 가장 화제의 인물은 ‘국민 상간녀’의 닉네임을 획득한 배우 한소희다. 욕하지 않을 수 없는 불륜녀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엄청난 사랑과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다경을 버리는 게 숙제”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 배우 한소희 ⓒJTBC

배우 한소희가 <부부의 세계>서 맡은 ‘여다경’의 4년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남부러울 것 없는 부모의 재력 안에서 호위호식하며 자랐을 뿐 아니라, 미모와 교양도 갖췄다. 그야말로 ‘엄친딸’에 해당하는 그가 유부남 ‘이태오’(박해준 분)를 사랑한다.

악역?
호감도↑

남의 남자를 뺏는 것도 모자라, 내연남 아내 ‘지선우’(김희해 분)의 직장에 찾아가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자신의 치부를 들춰냈다고 뒤통수를 후린다. 온갖 불명예를 뒤집어쓰면서까지 내연남과 결혼하고, 살던 동네를 떠난다. 그러더니 무슨 연유인지 모르게 다시 돌아와 지선우를 이기려고 덤벼든다.

온갖 못된 짓에 술수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사랑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이태오에게 있어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뒤 이혼한다. 그리고 이태오 사이서 낳은 딸 ‘제니’는 이제 혼자 키워야 하는 신세가 된다. 

20대 여성으로서 쉽게 겪을 수 없는 파도같은 인생을 배우 한소희가 감당했다. 이 작품전까지만 해도 한소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국민  상간녀’라 불릴 정도로 그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악역을 맡았음에도 좋은 연기력 덕에 호감도 많이 얻었다.


하루아침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 한소희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라며 크게 인사하는 한소희는 여다경과는 달리 소탈했다. 울산 출신이라 그런지, 집중하는 순간 사투리 억양도 곧잘 튀어나오는 그였다. 여다경과는 다른 수더분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럼에도 수개월간 여다경을 표현한 한소희는 아직 캐릭터를 털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는 내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직 떠나보내기가 싫다. 마음이 이상하기도 하고. ‘처음 촬영으로 돌아갈래?’라고 물으면 돌아갈 것 같다. 애착이 남아 있다. 이제 여다경이 자연스러워졌는데, 끝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

<부부의 세계>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 중 하나가 “여다경은 왜 이태오를 좋아하는가?”였다. 유부남을 거둬줄 정도로 여다경은 이렇다 할 부족함이 없었다. 환경은 물론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독차지한 그다. 딱히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지질하고 못난, 심지어 성공한 적조차 없는 이태오를 사랑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애착 큰 명작 드라마…아쉬움만 남아”
“김희애는 지선우 그 자체, 무력감 느껴”

“사실 나도 이해가 안 됐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게 있다. 다경이 금수저 집안에 태어났음에도, 하고 싶었던 게 없었을 것이다. 인생에 열정이 있지는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예술에 대한 열정만 갖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다경의 눈에는 태오가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그런 열정이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태오가 아내한테 빌붙어먹고 사는 인생은 맞지만, 다경에게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유부남 이태오를 사랑한 게 아니라 사랑한 이태오가 유부남이었다는 식으로 생각을 전환했다. 그리고 박해준 선배님이 찐으로 잘 생기셨다. 사랑, 가능하다.”


<부부의 세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여다경과 이태오의 불륜 사실을 지선우가 알고 폭로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결혼한 이태오와 여다경이 다시 고산으로 돌아올 때부터 시작된다. 태오·선우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과 고산 인맥 간의 복잡한 관계, 여다경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등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가 혼란 양상을 띤다. 또 하나의 질문, 여다경은 왜 지선우를 이기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 열연 중인 배우 한소희 ⓒJTBC

“선우와 다경 사이엔 묘한 동질감이 있다. 아마 2년 후에 태오에게는 선우의 존재가 남아 있었겠지만, 다경은 선우를 배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선우가 ‘이태오 믿지 마’라고 하는 부분부터 충격을 받는다. 사실 고산에 와서 선우를 의식한 순간부터 다경이 진 것이다. 다경은 태오와의 관계가 단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우가 건드릴 때마다 흔들린다. 내 가정을 지키고 싶은 다경이지만, 현실서 보이는 강력한 불안 때문에 선우를 이기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여다경과 지선우가 맞부딪히는 장면 중에는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초반부 서스펜스 가득한 진료실 시퀀스, 6화 지선우가 모든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 후반부 지선우로부터 자신이 지선우의 대용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분 등이 <부부의 세계>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한소희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6화였다. 

선우와 다경 
묘한 동질감

“아침부터 토할 것 같았다. 원작에선 머리통을 깨버리더라. 어설프게 때리기도, 세게 때리기도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김희애 선배님을 그렇게 때리나. 상황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그날 리허설하는데, 연출부 스태프가 김희애 선생님 대역을 했다. 한 번 세게 쳐보라고 해서 쳤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너무 아프게 때렸다. 그때부터 머리가 하얘졌다. 혹시 실수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시종일관 지선우의 안타고니스트였던 여다경을 연기한 한소희는 김희애를 극찬했다. 언제나 지선우의 모습으로 촬영장에 도착하는 점이 늘 경이로웠다고 했다. 덕분에 촬영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한소희가 지선우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것이다. 

“김희애 선배님은 늘 지선우로 오셨다. 현장서도 저와 해준 선배님과 거리를 뒀다.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였다. 나 같은 신인은 쉽게 집중하기 힘든데, 덕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선배의 모습에 감동했다. 그러다가 중반부에 지선우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선배님의 눈을 봤는데 너무 불쌍하더라. 맞상대를 해야 하는데, 혼자 울컥해버렸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상황서 여다경을 연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사투였다고 할만한 <부부의 세계>를 통해 결국 한소희에게 돌아간 건 찬사였다. 역할이 가진 그릇된 행동 때문에 욕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연기를 잘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초반부에 언뜻 보였던 부자연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다경의 얼굴만 남았다.

“배움이 크니 박탈감도 컸던 것 같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따라갈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예를 들어, 나는 슬픔을 두 갈래로만 표현 가능한데, 선배님들은 여러 갈래로 표현을 하더라. 무기력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다면 ‘여다경을 놓지 않은 것’은 기특하다. 왜 태오를 사랑했으며, 왜 지선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가 등 이해 못할 상황을 던져두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잘 한 것 같다.”

후반부까지 욕만 먹던 다경에게 반전이 일어난다. 다경이 사용했던 화장품과 의상, 속옷, 심지어 웨딩드레스까지, 모든 것이 선우가 사용했던 것과 일치했다. 그저 다경은 선우의 대용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선우가 이 사실을 정확히 알려준다.
 

▲ ▲배우 한소희 ⓒ아토엔터테인먼트

다경이 받았을 충격은 곧 벌이었다. 시청자들은 벌을 받은 다경 역시 피해자라고 인지한다. 다경을 향한 좋지 않았던 인식은 이 장면 이후 가라앉는다.

“촬영하면서도 의상이나 이런 것들을 선우의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보니까 너무 비슷했고, 그 충격에 집중하기 편했던 것 같다. 선우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태오를 붙잡으려 하지만, 다경은 감정적인 것 같다. 바로 이혼하지 않나. 그것만으로 다경이 벌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다경이 더 망가져야 한다고 하시더라.”


“당분간 남자에
감정 안 들 것”

모든 파도가 끝난 뒤 다경은 도서관서 공부를 한다. 그런 다경에게 한 남자가 커피를 주며 다가온다. 그것을 명확히 무시한 뒤 애매한 웃음으로 사라지는 게 이 작품서 비치는 다경의 마지막 모습이다. 

“사실 다경은 이제부터가 지옥이다. 혼자 아이를 스스로 키우면서 살아야 한다. 아마 남자는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못 믿지 않겠나.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 당분간 남자한테는 아무 감정도 안 들 것 같다. 아마 백전노장이 이등병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남자와 그저 귀여웠을 것 같다. 잘 되긴 힘들 것 같다.”

<부부의 세계>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불륜극이 이 정도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30%에 육박하는 최고시청률은 평일 밤 미니시리즈에선 쉽지 않은 대기록이다. 한소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연령대서만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대까지 이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촬영장서 이 드라마가 더 역대급으로 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아떨어지는 기분을 받았다. 모두가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느낌, 일하러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몰입하고 있었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집중했다. 보통 감정신이 끝나면 ‘컷’하고 다들 제 할 일을 하는데, 그 신의 분량을 다 찍어도 카메라 감독님도 계속 카메라를 주시하시고, 배우들도 감정을 유지한다.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돈 때문에 혹은, 유명해지고자 배우를 시작한 게 아니다. 미술 분야서 업무하다 우연히 경험한 광고촬영을 통해 꿈을 발견했다. 그리고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 <돈꽃> <백일의 낭군님> 등 다양한 작품서 조금씩 얼굴을 비췄다. 그러다 <부부의 세계>로 의도와 상관없이 핫한 셀럽이 됐다.

“이 일을 시작으로 꿈이라는 게 생겼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됐다. 이제는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싶다. 성공은 아마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기초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흉내를 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인물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기초적인 부분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 비혼주의자 됐다”
“큰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

극 초반, 한소희에게 불현듯 논란이 찾아온다. 과거 흡연과 타투를 한 모습이 공개된 것. 일각에선 이를 두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반대로 ‘이게 무엇이 문제’냐며 옹호하는 세력도 있었다. 작품에 몰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뜻밖의 논란은 타격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에 ‘아 이런 모습도 회자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직업을 쟁취히기 위해 좀 달라져야 할 필요는 있겠다고 느꼈다. 누군가가 잠을 포기하는 것처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을 거친 여다경과 한소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여다경에게 한소희는 얼마나 녹아있는지 물어봤다. 

“감정적인 부분은 나와 다경이 비슷한 것 같다. 다경 입장에선 사랑 하나만 보고 가정을 꾸렸다. 사랑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비혼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이태오와 손재혁 같은 남자를 만나느니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결심을 한 여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소희도 비혼주의자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막장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고, 예림(박선영 분)과 재혁(김영민 분)처럼 불신과 의심 때문에 사랑이 깨지기도 한다. 비혼주의자인 설명숙(채국희 분) 역시 부조리하다. 나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

“사랑만 보고 결혼한다고 하는데, 사랑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사랑한다고 신뢰가 쌓이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랑이 영원할 수도 없고. 만약 선우 같은 일이 내게 벌어지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무책임한 태오를 보면서, 이건 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니 같은 아이를 둔 친구들이 있는데,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나도 최대한 미룰 계획이다.”

혼자가
낫겠다

<부부의 세계>를 막 끝낸 그는 허탈감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법. 그의 1차 숙제는 ‘여다경 버리기’다. “제 일상을 빨리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여다경 버리기가 첫 번째 숙제다. 내 몸에 있는 여다경을 빨리 빼야 될 것 같다. 대중의 눈에서 어느정도는 잊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다경을 버리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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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