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만드는 ‘대중의 조롱’ 

대중문화 ‘밈’의 시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과거에는 TV가 이슈를 선도했다. 방송에 등장한 것이 대중에게 스며드는 형태였다. 각 분야의 트렌드는 주로 방송이 선도했다. 최근 그 패러다임이 바뀌는 모양새다. 대중이 문화를 만들면 방송이나 콘텐츠 산업이 이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특히 밈(Meme) 현상서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누군가의 특별한 행동을 따라 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의 문화 유전 형태를 일컫는 밈은 국내 대중문화서 빼놓을 수 없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 ▲ⓒ뉴시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홍진호의 게시 글에는 특별한 현상이 있다. 같은 문장의 댓글이 꼭 두 개씩 달린다는 것이다. 우승은 몇 차례 되지 않지만, 준우승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거둔 그는 숫자 2와 인연이 깊다. 이를 이해하고 있는 팬들은 홍진호의 글에 자연스럽게 댓글을 두 개씩 단다. 암묵적인 불문율이다. 심지어 숱한 준우승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다는 글에도 댓글은 두 개씩 달린다. 

특별한 현상

2009년 개봉 영화 <그림자 살인>서 황정민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은 홍진호. 이런 연유로  많은 게임 팬들이 이 영화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별점을 1∼2점을 줬던 경우도 있었다. 당시 이 영화의 관계자들은 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 ‘별점 테러’로 혼동하기도 했었다. 이 역시도 밈(Meme) 현상 중 하나로 해석된다. 

밈 현상은 이른바 ‘탑골 문화’가 발달하면서 두드러졌다. SBS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과거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SBS <인기가요>를 내보내면서 시작됐다. 10대들은 당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중가요를 보면서 신조어를 쏟아냈다.

그 과정서 ‘탑골 GD’로 거론된 양준일은 JTBC <슈가맨3>를 통해 50대에 전성기를 맞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서도 이러한 현상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민예극단 출신 배우 김영철이 SBS <야인시대>에서 선보인 ‘4딸라’ 짤방(사진)은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생산됐다. <야인시대>를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은 김영철이라는 이름 대신 ‘4딸라 아저씨’로 그를 반겼고, 급기야 김영철은 버거킹 CF를 포함해 10여개의 브랜드 광고 모델이 됐다.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을 연기한 김응수도 밈 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묻고 더블로 가”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의 명대사를 남긴 곽철용은 어마어마한 패러디를 생산했다. 버전도 상당히 많다. 최근에는 치킨과 피자 버전도 나왔다. 김응수는 본명 대신 ‘아이언 드래곤’으로 불렸으며, 한 네티즌은 곽철용의 얼굴이 담아 영화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작품으로만 주로 활동하던 김응수는 덕분에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엄청난 인터뷰와 광고 요청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거 SBS <순풍산부인과> 내용 중 43일간의 여름방학 일기를 미룬 미달(김성은 분)의 숙제를 대신 해치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박미선이 남긴 “스토리는 내가 짤게, 글씨는 누가 쓸래?”라는 대사가 “OO은 내가 할게, XX는 누가 할래”로 변형돼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는 ‘월급은 내가 받을게. 회사는 누가 갈래?’ ‘술은 내가 마실게. 술값은 누가 낼래?’ 등으로 패러디되며 큰 웃음을 안기고 있다. 

밈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확장됐다. 일본 환경상(환경부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그 인물이다.

“기후변화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한다”는 말을 남겨 ‘펀쿨섹좌’로도 불리는 그는 매우 당연한 말을 하는 화법으로 국내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국내 넘어 해외로, 밈이 만든 스타들 
“비가 뜬 이유? 수용할 줄 아는 태도”


“매일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건 매일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와 같은 발언을 일삼는다. 동어반복, 논점이탈, 순환 논법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서도 멍청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밈은 본래 학술적 용어다. 1976년에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서 처음 등장했다. 문화적 양식, 관습, 건축, 종교 등 인류가 축적해온 수많은 문화유산은 대부분 누군가 한가지를 모방하고 복제하며 전달됐는데, 이때 그 모방이나 복제 거리가 되는 문화 단위들이 바로 밈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 유전 형태에 조롱의 성격이 강해졌다. 특히 탈권위를 넘어 ‘탈가식’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식적이거나 허세가 섞인 행동은 곧바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 조롱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은 비다. 
 

▲ ▲▲ 배우 김응수 ⓒ온라인 커뮤니티

한때는 노력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그는 최근 온라인서 가장 핫한 스타다. 과거 한류스타로 불릴 때만 하더라도 이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음반마저 거듭 실패한 그에게 대중의 관심은 특별한 상황이 됐다. 온라인서 소환되는 비는 조롱 그 자체였다. 

약 150억원이 투입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눈뜨고는 봐줄 수 없는 정도의 완성도로 희화화됐고, 이 영화가 기록한 17만 관객은 1UBD(엄복동의 약어)로 표현되며 하나의 단위가 됐다. 이 역시 놀림 요소가 강하다. 아울러 영화를 홍보하는 과정서 비가 ‘술 한 잔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운을 뗀 SNS 글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후 MBC 드라마 <웰컴투라이프2>도 실패하면서 비의 이미지는 급락했다. 

그런 가운데 허세 가득한 가사와 다소 예스러운 퍼포먼스로 채워진 노래 ‘깡’이 조명됐다. 유튜브 채널 ‘호박전시현’에 처음 올라온 비의 ‘깡’ 뮤직비디오 패러디가 급작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이제는 ‘1일1깡’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너도 나도 ‘깡’ 뮤직비디오를 올리거나 보고 있다. ‘호박전시현’에 올라온 ‘깡’ 영상은 250만 조회수를 넘기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비에 대한 관심을 포착한 MBC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로 불러 ‘깡’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매우 쿨한 태도로 밈 현상을 수용한 비의 모습에 대중은 더욱 뜨겁게 열광했다.

비의 10년 팬이 올린 상소 ‘시무 20조’와 ‘깡’ 등 비와 관련한 논란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놀면 뭐하니?>는 인터넷을 잠식했다. 조롱의 대상이기만 했던 비는 놀라운 자기관리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10대 팬들에게 선한 자극을 남겼다. 

이렇듯 이슈의 주도권은 대중에게 넘어왔다. 온라인서 화제가 되면 방송이 뒤따라가는 형태다. 대중에게서 회자된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등장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조롱의 성격이 강해지긴 했지만, 꼭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조롱에는 일종의 호감도 내포돼있기 때문이다.

이슈의 주도권


누군가를 놀린다는 건 꼭 밉지만은 않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대중이 N번방 가해자들을 따라하거나 조롱하지는 않는 이유는 이들을 조금도 좋게 볼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서 대중의 조롱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면, 비의 경우처럼 엄청난 사랑을 받을 기회로 이어진다. ‘인싸의 교과서’로 불리는 밈 현상의 수혜자는 누구에게로 넘어갈까. 대중 문화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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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