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폐지’ <개그콘서트> 몰락한 이유

웃기지 않은 재미없는 개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무려 21년간 국민과 일요일 밤을 함께했던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잡지 못하고 있는 <개콘>이 휴식기를 갖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콘>의 몰락은 한국 코미디의 위기를 의미한다.
 

▲ KBS 개그콘서트 ⓒKBS

지난 14일 KBS는 KBS2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갖는다고 알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개콘>은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수많은 예능 스타를 배출했다. 수많은 유행어는 물론 시대를 통찰하는 풍자 등 코미디 트렌드를 선도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한 없는 휴식기에 접어든다. 

끝난 황금기

1000회를 맞이한 지난해 5월 이전부터 <개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성대모사했을 때 무려 49.8%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평균 30%에 육박하던 <개콘> 시청률은 어느덧 10% 이하로 떨어졌다. 

새로운 코너가 나올 때마다 온라인을 휩쓸었던 화제성도 언제부턴가 유튜브에 밀리게 됐다. 최근에는 사회에서 황당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에나 ‘<개콘>이 재미없는 이유’라는 우스개로 언급될 뿐이었다. 위기론이 크게 불거졌던 지난해 5월, 황금기를 이끈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추억의 개그를 선보였다.

1000회는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그 이후 추락 폭은 더욱 커졌고, 올해의 경우 시청률 2%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개그맨들 역시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코미디의 상징과도 같은 <개콘>의 몰락이 씁쓸하기는 하나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콘>의 ‘달인’ 등에서 활약한 노우진은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노우진TV’서 “<개콘> 폐지설이 나왔는데 조금 씁쓸하다. 저뿐 아니라 MBC, SBS 공채 개그맨들도 같은 생각이 들 것”이라며 “더 씁쓸한 건 ‘<개콘>이 왜 없어져?’라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개콘>이 재미가 없다. 이건 누구나 공감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개콘>은 왜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됐을까. 그 배경 중 하나로 시대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웃음으로 받아들여졌던 외모 비하, 가학성, 인권 비하적인 소재에 대한 비판적인 시민의식이 높아진 탓이다. 재밌자고 한 무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늘어났고, 자극적인 소재를 피하다 보니 재미마저 잃게 됐다. 

원종재 PD는 1000회 특집 기자회견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했던 코미디 소재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재밌자고 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더는 하면 안 된다. 자극적인 소재로 코미디를 할 수 없어서 더 힘들어진 건 맞다”고 밝혔다. 

신봉선도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있었을 때보다 제약이 많아졌더라. 불과 10년 전에 했던 코너를 지금 무대에 못 올린다. 그런데 후배들이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주일 내내 쳇바퀴 돌듯 열심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변화하는 시대 공개 코미디의 한계
세대교체 실패 웃기는 스타가 없다 

과거 황현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남성보장인권위원회’, 박영진과 김영희의 ‘두분토론’ 등의 코너는 현시대에는 감히 꺼내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박준형과 정종철, 오지헌이 못생긴 표정으로 웃고만 있었던 ‘사랑의 가족’도 가학적이라는 측면서 쉽게 손댈 수 없다.


‘민상토론’  ‘대통형’ 등 과거 정치권과 기득권을 향해 예리하게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프로그램도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다. 최근 <개콘>은 손발이 묶인 채 무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직감적으로 웃기는 개그 코너보다 이야기와 연기를 바탕으로 하는 코너가 늘어났다. 

이는 재미의 부재로 이어졌다. 개그맨들의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졌던 아이디어의 권한은 작가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황현희는 오래전 팟캐스트 ‘썰빵’서 “후배들이 새로운 개그를 짜기보다는 연기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짜기보다는 작가진이 써준 대본에만 의지하더라. 그러니 재미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 장수 코너로 인기를 얻었던 KBS &lt;개그콘서트&gt; 달인

선배인 황현희의 일침이 매우 적절하긴 하나, 선정적인 내용이 조금만 포함돼도 집중포화를 맞았던 당시 현실을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분석된다.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온 것이 유튜브다. 욕설은 물론 적나라한 실제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유튜브 방송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진짜 자극적이고 사실적인 웃음이 유튜브서 표출되고 있다. 그러면서 연기와 설정 위주의 <개콘>은 유튜브 콘텐츠가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 동력을 잃어갔다. 공개 코미디의 한계라는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대 개그가 요새 시대에는 안 맞는 부분이 실제로 많다. <개콘>이 어떻게든 명맥을 이어보려 했지만, 이 상황으로 유지하는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개콘>서 인기를 얻은 선배 개그맨들이 줄줄이 유튜브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면서 스타의 부재가 있다. 과거 <개콘>은 신구 조화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선배 개그맨의 계보가 끊기면서 세대교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스타 탄생의 명맥이 끊겼고, 이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최근 <개콘>을 통해 인기를 끈 개그맨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과거 김대희·김준호·유세윤·김준현·장동민·신봉선·안영미·강유미·황현희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개콘>이 등용문의 역할을 하지 못한 지는 오래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예능인들도 변화해야 한다. 제작자로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변화와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비록 코미디계가 타격을 입겠지만,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서 종영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냉정하게 폐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수백명 희극인의 일자리를 책임졌던 <개콘>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연계 형편도 좋지 않아 근심은 커질 전망이다.

각자도생

그럼에도 <개콘>이 폐지 수순을 밟는 마당에 개그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대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시대의 문물일 수 있는 <개콘>에 기대는 것을 벗어나, 개그맨 개개인이 각자도생할 수 있는 치열함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한 개그맨은 “<개콘>의 폐지로 인해 개그맨들이 혼돈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위기가 위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편으로는 사회, 트렌드의 변화에 맞게 우리 역시 변해야 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유병재나 송은이 선배가 보인 행보처럼 다양한 영역으로 변모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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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