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신원호 사단의 용인술

‘누구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스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승승장구한 신원호 사단이 다시 그 능력을 입증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다. 병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듯, 희노애락 인생사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율제병원 5인 중 홍일점 전미도를 향한 호평이 뜨겁다. 아울러 신현빈, 곽선영, 안은진, 정문성 등 조연급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진다. 신원호 사단이 또 한 번 스타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 신원호 ⓒ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이 뮤지컬 배우 전미도를 캐스팅한다고 알렸을 때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이제껏 수많은 배우들을 스타덤에 올린 신원호 사단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촬영 전부터 기대감은 높았다. 

독보적 재능

그리고 지난 3월 첫 방송 이후 전미도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신원호 사단이 캐스팅 영역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전미도가 연기하는 채송화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업무처리 능력만큼은 누구보다도 확실하며, 의사로서 투철한 사명감에 환자들을 애틋하게 대하는 따뜻한 공감 능력도 지녔다. 또한 후배들이 봤을 때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 일에 책임감이 있다. 누구나 만나길 바라는 이상적인 의사 선생님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양석형(김대명 분)에게는 큰 누나처럼, 까탈스러운 김준완(정경호 분)에게는 동성 친구 또는 형제애를 보인다. 이익준(조정석 분)과는 애틋한 러브 라인이 슬며시 보이며, 선한 안정원(유연석 분)에게는 인간적이다. 


전미도는 상대에 따라 변화하는 애티튜드를 채송화답게 표현한다. 환자든 제자이든, 혹은 자신에게 연정을 품은 사람이든, 제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친구들, 그 모두를 막론하고 그들을 대하는 데 조금도 어색함이 없다. 괄괄하면서도 어른스럽고, 다정다감하면서도 거절을 할 때는 정중하고 정확하게 선을 긋는다. 

비록 실력이 부족해도 밴드 보컬을 자처하고, 교회서 춤을 추는 것도 거리낌이 없다. 시간이 나면 홀로 캠핑을 즐기는 여유도 있고, 몸이 꽤 좋지 않음에도 친구들이 걱정할까, 의존하지도 않는다.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방송 경험이라고는 유일하게 tvN 드라마 <마더>에 출연한 것이 전부인 전미도는 시대에 부합하는 여성상인 채송화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 중이다.

당초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전미도와 미팅을 했고, 첫 대사를 읊는 순간 전미도에게 빠져들었다. 거기에 일면식도 없는 조정석과 유연석이 추천하면서 캐스팅이 성사된 것. 대중적 인지도를 의식하지 않고, 실험적인 캐스팅을 지향해온 신원호 사단이 이룬 또 하나의 결실이다.

전미도만이 아니다. 신원호 사단은 새로운 얼굴을 대량 발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작품서 활동 중인 신현빈과 SBS 드라마 <VIP>에 출연한 곽선영, 신예 뮤지컬 배우 안은진, tvN <방법>의 정문성, <나랏말싸미>의 김준한 등 곳곳서 실력을 발휘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 안은진과 전미도 ⓒtvN

퇴폐미의 매력을 드러낸 신현빈은 장겨울을 통해 ‘모태솔로’의 이미지를, <방법>서 진지한 경찰이었던 정문성은 도재학을 통해 깃털같이 가벼운 인성을, 곽선영은 이익순을 통해 터프함과 사랑스러움을, 안은진은 추민하를 통해 글로 배운 화장을, 김준한은 안치홍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남겨줬다.

작은 배역 한 명도 장치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휴머니즘을 부여한다. 제작진의 배려가 작품 내에서 드러난다. 


전미도부터 안은진까지…수십명 발굴
캐릭터 맞는 외형·연기·인성이면 OK

그런 덕분일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조합은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97> 이후 세 번의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들이 손닿은 곳에 실패는 없었다. 

신원호 사단이 지금껏 배출한 스타들만 해도 수십명이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수많은 스타들을 양산했다. 이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다른 작품과 장르서도 활약 중이다.

먼저 연기력서 검증이 되지 않았던 서인국과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영화계 일부서만 인정받은 정우와 김성균, 유연석, 손호준, 도희 등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이들이 공개 허그만 해도, 그 일대는 마비되기 일쑤였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드라마서 완전히 달라진 입지를 얻게 됐다. 

또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는 류준열과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 등의 청춘스타들을 발굴해내는가 하면, 최무성과 김선영, 라미란, 유재명처럼 오랜 기간 연기를 해온 중견급 배우들을 배치하는 재주도 탁월했다. 이들 모두 <응답하라 1988> 이후 더욱 큰 비중의 역할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KBS2 드라마 <반올림> 외에 이렇다 할 필모그라피가 없었던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로 배우로서 능력을 다시 한 번 알렸으며, 아이돌 가수였던 혜리 역시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을 통해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혜리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출연 중이다.

주인공 외에 이민지와 이세영, 임화영, 류혜영 등도 신원호 사단의 손을 거쳐 활동 반경을 넓혔다.
 

▲ 정문성

아울러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서는 이른바 중고신인을 대량 배출했다. 공연계서만 유명했던 배우 박해수와 정해인,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대중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대부분 영화 원톱 주연을 할 만큼 이름값이 높아졌다. 

이 작품에 출연한 박호산과 정재성과 같은 중견 배우들도 다양한 작품서 매우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오고 있다. 특히 박호산은 tvN <나의 아저씨> <쌉니다 천리마마트> <유령을 잡아라> <인간수업>를 비롯해 영화 <콜> <유령선> 등에서 비중이 큰 역할로 등장한다. 신원호 사단이 국내 연예계에 끼친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또 신원호 사단이 이렇듯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데엔 예능 PD로서의 경험과 일관된 규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S 예능국 출신인 신 PD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늘 새로운 캐스팅하는 데 훈련이 됐던 터라, 파격적인 캐스팅이 가능했다. 또 편견 없이 자신들이 생각한 캐스팅을 밀고나가는 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관된 규칙

앞서 신 PD는 “연극 배우든, 아이돌 출신 배우든 캐스팅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매력이 있고 상대방도 의지가 있다면 배우를 만나보고 캐스팅을 결정하게 된다. 배우를 찾는 기준은 일관된 것 같다.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부합할 만한 외형과 연기력,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소위 A급 배우도 출연 가능한데, 하다 보면 신인급이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분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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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