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대’ 드라마의 속사정

정해인도 안 먹히고, 박민영도 안 통하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 최대 수혜자는 넷플릭스’라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방에서 TV 등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가입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은 이 유례없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프라임 시간대에 0%대 시청률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으며, 3% 이하의 드라마도 즐비하다. 
 

▲ MBC 그 남자의 기억법 ⓒMBC

국내 방송사 드라마의 시청률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최악의 성적표 앞에서 고개 숙인 드라마도 적지 않다.

처참한 성적표

불륜과 복수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흡인력 있게 풀어내는 JTBC <부부의 세계>는 무려 시청률 20%(닐슨 코리아)에 달하고, 의사들 일상을 통해 힐링을 전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11%,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스릴러 장르인 SBS <아무도 모른다>는 10% 고지를 넘었다.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는 11.6%로 출발했다. 

네 편의 드라마는 시청률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서 화제성까지 붙잡으며, 4월 성적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는 처참한 성적표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 면에서도 미흡하다.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4.5%)과 <그 남자의 기억법>(3.2%)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KBS2 <어서와>는 절망적이다. 특히 <어서와>는 지난 16일 방송된 15회분이 0.9%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 방송사를 통틀어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종전 지상파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은 2018년 박시후·송지효 주연의 KBS2 <러블리 호러블리> 25회분이 1.0%, 2107년 김재중·유이 주연의 KBS2 <맨홀> 2회분이 1.4%였다. <어서와>가 그 기록을 깬 것. <어서와>의 16회분은 1.1%로 0.2%포인트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소혜와 민도희 등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KBS2 <계약우정> 역시 1∼2%의 시청률을 오가다 종영했다. 8부작으로 시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시(詩)스터리’ 장르를 내세우는 등 실험적인 이야기로 도전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뚜렷한 성공작이 있는 CJ 계열 채널과 종편 채널서도 실패작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정해인과 채수빈의 <반의 반>은 2%로 출발해 1.1%까지 떨어졌으며, 박성웅과 최진혁의 OCN <루갈>과 서강준과 박민영의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역시 마의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지상파 프리미엄 없다”
무너진 KBS·MBC 성공가도 SBS 

이 드라마들은 오후 9시와 10시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한 작품이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아무리 실패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3%는 기록했는데, 그 마지노선마저 무너진 셈이다. ‘지상파 위기론’이 수년 전부터 불거졌던 가운데, 성적표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른 tvN도 실패하는 드라마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시청자 공감을 사지 못하며 대부분 혹평이 이어진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어서와>는 신선한 소재에도 불구, 원작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각색과 흡인력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초반부 스토리가 어려웠던 탓에, 처음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계약우정>은 주인공들의 면면이 상대적으로 약해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 KBS 계약우정 ⓒKBS

<반의 반>은 주인공의 짝사랑 이야기가 납득하기 어려우며, 연쇄살인범을 쫓는 <메모리스트>는 등장하는 사건들이 너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헛발질만 해 답답함을 준다. 

드라마의 질적 하락 배경으로 방송사가 여전히 과거의 틀에 얽매인 채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드라마가 한 편의 오락물을 넘어서, 예술영상 콘텐츠로써 사회문화적 문제의 담론을 주도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영역으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미학적인 부분에만 의존해 내용적인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 90년대 한국영화는 오락물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위기를 느낀 제작자들이 영화의 수준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실패한 사람들은 도태됐고,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며 “드라마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 같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새로운 시선을 담는 등 예술의 본질에 근접하는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KBS와 MBC는 오래전부터 위기론이 대두됐는데, 여전히 안일해 보인다. CJ 계열 채널이나 JTBC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MBC와 KBS는 지난해에도 평일 드라마 부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는 10%를 넘기는 드라마를 한 편도 제작하지 못했으며, KBS의 경우 <닥터 프리즈너>와 <동백꽃 필 무렵>만이 성공을 거뒀다. 

 “케이블·종편
고민 더 필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지속적인 매출 하락으로 인해 예산이 줄어들면서 드라마 투자 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C는 96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KBS는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2018년 585억원을 상회하는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CJ나 JTBC, SBS는 꾸준히 투자하면서 방송사 산하의 제작사를 통해 좋은 작가진과 연출진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MBC나 KBS는 그런 조직이 없다”며 “좋은 시나리오나 연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좋은 인력을 갖추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이 부분서 KBS와 MBC가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JTBC &lt;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gt; ⓒJTBC

반면에 SBS는 꾸준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VIP>를 시작으로, 올해만 하더라도 <스토브리그>와 <낭만닥터 김사부2> <하이에나> 등 세 편의 작품이 20%를 넘기거나 육박했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은 미스터리 장르의 <아무도 모른다>마저 성공에 가깝다. 

지난해 월화드라마를 잠정 폐지한 SBS는 올해에는 수목드라마를 폐지하고 월화와 금토에 집중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좋은 수준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 

또 올해 스튜디오 S를 설립하면서 신진과 중견급 작가들과 PD들을 배치하고 내부적으로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콘텐츠 개발 측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한다. 

선택과 집중

SBS 한 관계자는 “30년 동안 드라마를 제작한 드라마국의 노하우와 각종 공모전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기회를 준 점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소통하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어, 중견 PD와 작가의 역량이 신인급 창작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또 드라마 편수를 줄이면서 집중력을 높여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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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