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②잠룡들의 ‘최고·최악’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10 11:57:07
  • 호수 1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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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자락은 누구 품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승천이냐, 추락이냐. 4·15총선은 잠룡들에게 운명의 날이다. 대권행 티켓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이날 결정된다. 총선 이후 예정된 정치 이벤트가 바로 20대 대선이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 (사진 왼쪽부터)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낙연(더불어민주당)·황교안(미래통합당)·홍준표(무소속)·오세훈(미래통합당) 후보 ⓒ문병희 기자

21대 총선은 20대 대선의 전초전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열리는 선거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2022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선으로 옮겨간다. 선수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21대 총선을 뛰는 잠룡들의 정치적 명운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주류 친문

21대 총선서 최대 관심 지역을 꼽으라면 서울 종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한 두 잠룡이 맞붙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그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위원장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승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도 견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 위원장이 ‘투톱’으로 선거를 이끌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또 민주당 후보 20여명 이상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대권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바로 계파다. 정치권은 이 위원장의 대권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민주당 내 ‘이낙연계’의 세가 약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위원장은 줄곧 중앙당서 떨어져 있었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위원장은 대권을 위해 계파를 확장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위원장 입장서 반길 만한 일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위원장은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수많은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차기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병희 기자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주류 계파인 친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승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서 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역시 계파의 문제다.

원외 잠룡의 한계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대선주자 선호도는 빠르게 식어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까지 좌절된다면, 친문은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할 공산이 크다. 전쟁의 패배는 곧바로 패장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진다. 아직 주류 친문은 아니면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 위원장이 친문의 타깃으로 부상할 위험성이 있다. 이 위원장 입장서 원내 진입과 민주당의 승리는 대권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선결과제다.

황교안
홀로서기

종로서 뛰는 또 다른 잠룡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대표다. 이 위원장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라면, 황 대표는 통합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그는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다. 


황 대표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한다. 먼저 최고의 시나리오는 황 대표 본인의 당선과, 통합당이 제1당의 자리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는 ‘황교안계’의 부흥을 의미한다. 

다른 점이라면 황 대표 입장서 이번 총선은 ‘홀로서기’라는 것. 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이 위원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황 대표에게는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 대표로 선출되고 1년3개월여 동안 황 대표는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를 보여왔다.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내 불만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 선거 유세 펼치는 황교안 후보 ⓒ문병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원외 인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장외투쟁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황 대표에게 원내 진입이 절실한 이유다. 현행 당헌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일 1년6개월 전부터 당 대표에 오르지 못한다. 황 대표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만약 황 대표가 종로대첩서 패배한다면,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어쩔 수 없이 원외 인사가 된다. 황 대표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안철수
비례1당

“비례대표 선거서 국민의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면, 그리고 정당 지지율 20% 정도를 주면 어느 당도 50% 과반이 넘지 못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략)정치가 아무리 망가져도 위장 정당, 꼼수 정당까지 용인해서야 되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복귀해 바른미래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 총선의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는 비례정당의 난립이다. 민주당·통합당 등 거대양당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거대양당의 행태를 ‘꼼수’로 규정, 유권자들에게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냈다.

이번 선거서 정당 득표율 20%를 획득하면 최소 10석의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다. 비록 교섭단체 조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과는 있다. 총 의석 수는 300석 중 국민의당이 10석을 가져가면 남는 의석 수는 290석이다. 민주당·통합당이 나머지 의석의 절반씩을 가져간다고 예상하면, 두 정당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거대양당을 견제한다는 안 대표의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여지가 생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대표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다. 이는 또 한 번의 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최근 안 대표는 선거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질의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8년 열린 지방선거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또 낙선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의 복귀를 선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홍준표
영남 사수

무소속 홍준표 대구 수성을 후보는 자신의 고집에 이유가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앞서 홍 후보는 고향인 창녕이 속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그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관위는 홍 후보를 양산을 공천서 배제했다. 결국 홍 후보는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수성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당선 후 통합당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홍 후보는 “대구 총선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하겠다. 탈당이라 해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 앞에 놓인 최고의 시나리오는 총선서 승리, 통합당으로의 ‘금의환향’이다. 금의환향 후에는 황 대표와 대권을 둔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낙연 vs 황교안 한 명은 ‘삐끗’
안철수, 감독으로 성공하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경우다. 수성을에는 홍 후보와 통합당 이인선 후보,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3자 경합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통합당 출신인 홍 후보와 통합당의 이 후보 사이서 보수 표심의 분열이 일어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홍 후보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홍 후보 등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영구 복당 불허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험지 생환

통합당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는 험지서의 생환이 1차적 목표다. 광진을 현역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광진을이 험지 중의 험지다. 실제로 통합당이 광진을에 깃발은 꽂은 사례는 전무하다.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장관은 광진을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에 성공한 바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만약 오 후보가 광진을 총선서 승리한다면, 황 대표, 홍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로이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다.
 

민주당은 오 후보 상대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선택했다. 정치 신인과 전 서울시장의 대결이다. 정치적 중량감으로만 따지면, 오 후보가 고민정 후보보다 위다. 그러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중량감서 앞서는 오 후보가 만약 총선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한 번의 패배 이상의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장 잠룡으로서의 경쟁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다가올 대선 레이스서 좋은 먹잇감이다. 오 후보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승민
소신 증명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과 거리를 두던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침묵을 깼다. 불출마 선언 후 49일 만이었다. 그는 선수가 아닌, 통합당 후보 지원자로서 총선판에 뛰어들었다. 

통합당은 반색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 내 중도개혁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등장은 통합당 입장서 천군만마다. 특히 중도층 표심 공략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권 총선서 유 의원의 가치는 빛난다. 통합당은 수도권 총선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의원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수도권 총선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에 출마한 유승민계의 생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중·성동을의 지상욱, 송파갑의 김웅, 동대문을의 이혜훈 후보 등이 있다. 유 의원은 앞서 계파에 상관없이 통합당 소속 수도권 후보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소신의 대명사다. 친박(친 박근혜)계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휩싸였을 때도 유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총선서도 유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침묵을 깼을 당시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긴급 재난소득 지급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 의원의 소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자, 유 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며 황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문제는 유 의원의 이 같은 소신이 내부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이 합당하는 과정서 봉합하지 못한 두 사람(황교안·유승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원금에 대한 주도권 대결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의 소신 발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총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통합당 내 소수인 새보수계가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심상정
교섭단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총선서의 목표를 올렸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선대위 회의서 심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정당 지지율 30%를 호소했다. 앞서 심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 기자간담회서 20%를 총선 목표로 잡은 바 있다.

심 대표의 목표대로 정의당이 득표율 30%를 달성한다면, 정의당은 의석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교섭단체는 정의당의 오랜 숙원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의당은 민주당·통합당 등과 대등한 위치서 협상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 대표가 경기 고양갑 총선서 승리한다면, 정의당 최초의 4선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지난 19대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던 심 대표이기에, 대권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 대표는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외로움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힘을 합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교섭단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년 만에 뒤집혔다. 거대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이 현 의석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군소정당의 난립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김부겸
지역 타파

민주당 김부겸 대구 수성갑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세 번의 도전 끝에 대구 지역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김 후보는 단숨에 민주당이 자랑하는 잠룡으로 거듭났다.

김 후보는 이번에도 대구 수성갑을 선택했다. 수성전이다. 상대는 수성을서 이사 온 통합당 주호영 후보다. 김 후보 입장서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가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킨다면, 같은 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 김 후보 입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해야 될지도 모른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총선서 승리한 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직접 대권 도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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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