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미래통합당 광명을 김용태 후보

“너무 어리다고요? 참신함으로 승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이번 총선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열한 번째인 미래통합당 광명을 김용태 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김용태 미래통합당 광명을 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거대 양당의 지역구 출마 후보 중 최연소 인물인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가 광명을에 호기롭게 도전한다. 199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른정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과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를 역임한 어엿한 베테랑이다. 김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청년 대변인’ ‘청년 대표’와 같이 청년을 약자로 옭아매는 호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참신함과 솔직함으로 기성 정치인의 ‘그들만의 리그’를 깨고 광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당찬 포부도 함께 밝혔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8일. 광명을에 ‘젊은 돌풍’이 분다.

-광명을은 통합당의 험지이자 상대 후보는 재선의 광명시장으로 지역구민들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자신 있나.

▲자신 있다. 혹자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한다. 나는 계란말이가 될지언정 한 번 붙어보겠다고 했다. 시장과 국회의원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상대 후보 역시 정치 경험이 없다. 시정 생활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난 광명을에 학연·혈연·지연이 없다. 국가적인 어젠다나 지역 발전을 위해 더 깨끗하고 공정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명을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민심은 어떤가.

▲주민분들은 “젊어서 좋다”고 해주신다. 너무 어린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경험 있고 연륜 있는 분들이 정치해서 결국 이렇게 된 거 아닌가. 만나는 분들의 7할 정도는 지지를 해주시고 있다. 체감상 해볼 만한 선거라는 얘기다. 만나본 유권자 대부분이 정권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문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다.


-민심을 파고들 전략이 있다면.

▲참신함과 솔직함으로 승부할 것이다. 상대 후보는 8년의 시장 경력이 있기에 지역 현안에 있어서 나보다 잘 알 것이다. 다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신인으로서 더 많이 듣고 소통하고 배우는 일이다. 새로운 사람이 광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존 후보들이 못했던 부분을 젊은 세대의 젊은 감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거대 양당 지역구 출마 후보 중에는 최연소 나이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선택한 이유는.

▲비례대표는 전문가 그룹을 대변하라고 만든 자리다.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신임을 받고 싶었고, 생활 정치를 해보고 싶었다. 직접 유권자들과 호흡을 맞춰보고, 정면 돌파해 심판을 받을 것이다.

새로운보수당 전 대표 출신
거대당 최연소 지역구 출마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퓨처 메이커 공천으로 송파서 광명을로 지역구를 옮기게 됐다.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시간이 부족한 점이 아무래도 불리하다고 생각하는데,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기에 지역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어느 지역서든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퓨처 메이커 지정으로 당내 반발이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아쉽다. 사전부터 기존 당협위원장들과 소통 작업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존 당협위원들의 반발이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광명을에 내가 퓨처메이커 공천을 받은 이유는, 기존의 부패한 586세력들을 청산하라는 것과 무너진 광명을의 당협위를 새로 조직하라는 두 가지 특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퓨처 메이커 청년 공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라리 퓨처 메이커 지역을 설정해 청년들끼리 경쟁시켰으면 한다. 이 지역이 될 수 있으면 당에 유리한 강남 3구와 같은 곳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일반지역서 청년과 기성세대를 경쟁하게 여성 청년 가점을 주는 것보다 청년 특구를 지정해 청년들끼리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구도였으면 좋겠다.
 

▲ 김용태 미래통합당 광명을 후보

-선거를 치르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자금이다. 총선을 치르는 데 1억5000만원서 2억의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조달하는 게 사실 청년 후보로서는 쉽지 않다. 기성 정치인분들은 40∼50대가 되면서 사회서 안정적인 자금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치판에 들어온다. 자금, 바람, 조직을 선거의 3요소라고 한다. 자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지역 조직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인과 붙을 때 그런 면에선 쉽지 않다.

-광명을의 지역 현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광명을은 무엇보다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 철산~하안~소하~광명 KTX를 연결하는 ‘신 광명 지하철 시대’를 열고자 한다. 또 주차 문제 해결 방법으로 주차 세이빙제도를 실시하고 공영주차장을 확대할 것이다. 아울러 기아자동차 공장 지하를 관통해 기아로와 광명IC를 연결해 강남-광명-인천을 연결해 광명을이 교통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알려달라.

▲‘광명을에 광명(光明)을’이다. 광명이라는 곳은 원래 빛이 있는 곳인데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새로운 빛이 되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었나.

▲너무 많다. 기성 정치인이 상식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조국 사태 때는 정말 아쉬웠다. 자신들만이 진리고, 선이라고 주장하는 건 상식과 멀어지는 것이다. 조국 사태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하는데, 아니다. 언론서 왜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등가적으로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연히 정부가 잘못했고, 청년의 희망을 짓밟은 결과였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부를 보면서 실망했다.


“90년생의 젊은 감각으로
광명을에 새로운 활력을!”

-20대 국회에 점수를 준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반복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개정안을 처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과적으로 양당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선거운동을 할 때 유권자분들이 속았다며 굉장히 불쾌함을 많이 표시하신다. 당명이 바뀌고 많아지니까, 헷갈린다고도 하신다. 부끄럽다. 이건 국민을 기만하는 거다. 20대 국회에 후한 점수는 못 줄 것 같다.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 출신이다. 선거 전 보수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쉬웠다. 창당한 지 한 달 만에 합당을 했으니 이 과정들이 국민들께, 합치려고 만든 정당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통합 정신에 따라 앞으로 보수세력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이 됐다. 보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수의 본령은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다. 개인들의 창의적인 역량들이 모여서 자발적인 결사체를 이루고 이 공동체를 지키는 게 보수의 역할이다. 기존의 보수 정치는 대여투쟁은 잘하고 있었지만, 공동체를 지키는 건 부족해 무너진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양극화 해결과 같은 부분이다. 앞으로의 보수정치는 공동체의 공동선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속에서 당연히 자유, 공정, 평등의 가치가 따라와야 한다.
 

▲ ⓒ문병희 기자

-기성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

▲처음 정치판에 왔을 때 선배들이 “얼굴에 철면피 깔고 간, 쓸개 다 떼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 틀렸다고 본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등 말 바꾸는 행동들에 대해선 좀 부끄러워할 줄 아셨으면 좋겠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여의도 정치’에 불만 사항이 있다면.

▲정당이 청년을 이용하고 있다. 각 정당에는 청년대변인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왜 굳이 청년이라는 말을 붙이는지 잘 모르겠다. 그럴 거면 기성 대변인과 청년 대변인으로 나눠야 하지 않나. 이런 호칭은 청년을 옭아매서 약자로만 가시화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나.

▲국민들이 정치를 바라보는 불신이나 혐오가 굉장히 크다. 이건 기성 정치인들의 탓이다. 국민들의 불신을 깨부수고 싶다. 제대로 된 젊은 정치인,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치인, 상식을 대변할 줄 아는 정치인이 되겠다.


<sangmi@ilyosisa.co.kr>


[김용태는?]

▲전 ROTC 52기(육군 중위 전역)
▲바른정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전 새로운보수당 당 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