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산다> 이시언·성훈, ‘찐 얼간이’가 되지 않으려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인기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의 이시언과 성훈이 동시에 실망스러운 영화를 내건다. 이시언은 스릴러 장르물인 <서치 아웃>, 성훈은 로맨틱 코미디 <사랑하고 있습니까>다. 두 배우 모두 예능에선 뛰어난 활약을 매주 금요일 최고의 화제성을 잡고 있지만, 본업의 영역에선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문병희 기자, Kth

배우 성훈과 이시언은 MBC <나 혼자 산다>의 간판이다. 매주 스튜디오서 새로운 게스트의 영상을 보면서 입담을 발휘하며, 격한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살린다. 중심축을 맡았던 전현무와 한혜진이 갑작스럽게 하차했음에도 불구, 두 사람과 기안84, 박나래의 활약으로 인해 빈자리는 잘 메워진 편이다. 그 덕분에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MBC 간판 예능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 내에서 이시언과 기안84, 헨리, 성훈은 ‘얼간이’로 불린다. 이시언이 얼간이의 대장이라고 해서 ‘얼장’으로 불렸고, 뒤늦게 합류한 성훈은 ‘뉴 얼간이’가 됐다. 됨됨이가 모자르고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얼간이로 희화화하는 부분은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처참한 작품성

두 사람이 예능서 캐릭터화한 ‘얼간이’ 이미지는 예능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배우 본연의 부분서 두 사람 행보가 매우 실망스럽다. 선택한 작품이 적당히 못 만든 영화의 수준을 넘어 처참할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두 배우 모두 새로운 작품으로 나서지만, 차갑게 얼어붙은 영화계에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먼저 성훈이 주연한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지난 3월 25일 개봉했다. 언론 배급 시사회 이후 평단의 혹평이 이어졌다. 


이 영화는 제작사 강철필름과 중국의 한 OTT업체가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한 기획물이었으나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인해 프로젝트가 무산돼 개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봉을 미룬 영화들로 인해 영화관 내 신작의 공백이 생기자 개봉에 성공했다. 
 

▲ ⓒ강철필름

굳이 개봉이 꼭 좋은 결과였는지는 의문이다. 너무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판타지 성향이 짙은 설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영화적인 개연성이 매우 떨어진다. 영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억지스러우며, 설명도 미흡하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이나, 가택 침입 등 현실에서는 범죄나 다름없는 행위가 서슴지 않게 발생한다. 

애초 취향이 다른 중국 관객을 목표로 했다고 하더라도, 용납되지 않을 수준의 작품성이다. 

이 과정서 성훈의 연기 역시 어색하다. 성훈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뒤에서 은근히 직원을 챙기는 카페 오너 승재 역을 맡았다. 초반부 자신이 좋아하는 직원인 소정(김소은 분)에게 다그치는 장면을 비롯해 일부 장면에서는 감정이 지나치게 과하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연결되지도 않는다. 성훈뿐 아니라 출연진 대부분이 현실감 없이 어색하고, 과잉된 행동을 보인다. 

실망스러운 작품 행보
출연작 모두 처참한 완성도

초반에 감정을 차곡히 쌓는 데 실패한 영화는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도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 영화를 향해 평단의 혹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2009년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데뷔한 이시언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아내를 죽였다>나, 오는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서치 아웃> 역시 작품성을 논하기 어렵다. 두 영화 모두 이시언이 전면에 나서는 스릴러 장르물인데, 영화 내내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는 과정서 긴박감이 느껴지면서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때 높은 평가를 받는데, 이시언이 주연한 영화 모두 이 부분서 실패한다.

술만 마시면 발생하는 블랙아웃으로 인해 아내를 죽인 살인자로 내몰린 정호(이시언 분)가 이를 해결한다는 줄거리의 <아내를 죽였다>와 SNS로 사람을 죽이는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내용의 <서치 아웃> 모두 조소가 나올 법한 장면이 곳곳서 나온다. 영화 내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두 작품 모두 몰입하기 쉽지 않다.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아내를 죽였다>의 경우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부분이나, 악당의 가방을 갑작스럽게 뺏는 장면 등 상황적인 측면서 어색했는데, 최근 온라인 배급 시사회를 진행한 <서치 아웃>에서는 이시언의 연기 자체가 어색하다. 

경찰을 준비생인 성민 역의 이시언의 얼굴은 <나 혼자 산다>서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대동소이하다.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예능서의 이시언이 그대로 나오는 느낌이다. 애드리브로 보이는 일부 대사들은 작품의 몰입을 방해한다. 

극중 성민이 철이 아직 들지 않은 준비생이라고는 하나, 장난기가 지나치다. 이는 후반부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캐릭터를 가볍게 설정해놓은 탓에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선 오히려 웃음이 나온다. 이야기에 깊게 빠지기 어렵다. 

일종의 ‘떡밥’을 던지고 회수해가는 부분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나, 쓸데없는 농담으로 영화가 늘어지는 대목 등 영화의 질적인 문제가 꼭 이시언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연기 자체도 좋은 평가를 주긴 어렵다.

예능과 연기는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작품서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캐릭터로 보이지 않고 예능하는 모습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가깝다. 

고(故) 김주혁은 KBS2 <1박2일>에 오랜 기간 출연했지만, 영화 <비밀은 없다>나 <독전>서 엄청난 연기력으로 극복했다. 애초에 SBS <런닝맨>으로 인지도를 높인 이광수 역시 영화 <좋은 친구들> <돌연변이>, tvN <디얼 마이 프렌즈>서 맹활약하며 배우로서도 성장했다. 예능이 ‘변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양날의 검

앞서 성훈은 2016년 방송된 <아이가 다섯>을 통해 우수 연기자상을 받았으며, 이시언은 2018년 방송된 tvN <플레이어>서 감초 역할은 물론 깊이 있는 연기로 시선을 끈 바 있다. 재능을 증명한 바 있었던 만큼 최근 이들의 선택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선택받는 위치에 있는 배우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는 작품에 출연해, 기대 이하의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는 건 배우에게도, <나 혼자 산다>에도 득이 되지 못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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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