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성훈은 연기보다 MBC <나 혼자 산다>의 패널로 더 익숙하다. 스튜디오서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등과 함께 각종 게스트들과 다양한 삶을 공유하는 그의 모습은 친근하다. 수영 선수 출신 다운 완벽한 몸매와 부리부리한 눈빛 이면에 있는 선한 마음이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온전히 전해진다. 그런 성훈은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로 관객들과 만난다. “연기에 칼을 갈고 있다”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극장가는 초토화됐다. 전국 20만 관객으로 떨어져도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한국 영화 시장은 하루 총 관객 3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극장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장가는 한산하다. 그런 타이밍에 신작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스크린에 걸린다.
창고 영화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 개봉할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실제 영화는 2017년 제작돼 약 1년여간 묵혀둔 ‘창고 영화’다. 그렇게 된 배경은 정치적인 문제가 꼈다.
이 영화는 애초 한국 관객을 노린 것이 아닌, 중국시장을 겨냥한 작품.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 간 교류가 단절되면서 이 영화의 향방도 묘연해졌고, 결국 극장가 최악의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콘텐츠를 바라보는 문화 차이가 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이나, 사장과 직원 사이에 벌어지는 갑질 논란, 불법 촬영 및 갑작스러운 가택 침입 장면 등 시대착오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이부분에 대해 성훈 역시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는 가벼운 질문에 성훈은 꽤 솔직한 답변을 남겼다.
성훈은 “여기 같이 앉아계신 기자들이나 다른 관객들이나 저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말이 있을 것 같다. 혹은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며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준비가 돼 있다”고 남겼다.
이어 “촬영할 때는 작품으로서 혹은 코미디로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시대가 빠르게 변해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연 배우가 먼저 비판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극도로 솔직한 성훈의 기질이 드러난 대목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 이해가 되지만, 어찌됐든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을 향유할 정도 수준의 관객 눈높이에는 터무니없는 작품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성훈의 연기력 역시 평가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과장돼 보인다. 도서관서도 큰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한 중국인 취향에 걸맞다. 성훈 뿐 아니라 여자 주인공인 김소은을 비롯해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오버가 섞여 있다.
성훈만의 잘못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다른 일반적인 영화와 목표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타 영화와 같은 평가는 의미가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영화 속 센 표현 걱정”
“예능프로는 힐링…놓칠 수 없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성훈 역시 느끼는 바가 큰 듯했다. SBS <신기생뎐>으로 데뷔한 이후 10년차 연기자다. 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자로서 반성하고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성훈은 “더 이상의 변명은 의미가 없는 연차가 됐다. 이번에도 제 연기서 좋지 못한 습관들이 보였다. 연기할 때 ‘왜 저런 게 보일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목숨 걸고 한 작품만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나혼자 산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있어 예능은 양날의 검이다. 예능프로그램서 보인 익숙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작품의 캐릭터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진지한 얼굴로 오열을 하고, 사나운 인상을 지어도 괜히 웃음이 나곤 한다. 고 김주혁과 이광수, 라미란 정도가 예능의 이미지를 극복한 연기자로 평가된다. 극복하지 못한 배우들이 무수히 많다. 예능의 이미지를 벗기란 쉽지 않다. 이는 성훈에게도 해당한다.
“예능 하는 배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캐릭터가 캐릭터로 안 보여진는 것’”이라고 운을 뗀 성훈은 “속상하다고 하는데, 그건 배우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정말 연기적으로 훌륭하면 대중도 인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못 보여드린 부분이 있어서 ‘연기에 칼을 갈고 있다’. 더이상 물러설 수도 핑계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장수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는 국내 관찰 예능 중 여전히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인 프로그램이다. 매력적인 게스트가 나오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훈을 비롯해 박나래와 이시언, 기안84, 헨리의 퍼포먼스는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개 연인을 선언한 한혜진과 전현무가 갑작스럽게 결별하면서 소방수로 투입된 성훈은 벌써 3년 동안 <나혼자 산다>의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의리를 지키고 싶다”고 표현했다.
성훈은 “나래나 시언이형, 기안을 보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워서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 없다. 2017년 7월에 투입됐는데, 정이 깊게 들어버렸다. 스케줄이 아무리 힘들어도 월요일에 그들을 만나면 환기가 된다.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내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의리를 지키고 싶다”고 웃었다.
지난해 12월29일 <2019 MBC 연예대상>서 박나래가 대상을 받은 후 성훈이 폭 안아주는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다. 오빠로서 동료로서, 또 지근거리서 박나래를 봐온 사람으로서 축하를 의미하는 포옹이었다. 훤칠한 체구의 성훈이 작은 박나래를 안아주는 모습이 많은 여성들에게 설렘을 일으켰던 탓일까, 이 장면은 박나래와의 열애설로 이어졌다.
그는 “가족 간의 포옹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사실 열애설이 나고 정말 당황했다. 고생한 것을 알았기에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열애설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축하해줄 생각”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결혼이요?”
1983년생으로 마흔을 눈 앞에 둔 그는 미혼이다. 가족 친지들 사이서 결혼에 대한 압박이 꽤 진행됐을 나이다. 성훈은 “지금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 생각이 절대 없다. 부모님께 기대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어필한다. 후에 결혼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속내를 비췄다.